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 Dale
환영과 실재 혹은 거짓과 진실
(1994년, 2001년 작품들을 중심으로)

Ron Dale의 작품을 보면 관람자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기 굴 구멍에 미끄러져 들어갔거나, 일그러진 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의 작품은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넘어서 훌륭한 방법으로 관람자의 감각을 혼란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서랍은 진짜로 열릴까? 그 주전자에서 과연 물이 나올까?' 완성된 도자 작품과 채색한 나무 조형은 보이는 그대로의 지각의 한계를 넘나든다.
Dale는 관람자와 2차·3차 공간 사이에서 생기는 상호 작용을 반영한, '실재하는 공간'을 창조한다. 우리는 작품이라는 실제 대상과 함께 사물의 지각에 따른 반사작용에서 생기는 환영을 직면하게 된다.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괴이한 형태의 가구는 마치 그 위에 놓여진 물병의 무게로 기울고 비뚤어진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의 작품은 상반되는 여러 가치들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한계를 지닌 제작 현실과 더욱 본능적인 창조의 과정은 물론이고, 현실과 환영, 균형과 왜곡, 밝음과 어두움, 다양한 유머와 제한된 심각함, 그리고 성(性)적인 것과 지(知)적인 것 등이 그러하다.

위의 글은 미시시피 대학 미술사학과 교수 Lisa Neumann Howorth의 비평문에서 발췌한 것이다.(Ceramic Monthly, June/July/August 1994, 65-68) 그녀의 말대로 Dale의 작품 안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서로 교차되고 있다. 관람자는 주의 깊은 관찰과 함께 여러 지식을 동원해야 작품 속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를 찾아낼 수 있다. 작품의 각 부분들은 무대 장치와 같이 의도적으로 구성되었고,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있다.
Dale은 점토 외에도 목재와 같은 재료들을 함께 사용한다. 가구 위에 놓여진 도자기와 벽에 걸린 액자는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작품 소재이다. 관람자는 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가볍게 눈으로 훑어보는 정도의 감상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매우 부족하다. 보이는 그대로의 작품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전부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관람자는 눈으로 본 것을 다시 분석해야한다. Howorth가 지적한대로 Dale의 작품은 2차·3차 공간을 함께 다루고 있으며, 이것은 서로 공존하면서 동시에 모순된다.

"The Last Family Heirloom" 88inch in heigh whiteware with low-fire glazes, and painted wood

작품 "마지막 가보(The Last Family Heirloom)"의 벽에 걸린 액자는 과연 그림인가? 쉽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힘들 것이다. 액자 안의 그림은 장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초라한 방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어쩌면 그 액자는 거울일 것이다. 그 안에 비춰지는 실내의 풍경과 가구의 낡은 상태는 서랍장 위의 꽃병과 대비된다. 작품 제목처럼 이 장미꽃 문양의 꽃병이 이 집의 마지막 남은 가보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 작품은 가난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살짝 열려있는 서랍장의 서랍과 거울에 보이는 작고 낡은 침대가 외로운 집주인의 존재를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Ain't Life Great(in the Big House) 12 feet in hight low-fired clay vases, and wood table and "mirror"

관람자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품 "인생은 대단하지 않아?-커다란 집안에서(Ain't Life Great-In the Big House)" 뒤편에 걸린 것이 거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거울은 그 앞에 놓인 두 개의 적갈색 암포라(Amphora)를 그대로 비춘다. 거울 속의 풍경을 응시하면 관람자는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과 같은 기묘한 체험을 하게된다. 여긴 어딜까? 낯선 공간에 들어선 관람자는 거울 안의 풍경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넓은 방안에 화려한 양탄자가 깔려있고, 넓은 발코니 너머로 푸른 들판이 펼쳐져 있다.
관람자는 부분들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암포라에 그려진 인물들은 그리스인들이 아니다. 그들은 흑인 노예들이다. 왼편에는 짐을 나르고 있는 흑인 남자, 그리고 오른편에는 임신한 흑인 여성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웅장한 거실 뒤쪽으로 보이는 들판은 하얀 꽃들로 미루어 보아 목화밭이다. 이들을 종합하면 하나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이곳은 흑인 노예의 노동착취를 통해 부를 축적한 어느 지주의 화려한 집의 내부 전경이다. Dale은 풍자적인 방법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Family Reunoin" 80 inches in hight glazed whiteware vase, and painted wood furniture

같은 시기의 또 다른 작품 "가족의 재회(Family Reunion)"는 비현실적인 붉은 바닥의 실내에는 텅 빈 탁자와 의자만이 쓸쓸하게 놓여있다. 의자의 등받이가 미키마우스의 귀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고, 거울 틀은 진홍색의 입술모양이다. 그리고 서랍장의 커다란 몸통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늘고 우아한 다리가 우스꽝스럽게 달려있다. 이런 방식은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즐겨 그린 만화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이를 통해 거친 유머와 풍자를 지니고 있는 기발한 작품을 제작한다.

Ron Dale은 현재 미시시피 대학 도예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의 새로운 양식의 다차원적 조각 작품들은 1970년대 중반 Vermont에 위치한 Goddard College와 Louisiana 주립대학의 학생이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Howorth가 그녀의 비평문에서 밝히고 있는 Dale의 작업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사람들이 바라는 유치한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설명하기를 관객은 작품 속 서랍장의 서랍을 열거나 닫고 싶고, 의자에 앉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관객들은 몹시 재미있어 한다. 이 현상은 바로 애니메이션에서 기인한 것이며 관람자가 이러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동안, 작가는 그들이 다른 종류의 진실-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직면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Dale의 최근작품들은 서술적이었던 1994년 작품들에 비해 한층 간결해졌다. 2001년 미시시피 대학 박물관에서 가진 개인전 'My Hearts in the Highlands'에서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그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다. 관람자에게 모든 단서를 제공한 뒤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작품을 제작했던 것이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제시로 대체되었다. 작품 경향의 변화를 살펴보자면 Dale이 즐겨 사용한 액자와 서랍장 그리고 도자기의 3차원적 구조는 액자 안에 도자기를 위치하는 것으로 변화되었고 자극적이고 거친 색채들은 보다 부드럽고 차분해졌다. 또한 가구와 도자기의 형태가 심하게 뒤틀리고 왜곡되었던 것이 단순해지고 간결해졌다.
이러한 작품변화에도 불구하고 Dale이 변함없이 탐구하는 주제가 있다. 그 주제는 앞에서 밝힌 것처럼 2차, 3차 공간 사이에 생기는 상호 작용으로 작품 안에서 그것들이 공존하면서 동시에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다. 1994년 작품들은 가구와 기물 그리고 벽에 걸린 액자라는 구조로 인해 자연스럽게 3차 공간이 작품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 3차원 공간 안에 액자라는 2차원 공간이 설정되었다. 관람자는 액자 속의 풍경을 통해 눈에 보이는 작품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게 된다. 즉, 지금 자신 앞에 실재로 존재하는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가공된 시각적 정보를 통해 규정하고 한정시키게 된다. 여기서 바로 모순이 발생되는데, 사실 눈에 보이는 공간은 액자 속의 평면적인 시각 정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관람자는 자신 앞에 놓여진 가구와 꽃병이 거울 속에 보이는 공간에 존재한다고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가구가 지금 존재하는 그 곳은 바로 여기가 아닌 다른 어떤 곳이자,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인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그의 최근작들은 살펴보면, 그는 이전 작품에서 보이는 주제를 변함없이 다루고 있다. 작가는 액자와 도자기를 사용하여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방법은 액자로 표현된 2차원 공간 안에 존재하는 도자기와 그 뒤의 3차원 공간 설정이다. 3차원 공간은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는데, 액자 뒤편을 막은 경우와 뚫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막은 경우는 그 부분을 선 원근법에 기초한 공간 분할 채색을 하고, 뚫은 경우는 그 액자를 전시장 한 중간에 매달아 설치하여 실재 3차 공간이 작품 속에 포함되도록 장치하였다. 이를 미루어 보아 그의 최근작은 이전의 작품에 비해 환영과 왜곡에 관한 부분은 많이 생략하고, 대신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공간을 작품에 충실하게 반영한 것을 알 수 있다.
Ron Dale의 작품은 많은 예술 작품들이 다루는 '환영'과 '실재'의 관계를 매우 독창적인 방법으로 해석한다. 그는 실재의 3차원적 작품과 가상의 2차원적 시각적 정보를 동시에 제시하여 관람자가 스스로 이 모순의 관계를 지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어려운 학술적 설명이 아니라 흥미롭고 즐거운 수수께끼 풀이와 같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주제는 보편적이고, 이해하기 쉽지만 그의 조형적 표현은 관람자에게 질문이 무엇이던지 간에 그 대답은 쉽거나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작품을 통해 관람자 몫으로 남겨진 작품의 해석이 항상 부담스럽거나 곤혹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