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도예가 다프네 코레강 Daphne Corregan
작품과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일 우리 가족은 내가 열여섯 살 때 미국에서
프랑스로 이주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보자르(Beaux-Arts)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후에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의 예술학교에서 쟝 비아지니(Jean Biagini) 밑에서
도예수업을 받게 되었다.
쟝은 폴 솔드너(Paul Soldner)와 함께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작업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단순한 항아리를 더
좋게, 재미있게, 또는 조금 지루하거나 약하게 만들 수 있는 세부적인 표현 방법들에
관심을 갖게 했다. 이것은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감수성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었다. 또한 작품이 표출하는 감정이나 분위기를 고려해야하는 것이기도 했는데,
나는 이것을 내 작업의 기본요소로 삼게 되었다.
작품이 내비치는 ‘감정’이라는
것은 반드시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매우 강한 ‘정서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도 세상의 온갖 사건들, 아름다운 대상, 인간관계나
풍경, 그밖에 다른 여러 문화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상호작용’일
것이다. 나는 그런 감정이나 상호작용이 예술가로 하여금 ‘창조’하도록 만든다고
생각한다.
|
1.「Mould」 60×65cm, 점토,
유리, 1997
2.「Seated Woman」 30cm, 락쿠기법, 1998 |
그릇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나는 단순히 그릇만을 만드는 도예가는 아니지만
여전히 그릇과 그것에 딸린 모든 요소(부분)들을 응용해 작업을 하는데, 그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내가 작업을 해온 구실이기도 했다. 가령 주전자의 경우, 손잡이는
크게 하고, 주둥이는 어처구니없게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그리고 몸체는 스스로 모든
형태와 모양을 취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이런 작업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하면서도
가능하면 빠르고 다이나믹한 드로잉을 추구하였으며, 실제 점토 작업을 할 때도 같은
에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다. 돌이 흔한 남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살았던 시절에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표면처리에 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살구와 올리브 등의
과실이 항아리의 여러 부분에 반복적인 패턴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마치 회반죽을
칠한 벽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으며, 여러줄로 늘어놓은 점토 타일들과 비슷하게
조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들의 경우는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까지도, 락쿠 소성
기법이나 연(煙)을 먹이는 기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3.「Pitcher」 60cm, 락쿠기법, 2001 4. 「Pitcher」60cm,락쿠기법,1999
가르친다는 것 1989년에 나는 모나코에 있는 예술학교에서 도자와 조각 강의를
요청 받았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환상적인 분출구인 동시에 예술가의 ‘창조행위’를
위해서는 더 없는 자극과 동기가 된다. 느슨해질 만한 여유는 없다. 언제나 ‘거기’에
있어야 하고, 항상 새로운 것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시간을 충분히 들여 모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밀었다가는 또 팽팽히 당겨주고, 자꾸 자극을
주어야 하며,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 주면서, 끊임없이 현재를 살아가야만 한다.
이런 것들이 전부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다. 거기서 가르치던
처음 1년 동안, 나는 점토의 부피감이나 부드러운 성질, 딱딱하거나 편평한 표면
사이의 차이점들을 비교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드로잉과 페인팅을 시험해 보았다.
그런 과정들이 나를 꾸준히 성장시켜 왔다고 믿는다.
일상의 경험이나 유머를 투영하고… 나는 언제나 일상의 경험들이나 유머 같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좀 더 도심 쪽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나의 디자인들도 자연스럽게
변화하였다. 1994년의 여러 세계적인 사건들, 특히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의 전쟁은
나는 물론이고 나의 작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나는 작품에 전쟁의 장면을 어린애처럼
그려 넣고, 마치 그림책에 나오는 것처럼 분홍, 노랑, 초록, 빨강 등으로 색칠을
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물감들은 락쿠를 위해서는 좀 밝은 편이었다. 특히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검은 부분과 비교하면 더욱 대조 되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왠지 모를
유쾌함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5.높이 50cm, 락쿠기법, 1989 6.「Feet」
점토, 60×50cm, 2001
새로운 것을 향한 끊임없는 움직임 나는 일종의 ‘애매 모호함’에 늘 관심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원형(原型)을 만드는 작업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는데, 특히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무언가를 ‘기다리는’ 자세의 여성을 많이 만들었다. 또한
손수레나 보트, 마차 등과 같이 이동 수단으로 고안된 구식의 탈 것들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작업도 많이 했다. 아마도 그것들을, 어떤 위급한 상황에 몰려 열에 들떠
작업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줄기차게 흙을 만지고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너무
똑같은 것을 반복하고 있다거나 조금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신선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작업으로 전환한다. 물론 나중에 언젠가는 예전의 작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매우 진지하게 나만의 직관에 따라 끊임없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것 같다.
7.「Double Walled Vase」50cm,락쿠기법, 2002
8.「Chariot」
40×35cm, 1996
‘신체’를 응용한 작업 앞서서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작은 ‘원형’들은 누워있는
두상이나 실제 크기의 옷이라든가 숯처럼 태운 발과 같은 것들로 확대된다.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을 확대해서 작업하는 것은 좀 더 상징적인 의문점, 호기심 등을 전달하거나
그것에 대한 나의 몰입을 표현하려는 의도이다. 하지만 ‘전체’의 형상을 만들 때는
모든 역사와 문화의 숭배물이나 우상들처럼 인형 정도의 크기를 유지하도록 한다.
또한 나는 작품의 내부 쪽으로도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작품들의 겉 표면이 아니라
안쪽을 장식하거나 연(煙)을 먹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무척 심사숙고하여 얼굴을
무표정하게 남겨두고, 그 표면은 마치 벽지나 천을 연상시키는 꽃무늬나 줄무늬 패턴으로
장식했다. 한편 매우 과장된 크기의 ‘발’ 시리즈는 일생동안 우리 육체를 지탱해주고
견뎌온 ‘발’에 보내는 찬사에 다름 아니다.
9.「Head」50cm, 2001
10. 「Mould」 30cm, 점토, 유리, 1998
‘작업과정에서, 그리고 내게 친숙한 것들로부터 얻어지는 영감 또 다른 강한
영감의 원천은 작업하는 과정 자체에서 비롯된다. 가령 ‘몰딩 작업’과 같이, 꽤
오랜 시간 번거로운 수고를 무릅써야하거나 무척 지루한 기법들을 사용할 때도 있다.
그러면 내 작업들은 매우 새로운 다른 방향성을 띠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서아프리카에
여행을 갔을 때, 진흙을 가지고 원시적으로 집을 짓는 방법이나 동이나 알루미늄의
캐스팅 방법,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들을 보고 그것들을 내 작업의
재료나 기술에 응용할 수 있었다. 점토에 비해 부서지기 쉽고 귀한 성질을 표현하기
위해 유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몇몇 작품들에서 나는 유리 자체가 점토와 반대되는
성질이기보다는 점토를 위한 몰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나는 가능하면 자연스럽고 충실하게 어떤 영감과 아이디어의 흐름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내 작업의 대부분은 매우 단순하고 친숙한 대상들이나 요소들을 이용하는데, 그것들을
조금 다른 맥락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띠도록 하는 것뿐이다. 나는
실제로 어떤 새로운 형태를 창조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심지어는 아이디어조차
사물들이 원래, 그리고 항상 어떠했는지에 대한 연속된 기억들로부터 빌려오는 것이다.
11.「Head」 65cm, 락쿠기법, 1999
12.
「Tubon Wheels」 60×50cm, 점토, 금속, 청동
13. 「Cylinder」 60cm, 점토, 1999
다프네 코레강 Daphne Corregan ｜ 1954년 미국 피츠버그 출생. 올해 스위스의
Galerie Marianne Brand 에서의 전시 등 최근 5년 동안만 14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이태리 파엔자 국제 도자 공모전, 프랑스의 샤토루 도자 비엔날레 등에서
수상하였다. 1989년 이후로 모나코의 예술학교에서 도예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공예전문지 월간 크라트제공 www.crar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