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용 CHESSMAN_도시in
장소 : KCDF 갤러리
날짜 : 2020-05-19 (화) 15:20 조회 : 100
기간 : 2020. 05. 20(수) ~ 2020. 05. 25(월)


















도시성(urbanism)을 마주하다

윤지용의 Chessman_도시 in

 

도자 작가 윤지용은 도시(都市)와 도시인(都市人)에 관심을 둔다. 작가에게 도시는 밀집적인 생활공간이고, 도시인은 익명성을 기반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작가가 이해한 도시와 도시인의 특징은 미국의 사회학자 루이스 워스(Louis Wirth, 1887~1952)의 도시성(都市性, urbanism)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도시성은 도시사회 특유의 인간관계, 행동양식, 의식형태 등을 일컫는다. 워스의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서는 개인 간 경쟁이 심화되고, 공적 통제기구가 발달하며, 익명성이 증대한다. 또한 직업의 분화와 전문화가 일어나고, 사회계층의 분화와 세력 간 투쟁이 발생하며, 개인의 비개성화 및 획일화 등이 나타나는데, 워스는 이러한 여러 특성의 총체를 도시성이라고 정의했다. 윤지용작가는 이러한 사회학적 도시성 개념을 기반으로 도시와 도시인을 파악하고, 새로운 해석을 더해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작가의 세계관은 <Chessman 시리즈>, <Social Skin 시리즈>, <House & 시리즈> 등을 통해 구체화된다. <Chessman 시리즈>는 흑백의 면이 교차하는 체스판 위에 다양한 모습의 체스 말을 올린 도자 조각이다. 최소 50cm 이상, 크게는 100cm 이상의 높이를 지닌 이 시리즈는 유니콘을 닮은 말, 벽돌집, 계단, 셔츠를 입고 타이를 맨 남성 등으로 구성된다. 화려한 색으로 채색한 유니콘은 힘의 원천인 뿔을 잃고 박제되었고, 획일화된 벽돌로 지어진 벽돌집에는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문을 찾기 힘들다. 계단은 좁고 가파른 모습이고, 셔츠를 입고 타이를 맨 채 등장한 남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단순하지만 사실적인 묘사로 특정 의미를 상징하는 각 요소는 비현실적 조합을 거쳐 게임말의 모습으로 창조된다. 작가는 규격화한 체스판을 현대 도시 사회의 축소판으로 삼고 상징을 결합한 게임 말을 올려놓음으로써, 사회적 통제 속에서 규칙을 강요하는 도시와 도시의 규율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도시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Social Skin 시리즈>는 흰색 셔츠와 넥타이, 슈트 재킷으로 구성한 양복 상의를 묘사한다.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받침대에 덩그러니 놓인 양복은 도시인에게 필요한 사회적 가면이다. 작가는 사회적 가면이 신체 위에 스며들어 사회적 피부가 되었다는 의미로 제목을 정하고 규범화된 의복을 나열한다. 작품 속에서 의복은 자아를 대신해

집단 사회가 요구하는 행동 규범을 따르며, ‘외적 인격' 즉 페르소나(persona)의 역할을 수행한다. 작품을 제작할 때 석고 캐스팅 기법을 활용한 작가는 동일한 형태의 양복을 반복 제작하여 도시인의 몰개성화를 강조한다.

 

<House & 시리즈>는 벽돌로 구축한 건축물을 다룬다. 작품에는 외벽과 지붕으로 닫힌 공간을 형성한 붉은 벽돌 건물이 등장한다. 집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은 흑백이 교차하는 체스판 이미지나 계단 이미지와 결합하기도 한다. 작가는 도시 풍경을 형성하는 건축재료로 벽돌을 주목하고 일률적으로 찍어낸 벽돌의 존재에서 도시인의 모습을 읽어낸다. 반듯하고 견고한 건축물에 획일적으로 재단된 벽돌이 필요한 것처럼 도시에는 사회적 통제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전체주의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지용작가는 때로는 체스판으로, 때로는 규범화된 의복으로, 또 때로는 벽돌 건물의 모습으로 익숙하게 느끼는 도시인의 삶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구체적인 묘사와 비현실적인 조합으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은 재료를 이해하고 다루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호소력을 얻는다.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흙타래를 쌓아올리는 코일링, 흙판을 이어붙이는 판성형, 둥근 형태를 빚는 물레성형, 특정 형태를 반복 제작하는 석고를 성형 등의 기법을 넘나들며 형태를 제작한다. 또한 사실적인 재현과 장식을 위해 다양한 안료를 실험하고 시유법을 연구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본인만의 주제의식으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흙을 만지며 다양한 표현법을 연마해 온 작가의 다음 작업을 기대한다.

 

오가영(KCDF 갤러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