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가 있는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에 오기 전에는 영국에 있으면 유럽 곳곳을 다니며 여행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인것 같다. 엄청난 작업량과 함께 논문의 마감일은 다가왔고, 일차적으로 마무리 하고 무작정 떠난 곳이 이탈리아 였다. 53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올해 열려서 가보고 싶었던 것일까, 특별한 이유없이 다음 목적지로 이탈리아를 꼭 가보겠다고 마음 먹은지 몇해가 지나서야 지금에서야 가게 되어서 인지, 아니면 파인아트에 대한 목마름이 갑자기 찾아온 것인지 확신 할수 없지만 이유가 어떻게 되었건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는 디자인 공부의 중간에 파인 아트의 불을 내게 다시 심어준 촉매제 역할을 한 것임에 분명하다.

이번 비엔날레에 가기 전, 전시를 보고 가늠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현대 도예가 세계 무대, 즉 이번과 같은 비엔날레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있는 지 그 현 주소를 가늠해보고자 한 것이 첫째이고 두 번째는 그러한 도예 작업이 다시 도예계 틀안에서, 세라믹 전문 갤러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어떻게 보아질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 두번째 였다. 그래서 전시를 보는 동안 작가들이 세라믹이라는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에 관해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발견한 도예 관련 작업은 스웨덴 작가 Jan Hafstrom의 작품이었다. 그의 벽면 설치 MDF 작품들은 각기 다른 사회 이슈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가운데 도자기를 사용한 풍자적인 작품이 나의 눈을 사로 잡았다. 한 쪽에 그릇들을 닦고 있는 주부로 보이는 여자, 떨어진 그릇이 아프리카대륙을 만들고 있고, 그 여자 이미지도 깨어진 그릇처럼 조각나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마치 이 여인이 무심코 떨어뜨린 그릇들처럼, 판게아 때는 다른 대륙과 함께 붙어있었지만 지금은 사회, 정치분쟁, 전쟁 등 세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대륙이다. 마치 강대국들의 무심한 세력싸움의 결과인듯 다양한 의미 해석을 가져올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도자기와의 연관성으로 보았을 때 아프리카를 깨진 도자기 접시에 비유한 것은 도자기의 물질성을 아주 잘 나타냈다고 생각되었다. 하얀접시들은 지금의 검은 대륙에 비교되던 아프리카를 표현하는 반어적인 표현이었을까, 마치 나에게는 깨진 접시들의 날카로운 면이 아닌 하얀색의 순수성이 더 다가왔다.

 

 

다음 작품은 Bertozzi&Casoni의 긴 벽면을 가득채운 Infinita라는 제목의 패러디 작업이었다. 앞의 Jan Hafstrom의 작품이 도자기를 작품의 부분으로 사용해서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였다면, 이 작품은 세라믹을 주로 쓴 설치 작품이었다. 자세히 보면 각각의 구급상차처럼 보이는 세라믹 박스에 재미난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상 패러디부터, 고흐, 뭉크의 작품 패러디 등 숨은 그림찾기 처럼 패러디 된 것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각각의 박스에는 세라믹으로 된 피겨린 뿐만 아니라 물감, 붓, 페인트 통 등도 함께 들어가 있었는데 빨간 적십자 표시와 함께, 여전히 진행되고 있거나, 고쳐지고 있거나 혹은 수술이 된(패러디 된) 작품의 내용과 잘 맞아 관람객으로 하여금 묘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번 비엔날레 에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도 상영되고 있었는데 아주 어둡고 음산한 느낌이 나는 전시실에 들어가니 커다랗고, 피가 연상되는 꽃들과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가운데 Nathalie Djurberg의 Experimentet라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종교와 사회, 정치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는 비디오와 금방이라도 잡아 먹을 것 같은 꽃들, 음악이 그 분위기를 더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다.

국가관에서는 스페니쉬 아티스트인 Miquel Barcelo의 도자기 작품들을 찾을 수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pot들, 자세히 보면 사막에서 많이 만날 것 같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마치 도자기 몸은 사막과 초원으로 변하고 그 속에서 그곳의 환경과 닮아있는 동물들을 만나고 온 느낌이다. 그 들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퍼포먼스 비디오와도 만난다.

 

마지막으로 이번 비엔날레 77개의 파빌리온 중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덴마크관. Ingar Dragset과 큐레이터 Michael Elmgreen의 만남이 단연 돋보였던 곳에 도자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이번 덴마크 국가관을 보면서 도예의 범주 안에서만 보았을 때 단순하게 지나쳐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의도와 기획력에 있어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어느 콜렉터의 죽음ʼ이라던지 지진이 나 버린 집안 인테리어, 부엌에 가득히 있는, 무엇인지 알수 없는이미지를가지고 있는 접시들은 물론 커다란 주제의 부분들로 세라믹으로써의 물질성(Materiality)이 그 중심에 있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컨템프러리 아트 세계에서 다시 한번 신선하고 상상력을자극하는, 가능성있는 재료로 부각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면서 도자기 작품을 하나도 찾지 못하면 어쩌지 하던 걱정(?)은 한순간에 바로 없어졌고, 각 파빌리온에서는 문화에 따른 도예의 다양함을 볼 수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어찌보면, contemporary art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곳에서 도자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꼈다.

많은 도예 작품들이 도예 전문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또는 순수예술의 장르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전시되고 있다. 현 시대의 도예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도예작가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재료 로써 현시대를 표현하려고 하는 그들은 무엇때문에 도자기의 재료성을 이용하는 것일까....내 머리 속의 많은 질문들이 그들에게 하는 질문이고, 또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평생 스스로 대답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겠지...

참고 하면 좋을 2009 베니스 비엔날레 관련 링크

네이버 오늘의 미술-http://navercast.naver.com/art/theme/1166

네이버 캐스트 한국인-http://navercast.naver.com/korean/artist/293

베니스 비엔날레 홈페이지-http://www.labiennale.org/en/art/

블로그 관련 글-http://sunaekim.tistory.com/

홈페이지 바로가기- www.sunaekim.com

 

영국리포터 김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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