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영역을 넘어 확장으로
“크로스오버”의 뜻은 서로 다른 두 장르 이상의 결합입니다. 예술과 종교가 만나 본래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상호소통을 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십자가(CROSS)를 주제로 작가와 관람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본래의 이미지를 넘어(OVER)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CROSS
 십자는 인류가 사용한 문양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중에 하나이며 자연관, 우주관, 세계관, 인생관을 표출하는 상징이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의 십자가는 가장 무서운 형벌의 도구였고 치욕과 고통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계기로 신앙의 상징이 되면서 부활과 희생 그리고 구원의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으며, 현대인에게는 다양한 의미와 효용성을 가진 기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두 개의 수직 교차하는 간결한 구조이지만, 미학적으로는 수직과 수평의 만남으로 매우 모던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이처럼 다양한 상징을 지닌 십자가를 자신만의 상징기호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앙을 고백하는 작품도 있지만 교차로적인 형태에서 빛과 어둠, 의식과 무의식, 삶과 죽음 등의 의미를 파생시키고,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투영하기도 하며, 모던한 형태를 실험적으로 조형화하는 작품들까지 다채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OVER
“예술이란 우리들의 마음속에 한편으로는 가장 깊은 생존의식을, 다른 한편으론 가장 높은 감정과 가장 소중한 사상을 불러일으키는 이성적, 의식적인 생명의 표현이다. 예술은 동일한 감정이나 신앙과 관련되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감정을 지니기 때문에, 인간을 개인적 생활로부터, 보편적 생활로 향상시킨다.” -귀요 (Maria Jean Guyau, 1854~88)
 톨스토이는 그의 예술론에서 “예술성의 진위를 가리는 방법은 관객이 작가와 공감하고 그 작품을 감상한 또 다른 사람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때 그 작품은 비로소 훌륭한 예술품이 된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오늘날 특이한 재료의 탐닉으로 혼재한 현대미술 안에서 도자, 유리예술은 자신 또는 스스로의 존재성에 대해 꾸준한 성찰을 거듭하고 있으며 주제에 대한 깊은 집중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도자, 유리 예술로 표현된 십자가가 지닌 조형성과 작가들이 부여한 상징의미들을 함께 공감한다면, 파급효과는 하나 더하기 하나 그 이상의 힘을 가질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십자가를 매개로 내적인 믿음과 자신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을 하고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작가와 자신의 감정을 교감, 소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와 예술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서로 영감을 주고받았으나 근대 이후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현대에도 서로 상상력을 얻고 창조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전지나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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