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먹이 소성 

꺼먹이 구이 글 : 도예가 박순관

정보화시대의 도래에 따라서 동·서양의 현대도예는 활발한 정보교환을 통하여 상호보완되고
있으며, 동시에 그 표현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국적 요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가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전통의 가치를 모른다거나 잊고 있는 사이에 그
것이 외국으로부터 역으로 소개되는 경우와 심지어는 그것이 외국의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
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좋은 용어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던
가 때로는 우리의 용어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것 중에 '꺼먹이'라는 것이 있다.
꺼먹이는 도자기 소성 시에 강제로 연기를 먹여서 기물이 까맣게 변한 것을 말한다. 이는 서양
에서는 거의 발달하지 못한 소성방법으로 대체로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야 3국에서만 발달했다
고 보겠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방법은 기와를 굽는 방법으로 남아 있어서 천하게 여겨지고 있
는 형편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의 토기를 재현하거나 질시루를 구워낼 때 이 방
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위의 세나라 중에서도 그 맥을 가장 잘 이어오고 있다. 그 가운데 오지그
릇 중의 하나인 푸레독은 서양에서 들어온 소금구이와 우리의 꺼먹이 구이가 혼합하여 새롭게 창
출된 방법인데, 이 기술이 이미 약 50년전에 사라져 아쉽게도 그 맥이 끊겼다. 1970년대 초에
는 정동훈 씨에 의하여 새로운 꺼먹이가 생활도예로 탄생된 바 있었으나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한편, 16세기에 일본에서 시작된 라쿠소성이 뒤늦게 미국에서 꽃을 피우며 전 세계적으로 전파
되었다. 이 기술은 전통적인 방법에는 없었던 연기를 먹이는 기술로까지 발전하였으며 현대의
라쿠는 서구에서 일본으로 역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도예에서는 연기를 먹인 기물은 모두가
라쿠기법이라고까지 오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양에는 야외소성 외에는 꺼먹이 소성이 존재하
지 않는다. 그래서 구미의 현대도예가들은 동양적인 방법을 선호하는데 일본의 도예를 통하여
받아들이고 있다(지금은 우리나라 소성법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의 예술가들은 이미 저화도의
꺼먹이뿐만 아니라 신라토기와 같은 고화도의 꺼먹이 구이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져왔다. 우리의
도예도 이 분야에 대하여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꺼먹이에 대한 용어와 그 방법
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 '꺼먹이'란 용어에 대하여
장작을 연료로 하여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원하는 온도만큼 불을 때면서 막바지에 생 솔가지
나 고무 등 연기가 많이 날 수 있는 연료를 아궁이에 넣는다. 그리고 급히 굴뚝과 아궁이를 막
으면 연료가 불완전 연소되면서 그을음(탄소)이 발생한다. 이 그을음이 기물의 미세한 기공에
스며들어 그릇이 짙은 회색이나 검정색이 된다. 이러한 방법은 약 800℃의 낮은 질그릇부터
1,200℃ 이상의 고온소성까지 모두 이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소성방법을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용어가 없어서 대개 설명적인 용어로 대신하고 있으며, 저마다 그 표현을 달리하기 때문에 혼란
스럽다. 간단하게는 환원소성이라고만 하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환
원소성은 가마 내에 산소공급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유약의 색상에는 큰 변화를 주지만 태토에
미치는 영향은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적색토라 할지라도 환원소성만으로는 회백색으로 나올
뿐 검정색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검정색 토기가 되려면 강제로 소지에 연기를 먹여야만 하며 이
때문에 이 기술은 독립된 용어로 불려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표현한 간단한 용어가 없이 강한
환원, 침탄 작용(浸炭作用), 탄화소성(炭化燒成), 흑도소성(黑陶燒成), 훈연(薰煙), 연기소성, 연기
먹임, 연쇄 먹임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이들 가마를 토기가마, 흑도가마, 시루가마, 기와가
마, 질그릇가마, 감투가마 등 기물, 용도, 형태상의 용어 등으로 복잡하게 불리고 있다. 그래
서 이에 대한 용어를 찾아보니 전통기와 공방에서 쓰여져 내려오는 '꺼먹이'란 용어가 있었다.
이 말의 뜻은 '검은 연기를 먹여서 구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연기를 먹여 구운 기물을 '꺼
먹이'로, 그러한 소성방식을 '꺼먹이 구이'로, 또한 이러한 가마를 '꺼먹이 가마'로 부르면 전과
같은 혼란이 되풀이될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일본에서는 '燻し燒き(이부시 야키)'로 불린다).

◈ 현대의 꺼먹이 구이
현대도예의 경향은 점차 화도의 제한을 받지 않으며 저화도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화도의 틀에 얽매이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꺼먹이 구이의 장점은 보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실제로는
작업이 간편한 점이라고 하겠다. 이 작업은 한 번만 구우면 되고 장식도 유달리 걱정할 것 없
이 불꽃의 흐름에 의한 문양과 기물이 겹쳐져서 나타나게 된다. 소성 자체로 색감과 문양이 나타
나므로 어떤 문양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거리가 해결된다. 게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를
더불어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이기도 하다.

◈ 기와가마, 뺄불통 가마를 이용한 꺼먹이 구이
전통적으로 꺼먹이를 굽기 위한 가마로는 뺄불통 가마가 있다. 이는 삼국시대 토기 등에서
비롯되어 기와를 굽는 데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옹기와 질그릇을 굽는 가마로 쓰이고 있다. 그러
나 현재의 기와가마는 이미 감투가마라는 단가마 형식으로 모두 바뀌어 경기도 하남시와 장호
원, 음성 등에 집단적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질그릇을 굽는 뺄불통 가마는 경기도 이포와 전남
보성등 몇몇의 옹기공장에서 쓰이고 있다. 현대도예가들이 꺼먹이 구이를 할 경우 자신의 작품
을 기존의 꺼먹이 가마로 가져가서 굽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지리적 여건이나 소성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러나 전원에 작업장을 가진 도예가들은 경제적 부담이 적은 붉
은 벽돌로 조그만 가마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몇 해 전에
옹기대장인 배요섭 씨를 초청하여 한국의 뺄불통 형식의 꺼먹이 가마를 짓기도 했다. 필자는
스위스의 도예가 아쉬 뤼펜나흐트 씨의 작업장에서 그가 꺼먹이 가마를 조그맣게 지어서 유럽
의 몇몇 작가들과 함께 꺼먹이 작품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도 있다. 유럽에서도 동양
의 장작가마에 의한 작품은 많이 있는데 대부분 산화소성하기 때문에 붉은 빛 일색이다. 이에
비해 유럽에서 활약하는 도예가 양승호 씨는 최근 신라토기에 사용되었던 꺼먹이 구이을 도입하
여 자신의 고화도 장작가마에서 검정색으로 구워낸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 꺼먹이 구이의 예
다음으로 기와가마를 이용한 꺼먹이 구이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하며, 이는 가마를 밀폐할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가마, 심지어는 고화도 토기나 푸레독 소성이라도 기본골격은 마찬가지
임을 밝혀둔다.
① 가마 안에 기물을 재임한다. 날그릇이거나 초벌된 기물이거나 모두 가능하다. 작품 전체가
까맣게 되기를 원한다면 독립적으로 재임한다. 그러나 기물 표면에 어떤 자국이 남기를 원한
다면 그 장소를 미리 생각하여서 자국이 생겼으면 하는 부분에 기물을 겹쳐 놓든지 바닥게 눕
혀야 한다. 흙 조각으로 모양을 만들어 겹쳐 놓으면 인위적인 무늬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②
가마 문을 위로 50cm 정도만 남기고 막은 후에 멍개 흙이라는 고운 모래가 섞인 흙을 바른다.
굴뚝이 따로 없기 때문에 문 위쪽이 임시 굴뚝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③ 장작을 연료로 하여
피움불을 땐다. 물론 처음에는 기름이나 가스연료라도 가능하다. 피움불을 4시간 때고는 천천히
중불로 들어가 5시간 가량 때면서 점차 온도를 높인다.(이 때 가마의 크기나 재임된 소지의 특
성을 파악하여 깨지지 않도록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④ 불길이 굴뚝으로 치솟으며 기물이 모두
빨갛게 달아오르고 원하는 온도가 되면 아궁이를 철판으로 덮어 불길을 줄인다. ⑤ 굴뚝을 벽
돌 하나 정도의 구멍을 남겨두고 막는다. 그대로 3시간 정도 놔두면 아궁이에 있던 장작들이 거
의 타서 숯만 이글이글 피어오르며 굴뚝으로는 파란색 연기만 난다. ⑥ 이 때 미리 준비해 두었
던 고무를 한 리어카씩 아궁이에 재빨리 집어넣는다(에전에는 생 솔가지를 넣었다). 연료를 다 넣
으면 아궁이에 벽돌을 쌓아서 완벽하게 막고, 굴뚝도 직경 3cm의 구멍만 남도록 막는다. 이것
은 아궁이의 고무가 탈 수있는 최소한의 구멍이다. 가마는 열과 압력에 의하여 가마벽에 작은
틈들이 생겨 연기가 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막기 위하여 멍개 흙물을 가마 전체에 고루
뿌려주어야 한다. 약 4시간이 지나는 동안 작은 구멍으로 나오던 연기의 색깔이 검은 색에서
청색으로, 다시 투명한 색으로 바뀌게 된다. ⑦ 그러면 구멍을 완전히 막아주고 다시 한번 흙
물을 뿌려주면서 소성이 끝나게 된다. 그러나 숯이 타는 시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가마를 식히는
데는 3일 가량 소요된다. 만약 기물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가마 문을 뜯으면 공기가 들어가면
서 다시 산화되는 수가 있으므로 기물이 식을 때를 반드시 기다려야 한다. 푸레독의 경우는 약
1,200℃ 이상으로 구운 다음에 소금을 뿌려주고 나서 위의 경우와 같이 연(煉)을 먹이는 것이다.

◈ 노천소성, 라쿠소성에 의한 꺼먹이 구이
노천소성은 자연히 부분적으로 꺼먹이 효과가 생기는데 이에 착안하여 흑도가 탄생되었다. 흑도
는 기물이 600℃ 이상 달구어졌을 때 왕겨나 마른 소똥이나 말똥으로 기물을 완전히 덮어 씌워
서 연기를 먹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이와 같은 꺼먹이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현대
도예가들도 조그맣거나 형태가 단순한 작품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손쉽게 구워내고 있다. 라쿠소
성은 원래 유약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출발하였지만 지금은 그에 상관치 않는 추세로 꺼먹이
효과만을 원할 때에도 이용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주로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꺼먹이 작
품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단시간 내에 간편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하는 부분을
산화된 붉은 색이나 혹은 검정색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물 깊숙이 탄소가 스며들지 못한 작품은 소성 당시와는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검정
색이 탈색되기도 하며, 전용의 꺼먹이 가마에서 구운 것에 비하여 색상이 진하고 탁하여서, 부드
럽고 깊은 맛이 덜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라쿠소성으로 꺼먹이를 하려면 꼭 라쿠가마를 갖춰야
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나, 기존의 개스가마를 이용해도 된다. 도예가 이희순(옹방
도예)씨는 높이 50cm의 큰 기물일 경우에는 0.3루베의 석유가마를 이용한다. 이렇게 가마가
클 경우에는 라쿠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작품을 초벌온도 이상으로 소성한 뒤 가마의 온도를
약 500℃까지 식혀서 꺼내야 한다. 그러나 기물을 너무 식히면 톱밥에 넣어도 연기가 스미지 않
으므로 붉은 기운이 보이는 마지막 순간까지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꺼내어 톱밥에 넣는다.
만약 통에 넣을 수 없는 경우에는 바닥에 놓고 톱밥을 뿌리며 적당하게 연기를 먹었을때 물
을 조금씩 뿌려서 기물을 식힌다(작품이 판상조립이거나 기물의 입구가 작아서 물 속에 넣으면
손상을 입을 경우에는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 주면서 식힌다). 물로 식혀서 꺼먹이의 효과를 정착
시키는 일을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 꺼먹이의 효과를 위한 방법
꺼먹이 작품에는 어떠한 흙을 사용해도 검정색이나 짙은 회색으로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으
므로 흙의 질감 표현만을 고려하면 된다. 그러나 라쿠식으로 할 경우는 급열·급냉에 잘 견디는
흙을 선택하여야 한다. 또한 장식으로는 대체로 마연을 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 작은 작품일 경
우에는 반 건조상태로 마연하지만 크고 복잡한 형태일 경우에는 완전 건조 후에 부분적으로 화
학풀(CMC)을 엷게 바른 후 숟가락으로 문질러 가면서 조금씩 넓혀 가면 똑같은 광택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색화장토를 칠한 작품을 겹쳐서 재임하면 연기를 먹지 않은 부분이 화장토색을
그대로 유지하여 검은 색과 아울러 다른 색과의 구성도 가능하다. 특히 마연한 꺼먹이에는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하여 기름, 가구 광택제(액체), 왁스 등을 칠해도 좋다. 기물에 음
각을 하거나 질감을 강조할 때는 원하는 색깔의 흙으로 칠해준 다음에 닦아내는 것이 좋다. 발
굴된 신라토기들도 음각된 부분에 자연스레 흙이 묻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방법
은 로마시대의 토기에서부터 있었던 장식방법이다. 발굴된 토기들은 거의 조각이 나 있는데 이것
을 붙여서 복원한 데에 힌트를 얻어서 토기를 만든 다음에 고의로 깨서 이것들을 각기 다른 소
성 분위기로 굽는다. 그리고는 이것들을 복원하고 조각이 없는 부분은 금칠로 때워서 여러 색상
의 조각들로 구성하는 것도 재미있는 작품을 연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꺼먹이 구이에 저화도
유약을 동시에 사용하여도 좋다. 라쿠소성에서는 유약을 바른 부분은 연기가 스며들지 않아 소지
의 색상이 드러나지만 전용의 꺼먹이 가마에서는 어떠한 색상의 유약이라도 검게 되어 소지의
검정색과 광택나는 검정색과의 차이만이 나타나므로 그러한 효과를 미리 계산한다면 좋은 작품
을 만들 수 있다.

◈ 맺음말
우리는 청동기시대의 흑도 이래로 오랫동안 꺼먹이 구이를 이어오면서도 그것의 중요성을 잊
고 있었다. 또한 이를 잉요한 도예창작품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외국에서 역수입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전통의 꺼먹이 구이에 대하여 좀더 연구하고 이미 사라져 버렸
으나 현대의 도예기술로 쉽게 재현될 수 있는 푸레독 기술을 응용하여, 이를 토대로 한 새로
운 기술을 창출하여 보다 훌륭한 꺼먹이 작품을 탄생시키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2-10-25 19:18:09 학술논문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