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탐구자 베티 우드만Betty Woodman

윤혜진

*목차*

Ⅰ. 서론

Ⅱ. 본론

1. 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

(1)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의 발생

(2)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의 주요 논제

(3)도예에서 나타난 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의 영향

2. Betty Woodman의 작품 분석

(1)소재

(2)표현방법

①제작기법

②형태

③색채

Ⅲ. 결론

*참고문헌

*작가 약력

Ⅰ. 서론

1950년대 피터 볼코스Peter Voulkos를 중심으로 한 점토혁명(clay revolution)은 흙에 내재되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며 도예를 순수예술의 영역에 굳건하게 올려놓았다. 절대적 지지를 얻으며 예술적 가치를 탐구하던 도조작업은 1970년대에 들어서 도자가 가지는 '용(用)'이라는 고유성을 간과함으로서 타 분야로 흡수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자체적인 비판이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티 우드만Betty Woodman을 비롯한 리차드 드보어Richard Devore, 윌리암 데일리William Deley, 웨인 힉비Wayne Higby 등 많은 작가들이 점토혁명의 영향력을 용기에 적용시켜 용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추상'이라는 현대적인 개념들을 불어넣은 작업을 시작하였다. 19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용기로의 회귀'는 도조 작업에만 매달려왔던 한국 도예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자기, 그 자체로 인정받기 힘든 한국 현대 도예의 현실에서 '기(器)'의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서 용기를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베티 우드만은 용기로서 새로운 도자기 미학을 확립한 도예가중의 한사람이다. 1980년대는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다원주의 (Pluralism)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고, 그녀는 이러한 다원주의적 양상의 일환인 P&D운동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에 참가함으로서 도예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두각을 받기 시작하였다. 현대 도예는 1950년 피터 볼코스를 중심으로 한 점토혁명 이래로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개념과 맞물려 급속도로 발전해 오고 있으나 현대 도예가가 도예라는 영역을 벗어나 P&D라는 탈 장르 운동에 적극 적으로 동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본고에서는 예술의 다양한 매체를 받아들이면서 도자의 고유성인 '용기'에 2차원의 요소를 도입하여 새로운 추상을 부여하는 작가,베티 우드만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베티 우드만은 용기의 제작뿐 아니라 판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흙을 매개로 한 작품으로만 국한시켰다. 제 1장에서는 P&D운동의 발생, 논제, 도예계에 끼친 영향에 대하여 알아보고 제 2장에서는 베티 우드만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Ⅱ. 본론

1. 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

(1)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의 발생

P&D 운동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은 로버트 자카니치Robert Zakanitch라는 화가와 그들 친구 몇몇이 그의 작업실에모여 토론을 벌이던 작은 모임에서, 1970년대, 그의 작업실이 있던 뉴욕을 기반으로 새로운 그룹으로 형성되어 발전한 것으로 출발한다. 1970년대 미국 예술계는 아방가드르Avant-Garde라 불리는 전위예술(前衛藝術)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미니멀리즘Minimal Art의 엄격하게 '단순한 오브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반전 운동과 노동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데모, 페미니즘의 성장 등 급진적인 사회적 요인들이 예술계내에서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었다. 젊은 작가들로 구성되었던 이 소모임은 페미니스트 아트feminist Arts와 비서구 문화의 예술에 대해 토론하며 과거 여성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왔던 '장식(decoration)'의 중요성에 대해여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P&D 운동이라는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하였고 이 운동은 로버트 쿠쉬너Robert Kushner, 네드 스미스Ned Smyth, 미리엄 샤피로Miriam Schapiro 등의 의견이 같은 예술가들과 함께 탄생되었다.

Robert Zakanitch Robert Kushner Ned Smyth Miriam Schapiro

(2)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의 주요 논제(論題)

반세기가 넘도록 추상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이며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아방가드르는 20세기 초반 예술계에 절대적인 가치가 되었고, 따라서 '장식'이라는 것은 그런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저급 문화로 상징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비서구미술 뿐 아니라 동서양을 통틀어 생산된 카펫, 퀼트, 직물, 모자이크 및 그 밖의 공예품 등에서 영감을 얻어, 장식미술을 금기시하는 미술계의 조류에 반기를 드는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P&D 운동은 현대미술에서 장식의 위상을 높이려 하였고, 그 내면에는 비계급주의, 남 녀평등주의, 비형식주의를 지향하고 있었다. 비평가 존 페로John Perrault는 "우리는 제3세계를 인정하는 미술 혹은 전통적으로 여성 작품으로 간주되어온 그러한 형태들을 인정하는 미술, 다시 말해 척박한 환경에 활기를 띠게 하는 미술을 필요로 한다." 고 <아트 포럼Art Forum>에 밝히기도 하였다. P&D 운동가들은 저급 미술인 'minor Arts'에서 고급미술의 경계를 넘어 미술과 일상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또 획일적이고 기능주의가 팽배했던 당시 예술계의 상황에서 자율성, 다양성, 개성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P&D 운동이 발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1977년 뉴욕에서 존 페로가 기획한 '패턴과 장식Pattern and Decoration'이라는 전시회와 1979년 필라델피아에서의 IAC(International Academy of Cramics) '장식의 충격Decorative Impulses'라는 전시회에서부터였다. 그 후 P&D 운동이 야기된 뉴욕에 위치한 솔로몬 갤러리Solomon Gallery에서의 전시는 P&D 운동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꾸준한 타 미술관에서의 전시 역시 이 운동의 작업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순수예술계에서 'Decoration(장식)'은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P&D 운동가들은 미니멀리즘의 방법론을 배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니멀리스트들이 즐겨 사용하던 평면화된 격자무늬나 동일 패턴의 반복 등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색채를 대담하게 사용한 대형회화나 팽팽하게 펴지 않은 천 위에 바느질한 수예작품 등이 얻어낸 효과는 이론적인 미니멀리즘 회화와 명확히 구분되었다. 철저한 감정의 배제를 바탕으로 수학적으로 규칙적인 구성을 선호하는 미니멀리즘과는 달리 장식미술은 저급예술이라 불리는 민속 장식(켈트족, 이슬람족, 미국원주민 문화에서 나타나는)에서 역사적으로 우수한 문화를 찾아내고 이름 없는 장인들에 더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P&D 운동가들은 장식의 역할을 미술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 그리고 공공장소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점차 기능적인 오브제와 설치작품을 제작하였다.

(3)도예에서 나타난 Pattern and Decoration Movement의 영향

P&D 운동의 도예에 관한 글은 유감스럽게도 매우 작으나 1979년, 베티 우드만의 남편이자, 사진 작가, 화가인 조지 우드만George Woodman은 'Among Sensitive Young Potter'란 글에서 도예 장식과 장식물로서의 도자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도예에 있어서 장식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이 인용에서 조지 우드만은 장식(Decoration)이라는 것은 부가적(2차적)인 것도 아니며 쓸모 없는 것도 아니라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는 1979년 '도자역사 협회Institute for Ceramic History'의 도예 심포지엄에서 오늘날 미국예술은 장식미술과 소위 순수미술(fine art)이라 불리는 예술과의 관계에서 영향력 있고 파괴적인 운동이 다시 시작되려 한다고 하면서 미래에는 도예에서도 이같은 영향이 일어나기를 희망하였다. P&D 운동이 도예에 끼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공예계의 재료들을 재해석하는 등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며 도예가 베티 우드만과 조이스 코즐로프Joyce Kozloff의 타일 작품 등에 영향을 주었다. 1981년 베티 우드만과 조이스 코즐로프는 뉴욕의 네이지 갤러리Tibor de Nagy Gallery에서 공동작업을 하였다. 그 전시는 베티 우드만이 용기를 만들고, 조이스 코즐로프가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작업은 기존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이었고, 곧이어 사람들의 비난을 초래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음해인 1982년 좀더 파괴적인 전시회를 가졌다. 베티 우드만은 신시아 칼슨Cynthia Carlson과 함께 뉴욕에 있는 셜리 굿맨 재단센타 Shirley Goodman Resource Center의 패션기술협회에서 공동 작업을 하였는데 이것은 무제의 설치작업으로 역시 베티 우드만의 용기 위에 신시아 칼슨이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이었다. 베티 우드만과 신시아 칼슨의 소재가 흙과 그림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명백히 그녀들은 동등하다고 생각했고,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모호하게 남겨둠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공동작업이 되었다. 이같은 일련의 작업들은 P&D 운동으로 인해 베티 우드만이 미국의 도예계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로 급부상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P&D 운동은 미술에서의 고정관념을 쇄신해 보고자 한 하나의 운동이며 제3세계의 문화와 여성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P&D 운동은 장식미술이 인정받는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한 듯 보였고, 점차 초장기의 목표를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P&D 운동이 가진 짧은 지구력에도 불구하고 P&D 운동은 미술계 내에서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기존의 원칙에 틀을 깨고, 새로운 실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게 하였다.

Joyce Kozloff Cynthia Carlson

2. Betty Woodman

(1)작품의 소재

베티 우드만이 도예를 시작하던 1950년대 초반은 버나드 리치와Bernard Leach와 일본 도예가 쇼지 하마다Shoji Hamada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시대였다. 물론 그녀도 그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베티 우드만은 일본의 갈색 빛의 다완에 비해 화려한 색채를 가진 전통적인 마욜리카Majolica 기법의 이탈리안 도자(Italian ceramic)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점차적으로 다양한 전통 문화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서 그녀만의 독특한 도예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녀의 작업에서는 중국 도자Chinese vessel forms, 당삼채T'ang Dynasty glazes, 일본의 우키요에Japanese silk-screen prints, 페르시안 텍스타일Persian textiles과 이탈리아의 마욜리카Italian majolica ware, 고대 그리스 도기Greek Amphora등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문화의 예술적 잔상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베티 우드만의 작품에서 최근에 전시된 2001세계도자기엑스포<세계현대도자전>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볼 수 있는데, <리파리의 겐지(남/녀 꽃병)Genji in Lipari(His/Her Vases)>과<시노와 이집트 커플상Sino Egyptian Couple>이 바로 그것이다.<리파리의 겐지>라는 이름의 이 한 쌍의 꽃병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Schiy 섬 해변에서 떨어져 있는 에이오리언Aeolian 섬에 관한 작품이다. 화병에는 에이오리언 섬에 서식하고 있는 선인장과 그 섬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그리스 화병 파편들이 흑백으로 드로잉 되어있다. 이 두 화병을 반대편에서 보면 또 하나의 그림이 있는데 그것은 11세기 일본 소설인 겐지(源氏)에 관한 것이다. 두 화병은 그들 사이의 공간을 흡수하며 하나가 되고, 앞과 뒤에 있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동일한 화병에 그려짐으로서 다시 하나가 된다. < 시노와 이집트 커플상>에 그려진 드로잉은 일본의 우끼요에를 참고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고전 유럽의 자기들을 그린 것이다. 원통형의 양쪽에 붙어있는 판의 모양은 아무렇게나 자유분방하게 잘린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드로잉된 도자기의 모양과 닮아있다. 그녀의 그림은 당삼채나 우키요에와 같은 동양 문화에 의존하고 있으나 형태에 있어서는 동양적인 도자 전통보다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도자기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작품의 형태는 이탈리아의 에트루리아Etruria 도기인 암포라(Amphora)와 매우유사하다. 암포라 항아리는 목이 좁고 커다란 손잡이가 양쪽으로 삐죽이 달려있는데, 이러한 형태는 198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그녀의 작업에서 꾸준히 지속되어오고 있다.

Genji in Lipari (His/Her ases) 암포라

항아리와 도판

(2) 표현방법

① 제작기법
베티 우드만의 모든 작품들은 물레를 이용하여 작업을 한다. 이것은 그녀의 항아리, 꽃병, 주전자 등의 형태만 보아도 쉽게 알수 있다. 그러나 항아리의 몸통에서 밖으로 덧대어지는 판을 자세히 보면 물레를 돌릴 때 생기는 독특한 나선형의 자국들이 있다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그녀가 흙이라는 매개체로 작업하면서 습득된 하나의 노하우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이다.

Zante

② 형태
베티 우드만의 작업은 베개모양의 주전자와, 정면성을 강조한 용기, 그리고 용기를 이용한 설치작업이 주를 이룬다. 그녀는 용기란 항상 담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그것은 역사 속에서 뿌리깊이 내려온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그녀의 작품은 음식을 담거나, 꽃을 꽂을 수 있는 용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용기들은 단지 용(用)이라는 기능의 개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용기(pot)는 실제로 사용될 수도 있으며 장식이라는 개념 자체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녀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면성을 강조한 용기와 공간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용기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정면성 작업은 원통의 용기에 다양한 형태를 가진 용기의 2차원적 형상을 판으로 제작하여 붙인 것으로 이것은 마치 2개의 꽃병이 겹쳐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베티 우드만의 용기에 대한 2차원적 추상은 3차원 형상을 정면에서 보았을 때 생기는 이미지로부터 출발하며, 2차원과 3차원의 끝없는 관계를 통하여 공간 속에서 용기를 재창조한다. 그녀는 3차원 속에 숨어있는 이미지를 찾아낸다. 다시 말해서 2차원으로 표현되는 추상적 이미지는 3차원의 용기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며, 그것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Ostia Edo Fashion Pillow Pitcher

1980년대 초기 그녀는 원통의 용기에 손잡이를 붙이고, 같은 원통에 용기와 손잡이의 그림자를 형상화한 판을 붙이는 작업을 하였다. 그녀는 용기의 그림자를 밖으로 돌출 시켜 입체화하면서 용기에 대한 새로운 추상을 모색하였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그녀는 용기에서 손잡이를 떼어내어 벽에 붙이는 작업을 시도하였는데. 벽에 걸린 조각들은 마치 몸체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몸체와 조각의 빈 공간으로 인해 오히려 형태가 강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베티 우드만의 설치 작품은 복합적인 형태를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용기로부터 출발한다. 용기의 형태는 둘 또는 셋 이상의 조각들이 하나의 작업을 이루며 함께 서있다. 그것과 공간과의 관계는 용기(pot) 자체의 독립적인 형태만큼 중요하다. 용기의 중심에는 3차원이 존재한다. 그녀는 이 공간을 2차원화하여 여러개의 유니트를 만들고 그것을 벽에 걸거나 용기에 접합한다. 다시 말해서 용기의 앞부분, 뒷부분, 혹은 손잡이를 잘라내어 접합하거나 2차원의 형상만 띄게 하여 3차원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강화시킨다. 그녀는 1998년작 <정원의 반영A Garden Reflected>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많은 작은 조각들을 조합하면 커다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각각의 벽 이미지는 벽 앞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입체 화병들을 충실히 반영한다. "

Four Handled Vase with Green Shadow A Garden Reflected

③ 색채
베티 우드만은 1951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이탈리아의 안텔라Antella에서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 이외의 기간 동안은 미국의 뉴욕NewYork에서 작업한다. 그녀의 용기에서 나타나는 색채의 대부분은 원색의 느낌이 강하지만 각각의 장소에 따라 가마, 유약, 그리고 흙의 특색에 미세한 차이를 가진다. 때로 같은 형태의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각각의 장소에서 만들어진 용기의 장식에 있어서는 현저하게 다르다. 그녀는 당의 삼채유, 이탈리아의 마욜리카 기법을 응용하여 다양한 색채를 만들어 낸다. 뉴욕과 안텔라에서의 작업의 가장 큰 차이는 서로 다른 유약을 사용하는 것에 있다. 뉴욕에서는 화장토를 바르고 초벌을 한 상태에서 언더글레이즈underglaze로 드로잉을 한 후 투명유를 시유해 1050°산화 소성을 한다. 그러나 안텔라에서의 작업은 초벌과정을 생략하고, 납(lead)이 첨가된 유약을 사용한다. 납이 첨가된 유약은 980°의 저온소성을 하는데 식기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주전자 등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용기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에서 두 가지 이상의 문화를 표현하는 것은 형태뿐 아니라 색채로도 표현된다. 2000년에 제작한 <일본인 커플Japanese Couple at the Carmine> 에서 한쪽 면은 파스텔 톤의 바탕에 검정 테두리로 기모노를 입은 여인을 다소곳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정적인 아시아인들과는 반대로 자유분방한 이탈리아인을 표현하고자 푸른색과 흰색 등으로 소용돌이 무늬를 그렸다. 그녀의 베개모양의 주전자에서 흩뿌려진 녹색과 오렌지, 파랑 등의 원색적인 색채는 마치 추상표현주의작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의 회화를 3차원화 시킨 듯 하며, 선과 색채가 살아 숨쉬는 거친 붓놀림은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를 떠올리게 한다. 이와 같이 베티 우드만의 드로잉과 색채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된다.

Japanese Couple at the Carmine

Ⅲ. 결론

도예가 베티 우드만이 용기를 제작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작업을 조형적(sculpture)인 작업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그녀는 조형과 용기(pottery)의 사이를 굳이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현재는 모더니즘이 아닌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이며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 등의 민예적 상황은 과거의 상황일 뿐 (물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현 시대는 개인의 작가주의, 내면표출, 작가의 의사 전달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베티 우드만은 조형과 회화에도 표면과 형태에 대한 주제, 2차원과 3차원의 주제, 전통과 창조의 주제가 있듯이 전통적인 도예에도 그러한 주제(theme)가 존재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그녀의 작품을 두고 조형이냐 용기이냐를 묻는 사람들에게 반문한다. 왜 용기 그대로를 분석하지 않는가? 또, 더 나아가서 용기의 3차원이 아닌 2차원적인 형상에 당신의 상상력을 결합시키지 않는가? 베티 우드만은 용기를 2차원의 형태로 재구성하고 다시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제 3의 숨어 있는 공간을 표현한다. 그녀에게 3차원의 모든 공간은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가 된다. 또한 그녀는 잊혀져 가는 전통 문화를 복원하여 자신의 작업에 흡수시킴으로서 모더니즘을 통해 단절되었던 고대 문명에 새 삶을 불어넣었다. 전통 문화의 풍부한 소재를 바탕으로 그녀는 하나의 작품에 동시에 두 문화 이상을 공존시킴으로서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현대 도예에서 대부분의 도예가들은 도예와 회화, 조각 등이 가지고 있는 모호한 한계선, 또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서 나타나는 기능과 조형의 괴리감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베티 우드만은 이러한 문제점을 조화시킴으로서 잠재적인 화합을 유도한다. 그녀는 70세가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얻은 명예에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는 탐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베티 우드만은 확실히 '용기'라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그렇게 많은 문제에 직면하여 표현해 내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국내문헌 노버트 린튼, 『20세기의 미술』, 윤난지 옮김, 예경, 1997. 모인순, 『점토혁명』, 보문당, 1995. 브랜든 테일러, 『오늘의 미술』, 송기매 옮김, 예경, 2002. 세계도자기엑스포조직위원회, 『세계현대도자전』, 세계도자기엑스포2001경기도, 2001. 신상호,『현대 도예-미래를 향한 움직임』,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1993. 국외문헌 Elain Levin, The History of American Ceramics, Harry N. Abrams, Inc., Publishers,New York , 1988. Garth Clark, American Ceramic - 1876 to the present , Abbeville Press, 1987. Garth Clark·Tony Cunha, The Artful Teapot , Thames & Hudson, 2001. Mark Del Vecchio, Postmodern Ceramics , Thames & Hudson, 2001. Article Barry Schwabsky, 『The pot is Betty Woodman's central idea』, American Craft, Apr/May 2000. Nancy Pincenthal, 『Betty Woodman at Max Protetch』, Art in America, Nov 2001. Victoria Eden, 『Baroque Splendour』, Ceramic Review, May/June 2000.

*참고 싸이트

http://hudson.acad.umn.edu/Women/woodman.html
http://www.catpress.com/fanmega/tel/qigreve.htm
http://www.plexus.org/review/perreault/woodman.html
http://www.sharksink.com/artists.asp?artists=3
http://www.studiopotter.org/reviews/video012.htm
http://www.weeklyplanet.com/2001-12-13/freebie.html

*작가 양력

Born : Norwalk, Connecticut, USA, 1930.
1948-50 Alfred University, School of American Craftmen, Alfred, NY.
1957-1973 Adiminister of Recreation Pottery Program, City of Boulder, CO.
1979-1998 Professor of Fine Arts at the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CO.
Award :
1980, 1986 Visual Artist's Fellowship, NEA.
1985 Visiting artist at the Manufacture Nationale de S'evres.
1986, 1987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Fellowships.
Recently Exhibitions :

1998 New Jersey Center for Visual Arts, Summit, NJ, USA.
1999 "Recent Work of Prints and Vases", Bethel College, St. Paul, MN, USA.
2000 "Clay, Bronze, Paper", Max Protetch Gallery, New York, NY, USA.

1999 "Dish", Franklin Parrash Gallery, New York, NY, USA.
2000 "Elbow and Tea Leaves: Front Range Women in the Visual Art (1974-2000)", Boulder Museum of Contemporary Art Boulder, CO, USA.
2000 "Color and Fire: Defining Moments in Studio Ceramics, 1950-2000", Los Angeles Country Museum of Art, Los Angeles, CA,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