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ina Brandt Hansen

손민영(도예가)
Min-Young Son(Ceramist)

1996년 토탈미술관에서 전시된 IAC-KCCA 특별전시를 통해 우리에겐 낯설고도 먼 나라인 노르웨이의 여류작가 엘리나 브란트 한센(E1ina BrandtHansen)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리고 1년 뒤인 1997년 제 7회 진로국제도예전, 또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2001경기도 국제도자워크샵의 초대작가로 한국을 방문한 엘리나는 또 다른 흙의 표현으로 우리를 감탄케 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노르웨이엔 특별히 도자기에 관한 역사가 없다. 단지 몇 백년 전부터 있었던 산업도자 생산시설과 몇몇 도예공방들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소수 노르웨이 작가들이 독일과 프랑스로 이주해 도예 기술을 전수받으려 했지만 그 노력에 비해 주변국들에 열세였다. 1930년대 후반에 이르러 도예와 디자인분야 과목이 오슬로에 위치한 국립예술원에 정식교육과정으로 개설되었다. 그러나 순수예술보다는 도자기와 유리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교육에 더 비중을 두었고 실질적인 도예교육은 1960년대에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지금의 대다수 유럽국가들처럼 노르웨이 역시 복지정책에 힘을 쏟는다. 특히 예술분야에 있어서 국가의 정책에 따라 노르웨이 수공예 협회에 가입을 하면 보조금을 받아 안정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 엘리나의 경우도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이 지원금은 67세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계속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며 작업활동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정부에 제출해야한다는 전제가 따르지만 우리와 비교해 보았을 때는 부러울 따름이다. 더욱이 만들어진 작품들은 화랑이나 그 밖의 공예와 관련된 곳에서 판매할 수 있다. 이런 충분한 조건 때문에 노르웨이 현대도예는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을 하였지만 아직 대부분의 작가들은 여전히 용기와 접시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Spirals. (Diam:60cm, H:8cm)

노르웨이 도예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엘리나 역시 형태적인 면에선 큰 접시 형태를 빌어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형태적인 면보다 외부를 감싸고 있는 표면장식에 더 중점을 둔다. 즉 표현의 중요한 예술적 의미를 장식이라 간주하고 순수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 무늬로 가득찬 그녀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흙이라는 생각보단 마치 잘 짜여진 페르시아 융단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느낌은 그녀가 본격적인 도예 작업을 하기 이전에 섬유를 전공한데서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엘리나는 섬유와 흙이 주는 섬세한 재료적 특성에 매료되어 이를 표현하기 위해 한 작품 당(가로 세로 30cm정도) 열흘이상의 시간을 소요하며 인내를 가지고 작품에 정성을 기울인다. 특히 작업의 완벽을 기하기 위해 작품의 마무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Organic Impression. (L:85cm, B:85cm, H:17cm)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품을 하는데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엘리나의 작품 역시 그녀가 자라 온 환경과 연관을 보인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그녀는 12살 되던 해에 어머니에게서 바느질을 배우며 섬유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항상 바느질로 무언가를 만들곤 했었다. 14살 때에는 우리나라의 문화센터와 비슷한 곳에서 취미로 도예를 배우기도 하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예학교에 진학해 섬유를 전공하고. 윈도우 디스플레이어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시 흙작업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흙과 섬유 이 두 재료의 자연스런 조합을 위해 미술학교에서 공부하였고 그러던 중 스승의 권유로 본격적인 흙작업을 시작하게 되어 현재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의 작업은 섬유라는 분야의 영향 외에도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재 그녀는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호수와 숲으로 둘러 쌓여진 곳에 살고 있다. 그녀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며 그것을 작업으로 옮긴다. 이른 아침 집 주변의 숲을 산책하며 작업을 구상한다. 그녀에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패턴화되어 다가오고 심지어는 하늘조차 패턴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눈과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패턴으로 만들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별의 성좌는 어떤 정교한 구성을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지만 나는 우리가 너무 갇혀져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다고 본다. 만약 우리가 멀리 떨어진 밖의 공간에서 우리의 하늘을 지켜볼 수 있다면. 별들은 아름다운 조각을 형성해 우주의 더 먼 가장자리에 있는 다른 무리들과 함께 일정한 구성을 만들 것이라고 본다."

Cross Structure. (L:55cm, B:55cm, H:18cm)

작업은 아주 정밀하고 계산적인 패턴 스케치로 시작된다. 패턴 스케치가 완성되면 엘리나는 기물의 형태와 패턴의 조화에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왜냐하면 작품의 형태와 패턴,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하게 되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형태는 장식의 결과이며 장식은 형태에 의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 과정으로 색소지를 만드는데, 이것은 백색도가 높은 자기토에 산화물 또는 스테인을 작업에 필요한 색상에 맞게 양(3∼20%)을 조절해가며 물과 섞어 반죽을 한다. 이 때 오랜 시간동안 반죽하여 안료와 흙이 고루 섞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죽이 끝나면 패턴 스케치와 동일하게 색소지를 조합한다.(이 과정은 섬유작업에서 타피스트리를 짜는 과정과 비슷하다.) 색소지를 조합할 때 겹겹이 사이에 넣어 일정한 패턴을 만들기도 하지만 원하는 모양이나 크기대로 잘라 또 다른 패턴을 만들기도 한다. 그녀는 항상 의도적으로 필요한 패턴의 양보다 더 많이 만드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남겨진 조각들이 다음 작업으로의 전개와 새로운 생각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샤모트가 섞인 석기점토(stoneware c1ay)를 기초형태로 하여 그 위에 조합된 색소지를 얇게 썰어 붙이는데 높낮이를 달리해 입체감을 주기도 한다. 석기점토와 자기토의 다른 수축률 때문에 소성시 기술적인 문제가 따르지만 자기를 최대한 얇게 함으로써 극복한다.
초벌소성 후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 라텍스와 왁스를 이용해 투명유를 얇게 시유한다. 재벌소성 후 러스터나 금을 이용해 자유로운 드로잉이나 다른 장식을 더하는데 이런 복잡한 시유를 하는 것은 그 부분이 색소지 위에 새로운 패턴과 리듬을 만들고,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로의 상반된 방법-시유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 패턴과 드로잉-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조형적으로 완결된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작품이 장식적일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되길 원한다. 단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현기법과 완전한 기술적 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연을 보기를 원한다. 내가 생각하는 감동적인 작품은 관객과 예술가 사이에 교감을 본질로 여기는 작품이다. 나는 관객에게 그들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것과 교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 그녀는 접시 형태의 작업에서 벗어나 흙만이 낼 수 있는 다른 성질을 찾아 지금까지 보여준 작업과는 다른 성향의 순수 조형적 도예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Dualism. (L:185 cm, B:85cm, H:8cm) Trio. (Diam:70cm, H:1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