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 구성에서 무엇보다도 두드러지는 현상은 조각‧그림‧영상‧건축‧소리‧문학 같은 장르들이 뒤얽히는 세라믹의 다양한 모습들이다. 그렇다고 형식 실험, 혹은 장르 정체성이나 그 해체, 또는 상호 통섭 가능성 같은 이슈 그리고 실험성이나 사물의 오브제 가치가 주목하고자 하는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의 주된 관심사 역시 인간의 제작적 행위이다. 그렇지만 차별성은 인간의 제작적 행위에서 비롯되는 사물들의 사물성과 가치가 이들에게서는 지금 여기의 뜨거운 삶의 이슈들과의 관련 속에서 탐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의 의도와 실천적인 이슈가 더불어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에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가 원초적인 자연 질료들과 처음 접촉하던 때부터 세라믹 예술이 욕망하던 것이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세라믹스 코뮌>전의 관심이 정작 이 시대에도 세라믹 예술로 더불어 함께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모아짐을 알 수 있다.

근대 이전의 동서의 도자기들이나 명장 한상구 혹은 강진관요의 최근작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된 세라믹의 정체성을 다시 불러내어 새로운 장소와 버전으로 생각하게 해 준다. 이승택의 작업들은 1960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도자기나 민족 문화 전통에 대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던지는 도발적 질문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신미경의 작업들은 달아 소멸되는 도자기에 대한 페이크를 통해 물질적 혹은 정신적 가치의 영구성을 담보하는 듯한 확고부동한 도자기에 관한 인식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들 작업들은 각각 서로 대비되거나 다른 작업들과 만나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최인수는 인간이 몸 담고 사는 이 지구촌에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도모하는 일의 의미를 흙과의 신체적인 접촉과 명상적인 호흡을 통해 기록한다.

그런가 하면 이수경의 작업들은 세라믹을 둘러싼 견고한 문화적인 기억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번역을 통해 재구성하여 살아있는 오늘의 세라믹 이야기로 살려낸다. 나현은 문화 인류학적 가치가 흐르고 유랑하는 이산의 현장에서 정체성의 신화를 끈질기게 추적하며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신상호는 세라믹에서 출발했으면서도 근대가 쳐놓은 장르의 경계를 아예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회화적이거나 건축적 차원에서 자유자제로 삶을 해석하며 새로운 경지를 구축해 간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Gregory Maass)는 고대와 근대를 뛰어넘어 새롭게 갱생된 삶의 실천을 세라믹으로 구조화 하며 네오다다적인 방법으로 삶과 예술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

안준철은 교육현장에서의 제자와의 대화와 교감을 초상조각이라는 형식을 통해 실천하고, 한 초등학교의 졸업식장을 분원리라고 하는 한때 세라믹 마을 공동체였던 구성원들의 소통과 축제의 마당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김나형은 그에 감동받아 예술이 한 사회 공동체의 성립과 전개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영상기록을 통해 보고한다. 엄정순과 시각장애우 교육 프로그램인 (사)우리들의 눈은 코끼리 그림과 장님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로 프로페셔널한 시각예술의 개념이 결핍된 맹목적인 감각과 직관 없는 개념의 공허함에 관한 근대적 분별심에 경종을 울리며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연다. 최지만은 그릇의 형식에서 벗어나 세라믹을 동시대 인간들의 삶의 생태의 기록으로서 활용한다. 앰버 진스버그 & 조셉 마드리갈(Amber Ginsburg & Joseph Madrigal)의 공동작업 K[ne(e){a}d] Project는 인간의 신체와 음식, 그리고 그것을 구어내는 기물로서의 세라믹을 나눔의 공동체의 성찬식으로 보여준다. 장 피에르 레이노(Jean Pierre Raynaud)는 격자 형식으로 규정짓는 모더니즘의 구축물을 주거하는 집과 그 해체를 통해 재고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