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Holcomb
박정근
얀 홀콤의 작품은 현대도예의 다양한 장르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인물을 주소재로 하면서 배경이 되는 공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할하여 상징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얀 홀콤의 작품은 현재 미국의 도예계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민족, 다원주의의 복잡한 미국사회에서 그의 작품은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이질적인 데가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아네슨을 중심으로 하는 펑크세라믹계열의 어떤 작가들에 비해 홀콤의 작품은 정돈된 느낌을 주면서도 오히려 특이하다.
출생과 성장
1945 워싱턴 시애틀에서 태어난 홀콤은 명색만 감리교도 이지 사실상 무교인 집안환경에서 길러졌다. 그는 과학이 사실상의 종교나 마찬가지였던 1950년대 즉 ‘위성시대’에 성장했던 아이였다.
어린시절 끊임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따라 그렸고 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리기도 했다.
‘만화는 영혼의 창이다’라고 느낀 이후 만화 형상, 특히 얼굴의 스타일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환경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인물을 중심으로 상징적이면서도, 서술적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을 보면 어린시절 의 성장배경이 그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에 대한 관심
초창기 홀콤은 정치풍자 만화부터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류의 캐리커처에 홀려있었다.
기성작가로써의 그의 습작은 추상적인 낙서를 통해 형상과 얼굴을 개발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것은 마치 잉크방울을 떨어뜨려 나오는 형상을 통해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당시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있었던 홀콤은 예술사 수업에서 초현실주의와 데칼코마니 기법을 소개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회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홀콤 자신만의 독특했던 습작은 자유분방했던 60년대의 개방과 실험성에 힘입어 그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도조의시작과 시대적 상황
그의 초기 작품은 그가 좋아했던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회화들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예술을 공부하기위해 학교로 갔을 때 , 그는 형상이 3차원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고 입체적인 형상을 연구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실험한 결과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것이 흙이라고 결론지었다.
홀콤은 지질학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으며 그것은 그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었다. 전자 금속조직학, 암석구성의 스냅샷, 그리고 우주에서 찍은 세계의 위성송신 이미 지등은 그 영감의 시작점을 제공해 주었다.
이러한 방법은 발전해서 하나의 소재가 그에게 특별하게 보였을 때 그것을 사진으로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 연필이나 과슈를 이용하여 얼굴이나 형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이 스케치가 맘에 들면 실제작품을 만들기 전에 가끔씩 작은 모형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마치 무의식의 거울과 같은 사진을 사용해서 직관적, 연합적 과정으로 시작한 이미지는 여러 단계의 무의식훈련을 통과하고서야 완전히 현실화된 조각으로 나타난다.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기능적 도자기에서 분리된, 조형도자가 나타난다.
로버트 아네슨이 이끄는 University of Califormia At Davis내 clay 분야는 새롭게 떠오르는 중심으로 인식되었다.
세크라멘토 대학은 홀콤과 아서 곤잘레스를 포함한 걸출한 학생들을 통해 그 분야에서 비교적 유명했다. 이 두 예술가들은 아주 강력한 조형적 요소를 구성함으로써 아네슨의 펑크적인 영향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신들의 작업방향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성향
얀 홀콤의 작품에는 어린시절에 가지는 어두운 쪽의 경험들이 표현되고 있다. 즉 길을 잃은 두려움, 버림받음, 외로움, 소외, 그리고 근심 등이다.
꿈나라 같은 풍경속의 큰 머리의 만화적인 얼굴형상은 처음 보면 변덕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심각함이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고갈되는 자원, 불확실하고 유독한 세계, 핵시대를 살아가는 공포와 압박을 암시하고 있다.조셉 켐벨은 "The Masks of God"이라는 작품에서 우리문명에서 신화와 의식의 붕괴는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시점의 특징으로 인한 것 일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홀콤의 켐벨에 관한 관심과 일반적인 신화에 대한 관심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작품의 진행
대학원을 마친후 로드아일렌드 디자인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을 때, 홀콤이 만들었던 작품 몇몇이 두각을 나타냈다.
크고 밝은 칼라의 조각품들은 마치 시카고 이미지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모던함과 고풍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며 평평하고 날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Recounting Warning Signs"에서의 달리는 사람은 역동적인 포즈로 팔을 휘저으며 날려고 달려가고 있다.
이 초창기 작품에서는 홀콤이 회화로부터 조소로 옮겨가면서 발생하는 딜레마와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큰 머리 형상이 따로 분리되어있음으로 해서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인물을 올려두었던 베이스 또한 하나의 이야기조차도 제공할 수 없었다.
그가 이 문제를 풀기위해 변화되는 과정을 “On The Brink"라는 작품에서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 자신의 세계로 다시 떨어질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계단에서의 짧은 비행을 위해 최정상에 서있는 모습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후 잠깐 홀콤이 그의 구성을 다시 벽으로 옮겨가 그가 “차원적 회화”라고 설명하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는 성공적으로 회화로부터 조소로 그의 직관적인 이미지를 변환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는 형상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평면적인 요소로 보여줌으로서, 그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깨어있는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를 분리하는 구조를 통해 또 약간의 은유적인 면을 보여준다.
신화적인 구조가 여전히 건재한 그의 작품속의 사회와 이 평평한 우주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Dreamtime 이라고 부르는 신들과 영혼이 살아가는 장소이다. 그것은 또한 기억되는 과거와 활기찬 꿈의 창고이다.
그러나 홀콤이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장소는 자신의 감각의 원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두 세상을 분리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첫 번째 벽 조각의 대부분이 무거운 흙기둥과 박공, 원시적인 오벨리스크 혹은 거대한 통나무로 만들어진 문으로 구성되어있다.
경치는 각 형상주위와 뒤로 보인다. 공기는 마치 땅 아래로 만질 수 있을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과 하늘은 산등성이를 만들고 층을 만든다.
sleep of Reason(1980),25"x25"
“Sleepwalkers, 혹은 Sleep of Reason"에서처럼 제목은 가끔씩 이것이 진짜 꿈의 땅인 것을 가르쳐 준다. 그 뒤쪽에 크로켓 후프처럼 구부러져있는 형상 자체는 우리가 보고 있는 밤의 풍경의 틀이 된다. 두명의 작고 얼굴 없는 거주자들은 땅에 드러누워 자거나 죽었거나 무의식의 상태로 있는데 한명은 가는 눈을 가진 거인의 팔에 기대어 어색하게 꼬여있다. 다른 조각에서 홀콤은 집들, 나무들, 땅위의 구멍들 같은 요소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것들은 그의 심적 환경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지만 그가 우리들에게 보여 주려하는 세계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이미지 프레임 자체를 두려는 욕망은 홀콤이 초창기 사용했던 창문의 관습을 넘어서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을 보는 사람들을 그가 만들어낸 입구를 통해 정신적 풍경의 dreamtime속으로 초대했다. 동시에 그 자신은 그 창문이고, 번역자이다.
In Between
"The In Between"이라는 작품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작은 친구가 땅에 있는 이상한 어두운 구멍들을 지나치며 길을 따라 걷고 있다. 그 길은 땅과 하늘의 경계가 없는 타원형의문양을 지나 저 멀리 언덕 속으로 사라진다. “Sleep of Reason"에서의 꿈꾸는 사람과 같은 얼굴 없고 단조로운 세 개의 작은 형상들은 거친 구름 위로 날아간다. 겉으로 보기엔 그의 발밑으로 생긴 검은 기둥 속으로 굴러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 사람의 눈은 떠있는 영혼을 바라보고 있다.
Two Worlds,35"x28"x5" 1987
그림 Two Worlds,35"x28"x5" 1987 이 사람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움직이고 있다. 홀콤의 최근작품 대부분에서 이 경계선의 탐구가 계속되고 있다.과거의 걱정은 신화 혹은 꿈 다시 말해 죽음 너머로 숨어있던 세계에 관한 궁금증(거의 호기심)들로 해결되기 시작한다. 나무숲에 의해 가려진언덕의 천국 같은 풍경은 우리들 앞에 펼쳐져있다. 그리고 즐겁게 장난치고 있는 세명의 영혼과 같은 형상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이 장면의 아래쪽 테두리를 따라 흐르고 있는 차갑고 어두운 강물 위 하늘에 떠있다.
우리들 아래로, 한 벌거벗은 남자가 잔잔히 흐르는 물 가운데에 서서 그 작은 형상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 마치 다른 시대를 암시하는 것 같은 사각형의 검은 돌기둥이 서있다. 그 사람이 작은 천국 속으로 나아갈지 단지 그것을 보기만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강은 깨어있는 세계와 잠들어있는 세계를 분리시켜주는 것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생과 사를 사이에 흐르는 스틱스강(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지옥의 강) 일지도 모른다.
Reorientation 36"x28" 1988
또 다른 비호의적인 얼굴에 대한 홀콤의 관심사의 변화는 Reorientation 에서 나타난다. 의미심장한 눈을 한 남자가 기울어져 위태위태한 집의 지붕위에 불안전하게 서있다. 그 남자 앞으로 한줄로 늘어선 비석들이 가로수의 열을 따라 늘어서있다.12궁 별자리 바퀴안의 자그마한 형상들은 마치 대기 속으로 사라지듯이 그의 뒤에서 하늘로 펼쳐진다. 이 이미지의 폭발하는 에너지는 냉전시대 동안 길러져온 한시대의 최악의 악몽, 핵폭발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홀콤의 형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는 각각 그 형상들 중 하나가 된다.그의 작품은 개인적, 사회적인 관심, 그리고 켐벨의 걱정의 시대를 성격화 하는 소외와 절망의 느낌을 반영하고 있다. 더구나 그의 작품 안에는 현시대와도 관련 있는 선조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잃어버린 신화에 대 갈망이 있다.
얀 홀콤은 이세상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형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언 듯 보면 화려한 색체와 동화적인 분위기 때문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하게 보면 이세계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나 인간의 한계 등을 표현하는 무거운 내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홀콤은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한계를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화의 세계 또는 무의식의 공간을 보여 줌으로써 이세상이 가지고 가야할 희망 또한 표현하고 있다. 그의 표현 형식에서 입체와 평면이 만나고 있는 구조는 홀콤이 표현하고자하는 이야기들을 아주 적절하게 도와주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주로 주인공이 되고 있는 입체의 형상들은 기이한 표정이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힘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작품전체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나머지 평면적인 형상들이 서술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