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야키 - 나카무라 킴페이 <메타세라믹에서 현재를 찾음> 위대한 접근 글: 기무라 시게노부(木村重信/미술평론가) 번역: 박수아(홍익대 도예연구소 연구원) 과거에는 하나의 유파가 아카데미즘화하는 것은 적어도 한세대가 걸렸으나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5년이면 충분하다. 현대미술이 특정 양식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가지 양식과 혼재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도예의 세계에서도 사정은 같다. 많은 사람들은 영원한 양식이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전통적 양식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처럼 믿고 있다. 그래서 고구다니(古九谷-일본 도자기의 한 양식), 고에츠(光悅-일본 전통도예가), 겐잔(乾山-일본 전통도예가)의 미를 현대에 되살리는 것으로 일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찾으려한다. 그러나 전통은 저절로 표현되어 나타나는 것이지 의식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겐잔이나 고에츠의 도자기에 일본의 미의 결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근세초기의 미의식이 나타난 것이지 현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글의 첫머리에 이와같은 사실을 전제하는데 다른 뜻은 없다. 나카무라 김페이의 작품을 지나치게 화려하다던가, 키치적이라 말하면서 뭔가 의심스러운 물건같이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카무라의 작품에 대해 이와같이 느끼는 사람들은 "영원의 예술"을 믿고 과거의 양식을 고집한다. 그러나 과거의 어떤 예술에서도 그것이 처음 사람들의 눈에 비추어졌을 때는 역시 의심스러운 "현대미술"이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향수에 젖은 거울을 버리는 것이 나카무라 김페이의 작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특히 이번의 작품은 다수의 대형도판을 조합하여 만든 높이 7미터 지름 2미터의 대형 원기둥과 3*5.4*3미터의 병풍모양을 하고 있다. 표면 위에는 알루미늄판을 구겨서 촬영한 전사지와 백금으로 처리하고 다량의 소형오브제를 표면에 부착하였다. 그 주위에는 깨어버린 대형 애자를 깔고 구멍 뚫은 변기 등을 배치하였다. 어쨌든 그 거대함과 황량함이 관객을 자극한다. 왜 김페이는 이와같은 당치도 않은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는 관람객의 정면을 향해 서있는 대형 작품으로 관람객을 압도하고 혼란스럽게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도 방관자의 태도로 있을 수는 없고 작품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작품은 실내에 가득 차고 천정으로 뻗치거나 밖으로 나가기도 하는 등 틀 안에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 예를 들자면 그것은 빙하시대의 동굴벽화처럼 경계가 없다. 그와 같은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예술적 세계와 현실적 세계와의 교착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미술상식에서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의미있는 형태를 만드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작품에 작가의 주관을 많이 담으면 담을수록 개성적인 예술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카무라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는 작품에 부가되는 술어가 아닌 주어로서의 작품 그것의 실존을 문제삼았다. 종래의 미술이 일종의 포메이션(formation)이었다고 한다면 나카무라의 인스털레이션은 그것을 부정하고 여러 종류의 오브제를 배열할 따름이다. 포메이션의 앞에 부정의 뜻인 in을 붙이면 인포메이션이 된다. 따라서 이와같은 작품에서 작자는 자신의 인포메이션에 대해서만 말할 따름이며 그것으로 보는 이의 상상력에 호소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도 어떤 매개물도 없이 그 작품에 가까이 접근하여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무엇인가를 체험하는 것 외에는 없다. 따라서 보는 이의 상상력의 크고 작음에 따라 작품의 의미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작품에는 많은 조형적 실험이 시도되었다. 알루미늄판의 구김을 사진으로 찍고 허상을 만든 후 도판에 전사하였다. 붓에 의한 수작업이나 실감의 흔적을 지워버린 것이다. 말하자면 허상의 허상화인 셈이다. 그러나 부수를 곱하면 정수가 되는 것처럼 허상의 허상을 만드는 것에 의해, 나카무라는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세부묘사에 철저하다. 디테일에 의한 아름다움은 롱샷에 의한 원상(遠像)보다도 클로즈업된 근상(近像)에서 얻어지며 그 때 재질감과 촉각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근상은, 얼핏 보는 것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원상과 달리 부분에서 부분을 보는 눈에 의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카무라의 작품은 부분에 앞서 전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전체를 만든다. 이것에 의해 보는 사람도 한마디 한마디를 구별하고 부분에서 부분으로 옮겨가는 것에 의해 그 전체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시점은 하나가 아니라 다시점(多視點)이 된다. 이와같이 원상보다도 근상을, 통일성보다도 다양성을, 시각성보다도 촉각성을 구하는 점에서 이 작품의 특질이 있다. 이점과 관련하여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의 가산적 성격이다. 미술가에게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붙이고 더하여 최종형태를 구하는 타입과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타입이다. 전자를 가산형, 후자를 감산형이라고 한다면 나카무라는 정확하게 전자가 된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감산형의 작가가 많으며 사람들이 좋아한다. 예를 들어 히가시야마 카지(東山魁夷)가 국민화가로 불리며 시카 나오야(志賀直哉)가 소설의 신성으로 칭찬받는 것처럼... 그러나 나카무라는 명확한 생각에 의해 작업을 하는 작가이며 특히 이번의 작품에서 그 생각들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일본의 전통적 미의식을 크게 수정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