이인진(Lee In Chin)

이인진 작가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물레로 항아리나 접시 등 형태를 만들고, 유약을 바르지 않고 장작 가마에서 구워진 것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가마 안의 불길과 나뭇재의 날림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게 된다. 그는 장작가마 소성 기법을 고수하면서 흙과 불의 우연의 효과를 기대한다. 유약을 입히지 않은 기물을 장작가마에 넣고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불을 떼고 나면 가마 속의 나뭇재가 기물 외벽에 붙으면서 유약의 효과를 내는데 재가 붙은 부분과 아닌 부분에 따라 다른 질감 표현이 가능하고 유약의 매끈함과는 전혀 다른 거칠고 자유로운 느낌이 연출된다. 이제는 가스가마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장작가마 소성은 우리네 옛 도공의 기술로, 이를 오늘에 되살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게 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힘든 작업방식이다. 그는 매일의 일과를 작업으로 시작하는데 육체적으로 고되고 힘든 이 과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흙을 만지고 불을 다루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저는 이것들(작품)이 인공적인 예술이 아닌 자연의 섭리를 추구하는 예술이기에 더욱 정이 갑니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검붉은 색과 투박한 기물의 표현들은 제가 작업한 시간만큼 깊이를 더해 줍니다. 흙을 만지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지요.”

그는 흙과 불의 본질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비슷한 작품을 수없이 반복하여 제작한다. 굽과 전을 변형시키고 형태의 비례를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느낌의 기물을 발견해 낸다. 때로는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형태 속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친근감 있는 기물들을 얻어내기도 한다.

“흙과 불이 만남으로써 생성되는 독특한 질감과 색상뿐만 아니라 물레에서 빚어지는 다양하고 풍부한 선들을 즐기기 위한 나만의 작업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인진 李仁鎭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일본 오까야마 비젠시 후지와라·유 도예공방에서 연수를 하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소장,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 30여회의 개인전과 약 180여회의 초대전, 단체전을 하였다. 작품 소장처로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미국), 츠시시박물관(중국), 중국 국립미술관, 대영박물관(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영국), 국립호주미술관, C.S.U.L.B갤러리(미국), 광주조선관요미술관(한국),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한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