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하의 작품들은 생명체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지난 여섯 번의 개인전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유기적인 포름들은 인체나 동물 혹은 식물의 부분들을 연상시키는 것들로서 살아있는 것, 특히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은하 작품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약간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는 표면의 텍스추어 역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과정의 하나로서 일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가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이전의 작품들과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나 제작방법 등은 과거의 것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포름의 변화이다. <自花自讚>이라는 전시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지 않은 크기의 꽃과 식물들이 이번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반복적이고 오랜 시간 인내를 필요로 하는 표면의 텍스추어는 이제 포름의 겉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하나의 포름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 결과 꽃과 식물들은 이전과 다르게 다소 절제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이제 막 성장하여 푸릇푸릇한 상태가 아닌 아주 천천히 피어나 오래도록 그 형태를 유지해 온 듯한 원숙함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이은하가 꽃과 식물의 포름에 천착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다양한 조형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거부감 없이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생명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줄곧 조형의 영역을 지켜온 그녀가 제작하는 오브제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소유하기에는 왠지 부담스러운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조형작품이 관객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심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작품의 포름을 수정함으로써 자연 본질에 대한 예술적 표현의 심화와 함께 공예 본연의 역할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이번 전시에 나타나는 포름의 변화는 생활 속의 오브제를 천명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뚜렷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김 진 아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이  은  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일본 다마(多摩)미술대학교 회화과 대학원 졸업(도예전공)

개인전
2005 제7회 개인전(서울/가나아트스페이스)
2004 제6회 개인전(서울/마포아크로타워모델하우스)
2001 제5회 개인전(서울/인사아트센터)
1997 제4회 개인전(서울/토아트스페이스)
1993 제3회 개인전(동경, 긴자/갤러리나츠카)
1991 제2회 개인전(동경, 미나미아오야마/아트스페이스)
1990 제1회 개인전(동경, 긴자/이치가와 화랑)

단체전
2005 한국현대도예가회전(안산/단원미술관)
2005 자연ㆍ城ㆍ인간2005(수원/수원미술관)
2005 흙의 시나위 1000개의 컵전(서울/갤러리 숨)
2004 한국공예대전(익산/익산솜리예술회관)
2004 <행복-미술여행>전(서울/조선일보미술관)
2003 한일도예작가교류전2003(서울/사간갤러리)
2002 우회전ㆍ좌회전(경기, 광주/영은미술관)
2001 세계도자기엑스포공모전(경기, 이천/이천세계도자센터)
2000 2000서울공예대전<상생의 힘>(서울/시립미술관)

현재
홍익대학교 도예ㆍ유리과 겸임교수, 충남대학교 출강
한국현대도예가회, 흙의 시나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