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틴 입센

Steen Ipsen

울라 뭉크 욜젠센 (Ulla Munck Jorgensen)

번역: 김문정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반복의 변화 : The Variation of Repetition>

푸른색, 녹색, 노란색, 그리고 핑크빛과 같은 다양한 색상의 작품들은 경쾌하고 가벼운 유기적 형태를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 빛의 몇몇 작품들과 함께 어울려 덴마크의 노비 갤러리(Norby Gallery)(1)에 전시되었다. 사실 노비 갤러리는 덴마크의 대표적인 도자 갤러리(ceramic gallery)이다. 이번 전시는 스틴 입센(Steen Ipsen)(2)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의 형태와 구조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을 관찰할 수 있다.

Planet Foto, stoneware, 36.5cm

입센의 최근 작업들을 살펴보면, 우선 원통과 구형의 기본적인 형태들을 제작하여 그 위에 작은 부분들을 반복하고 조합하는 작업을 통해 공간성을 포함하는 조형물을 창조하였다. 그의 검은 색 작품을 보면 모래 시계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빌어 와 아래위 방향으로 크기가 점차 커지는 형태 위에 앞으로 뻗어 나온 수많은 돌기들이 붙어있다. 노란 색의 작품은 손가락 형태의 돌기들이 반복되어 나타나 심해 바다 생물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여기서 작은 부분들을 반복해서 전체의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자연의 법칙을 교묘하게 반영하여 작품을 구성하였다. 첫 눈에 다가오는 것은 여러 층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유약으로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된 융기들이다. 이것들은 매우 까다로운 기법으로 제작된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둥근 몸체와 기하학적인 패턴에 따라 반복되어 나타나는 융기들이다.

Planet Foto, stoneware, 56cm/h

그의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푸른 유약을 사용한 불가사리 형태의 작품은 균형이 매우 잘 잡혀 있다. 그것은 하나의 요소만을 반복하였고, 비누방울과 같은 둥근 형태들로 뒤덮인 커다란 원기둥의 유약은 녹색과 노란색으로 자연스럽게 입혀져 있다. 또한 거대한 식물 줄기의 단면을 재현한 것과 같이 내·외부로 돌출한 가늘고 긴 돌기들로 관통된 원형의 접시가 있다. 그리고 4개의 원기둥 시리즈는 다양한 너비의 원판 형태들로 장식이 되어 방울 열매와 같은 형태의 줄기를 따라 둥글게 부풀어 오른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이 표현은 엄격하지만 동시에 명랑하다. 원래 이 시리즈는 보드지로 모델링되었다, 그리고 작품 안에 여전히 종이의 느낌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Planet Foto, stoneware, 36.5cm/h

입센의 초기 작품들이 형태와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전체를 구축하는 것을 탐험하는 것이었다면, 그의 최근 작품들은 선(line)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사실 4개의 원기둥 시리즈는 초기 작품과 최근 작품을 연결해 주는 다리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초기 작품을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와 매끈하고 평평한 표면처리로 특징지을 수 있다면, 이 작품에서 우리는 작가가 공간을 염두에 둔 조형물 제작에 주의를 기울여 도자기 구조에 우선하는 종이 모형의 느낌을 미묘하게 반영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Planet Foto, stoneware, 56cm/h

8각형의 항아리를 포함한 그의 초기 작품들은 별(star) 형태가 기하학적으로 반복되고, 주로 단색처리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모듈러 기법(3)뿐만 아니라 일본의 '오리가미'(4)를 연상할 수 있다. 1996년 이후의 그의 작품들도 별(star) 형태를 이용했으며, 하나의 요소를 다양한 변화를 주어 반복하는 것을 통해 구조를 완성해 가는 매력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작들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더욱 밝아진 색상, 유기적인 형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바로 조형성과 공간적인 표현으로서의 입체 구축이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여러 색이 섞여서 흘러내린 유약은 작품의 촉감을 부각시켜주고 기하학적 형태를 보다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Planet Foto, Porcelain, 22×35cm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 최근의 작품들은 대다수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서 보이는 완고한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응이다. 나는 빈틈없는 구조 속에서 작업을 진행하지만, 그것은 직관적인 것이다. 또한 나는 자연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 부분들이 반복되는 것, 기하학적이고 공간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모두 자연 속에서 존재하면서 진행되는 작용들이다. "

Planet Foto, stoneware, 20cm/h

입센의 모든 작품을 통해 그의 완벽한 접근 태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먼저 작품 스케치를 한 뒤 보통 보드지를 이용해 입체적 모형을 제작한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석고 캐스팅하여 소성, 시유하게 된다. 갈색의 부풀어 오른 요소들의 반복으로 제작한 작품은 자연스러운 형태의 긴장감을 얻기 위해 몰드를 이용하여 성형한 뒤 두터운 갈색 유약을 시유하였다. 공예가로서의 다양한 기술과 재료를 다루는 전통적인 방법에 도전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과장된 유기적 형태와 기하학적 구조체 사이의 경계선에 위치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발현되었다. 이는 마치 자연과 문명간의 대립을 현대적인 표현을 통해 나타낸 것과 같다.

<주석>

1) 노비 갤러리(Norby Gallery)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위치해 있다.
주소: Vestergade S, DK-1456 Copenhagen K, Denmark.

2) 스틴 입센(Steen Ipsen)은 코펜하겐의 'Danish School of Design'과 콜딩(Kolding)의 'School of Applied Arts'에서 수학하였고, 현재 'Danish School of Design'의 도예·유리 학과의 학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3) 르 꼬르뷔지에(La Corbusier : 1887∼1965)는 1887년 스위스에서 출생한 건축가이다. 그의 모듈러 기법(modular system)에서 모듈이라는 말을 '황금분할'과 관련된 그의 새로운 해석이다. 그는 모듈화한 인체를 기준치수로 한 '인간을 위한 건축'을 의도하였다. 마르세이유에 있는 집합주택인 유니떼 따비따시옹은 인체모듈 사용의 시험작품으로 내부의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두 황금비를 적용하여 인체와 비례적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하였다.

4) '오리가미'란 일본의 정교한 종이공예를 이르는 일본 말이다. 일본 전통 오리가미는 작품을 만들 때 가위나 테이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정교한 작품을 제작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는 '오리가미'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종이접기'라는 말로 대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