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 샤오추앙(呂曉庄)과 철홍금권유(鐵紅金圈釉)
글/ 우관호 (홍익대학교부설 도예연구센터 소장)
夫唱婦隨.
루 샤오추앙은 지난 달에 소개하였던 짱 쇼우쯔교수의 부인이자 철유(鐵釉) 연구가로서 현재 칭화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광저우(廣州) 화난(華南)이공대학 화공과 및 규산염 전문대학 본과를 졸업하였고 중국도자공업협회 장식재료 전문위원회의 위원을 겸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도자공예학과 도자재료공예실험 등의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라기 보다는 재료학자라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에 소개할 내용도 루 샤오추앙이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해 온 철유(鐵釉)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유약에 국한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한 사람의 생각과 노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전문성
그의 나이 올해 69세니까 꽤 오래전 부터 하나의 목표에 매진해 온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오랜 기간 백자의 색만 연구해 온 작가가 있다. 백자의 흙과 유약에만 집착하여 독보적인 일가를 이루었다고 평가되는 그 작가처럼 루 샤오추앙 역시 40년을 훌쩍 넘긴 세월동안 자신만의 연구에 천착해 온 셈이다.
조형예술품의 조건이 형과 색채, 질감의 세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도예의 경우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고되고 지난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재료들은 경우에 따라 그 성분이 다르고 소성환경에 따라 급변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자신의 주요 연구과제가 하나로 국한되어있고 그 결과치가 쉽게 도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점이 전문성이라고 말하고 싶으며 루 샤오추앙 역시 그러한 범주에 속하는 귀감이 되는 것이다.
둘째, 역사성
루 샤오추앙이 매진하고 있는 부분은 글의 서두에서도 밝힌 철유 계열이다. 그가 만든 철홍금권유(鐵紅金圈釉)는 말 그대로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유약으로서 짙은 갈색의 바탕위에 적색 반점이 피며 반점 주위에는 금색 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얼핏보면 결정유같으나 결정유는 아니며 현재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송의 야오빈탐모쿠(窯變天目)1)(그림1)와 같은 계열이라고 할 수 있다.
루 샤오추앙은 자신의 유약을 위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연구를 선행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자기를 발명한 나라이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덕분에 다종다양한 재료를 개발했고 많은 도공들의 부단한 실험에 의해 백자와 청자를 발명했으며 그것은 오늘날 도자문화를 꽃피우게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지구상의 광물 중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철을 이용하여 청자유와 흑유, 천목유 등을 만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철의 함량과 성분, 농도분포 및 물리적 상태의 차이 등은 유약의 색, 질감, 예술적 조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림1 宋代鈞窯 罐과 盤
"중국민에게 옥기(玉器)는 상서(祥瑞)와 미의 상징이며 청자는 수정과 비취의 색과 질감을 추구한 것으로서 맑고 깨끗하며 완벽한 옥과 같다. 이와같은 중국민의 정서에 부응한 우수한 도자기들이 송대에 이르러 절정을 보게 되었으며 그 근저에는 다양한 유약의 완성이 있었다. 송대의 5대 명요인 " 주(汝), 콴(官), 꺼(哥), 띵(定), 춘(鈞)" 중 띵요를 제외한 나머지 네 곳은 모두 청자를 생산하였다. 또한 롱추앤(龍泉)요, 야오쪼우(耀州)요, 징더전(景德鎭)의 후티온(湖田)요 등에서도 청자가 만들어졌다.
또한 이 가마들은 유약의 미를 추구하였다. 얕게 비치는 투명한 파리유(坡璃釉)2)는 물론, 재질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유탁유(乳濁釉)는 유면의 미세한 기포로 인한 빛의 굴절, 산란을 형성하여 차분한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도 자미학의 고차원적 경지를 이루었다.
송의 관요들은 청자의 내재적 품질들을 심화시켰고 주(汝)요의 것 이래로 청자문양의 개발에 힘을 기울여 최상의 경지에 도달하여 중국 청자의 미적 규범이 되었다. 송대에는 청자를 제외한 흑유도자도 우수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지앤(建)요의 요우띠(油滴)유3), 투하오(兎毫)유4), 지쪼우(吉州)요의 따이마오(玳瑁)유5), 산씨(山西)의 홍요우띠(紅釉滴)6) 등은 웅혼하며 우아하고 대범한 맛으로 예술적 매력이 넘친다. 이와 같은 송대의 흑유들은 그 범위가 매우 넓고 유약의 착색제로서 철이 널리 응용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
지면상 전문을 소개할 순 없지만 위의 짧은 글만 보더라도 루 샤오추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연구의 바탕위에 자신만의 유약 창조에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과학적 탐구성
필자의 짧은 중국어 실력 탓도 있지만 이 글을 위해 루 샤오추앙이 보낸 참고자료는 화학리포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는 철홍금권유(鐵紅金圈釉)를 전통적 철유의 액상분층현상(液相分層現象)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액상분층현상은 액체가 서로 나뉘어지는 화학적 현상을 의미하는데 왜 그런지 어떤 이유에 의해서 그런지는 재료학적 관점에서 고찰해야만 명확할 것이다. 루 샤오추앙은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천목유 등을 전문적으로 분석한 후 자기만의 유약을 창조한 것이었다. 그의 과학적 탐구에 대한 내용을 일부 인용한다.
"요우띠, 투하오, 따이마오 등의 유약은 중국 전통색유 가운데 특수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써 결정유의 효과도 있으나 결정유는 아니다. 그것들은 유정체와 파리체의 양자가 혼용되어 있고 파리체 내부의 각종 성분의 조합이 고르지 않으며 비중과 표면장력이 같지 않아 액상분층현상이 일어난다. 이와같은 액상분층현상은 일찍이 송대의 춘(鈞)요에서도 나타났으며 천청유와 보라색 반점(紫紅斑塊) 가운데에도 철과 동의 작은 액적(液滴)이 모두 존재하고 있으며 이 액적은 비정체(非晶體)에 속한다. 균요의 자기유약에서 나타나는 푸른색의 부드러운 광택은 이와같은 액적이 빛을 반사효과 때문이다. "(그림2)

그림 2 宋代建窯“耀變天目”碗
이러한 과학적 연구 토대위에 이루어진 그의 철홍금권유의 연구결과는 1981년 중국 국가과학연구 감정을 통과하였고 1987년 중국 과학기술위원회의 창조발명상을 수여하였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철홍금권유의 액상분층현상은 모두 3개의 층으로 나뉜다.
제1층은 가장 바깥에 있는 층으로 철의 함량이 많은 적색반점이 나타나고 표면장력이 크다. 비중은 낮으며 점도는 크다. 그러나 금색 테두리와 황색반점은 철의 함량이 적은 반점이며 표면장력 역시 작다. 주로 적색 반점 주위에 산재한다. 점도는 작으나 비중은 크다.
제2층은 중간층으로 대량의 붉은 반점과 황색반점이 외층과 내층(제3층)에 걸쳐 퍼져 있다.
제3층은 내층으로 흑유와 크기가 고르지 않은 작은 유약의 기포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층과 내층은 뚜렷한 경계선이 없다.
철홍금권유는 전통적인 요우띠, 따이마오와는 조금 다르며 세 번의 액상분층현상을 거친다. 첫 번째 액상분층현상에서 독립된 액적의 크기 변화가 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액적들이 서로 다른 광학적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다. 즉 철의 함량이 많으면 적색 반점을 나타내고 표면장력이 크며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나타나고 철의 함량이 적으면 황색 반점인데 표면장력은 작고 적색 반점 주위에 산재한다. 이들 액적은 서로 밀집하여 적색과 황색 반점의 변화를 크게 한다. (그림3)

그림 3
액적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는 밀도와 화학성분의 차이에 의해 제2차 액상분층현상이 일어나며 적색 반점이 밀집된 곳에는 적색 반점 주위로 황색 액적이 나타나며 이들 작은 황색 액적들이 다시 모여 적색 반점을 둘러싼 금색 테두리를 만든다. (그림4)
그러나 이와같은 종류의 제2차 액상분층현상은 부분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즉 몇 개의 고립된 액적 중 철분의 함량이 부족한 것은 제3차 액상분층현상이 일어난다. 철분함량이 많은 작은 액적이 황색 반점 주위에 분산되어 있으며 같은 상황의 황색 반점 밀집지역 내에는 황색반점 주위에 형성된 황갈색의 작은 테두리를 볼 수 있다. (그림5)

그림 4

그림 5
사실 그림을 보면서 이해를 하려 해도 그리 쉽지 않은 내용이다. 더욱이 철홍금권유는 소성범위도 좁고 제어하기도 힘들며 조금이라도 소성조건이 다르면 반점의 발색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그림6) 그럼에도 루 샤오추앙이 지금까지 연구를 멈추지 않는 것은 화학원소주기표에 있는 어떤 다른 원소보다도 철이 가진 풍부한 예술적 효과에 대한 관심은 물론 그것이 가진 예술적 매력 특히 도예가들의 창의력을 끊임없이 자극할 수 있는 불가사의한 매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6
2회에 걸쳐 중국의 원로도예가 두 사람을 소개하게 된 것은 필자로서는 무척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같은 학교에 재직하면서 서로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사실은 육체의 나이를 넘은 학문적 열정과 노력이었다. 특히 짱 쇼우쯔교수와 루 샤오추앙교수의 자료는 필자가 지금까지 외국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받은 어떤 자료보다 구체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것의 학문적 배경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배려에 경의를 표하며, 그러한 젊은 사고가 현대 중국도예의 견인차가 되고 있음을 새삼 느낄 따름이다.

철홍금권유작품“天鷄壺”1994년, 높이 350mm

철홍금권유작품“鷄心甁”1994년, 높이 155mm

철홍금권유작품“金環碗”1981년, 지름 125mm

철홍금권유작품“繁星甁”1994년, 높이 3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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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석 >
1) 일본어로는 요우헨덴모쿠라고 하지만 이글에서는 중국어식 표기를 따른다.
2) Glass former, 유리 또는 수정을 의미하며 유리질화된 유약을 가리킨다.
3) Oil spot Glaze, 기름방울을 떨어뜨린 듯한 작은 반점이 있는 유약
4) Hare's fur glaze, 말 그대로 토끼털과 작은 가늘고 긴 반점이 있는 유약
5) Tortoise shell markings glaze, 흑유위에 황백색의 실투유를 겹쳐 발라 소성하면 나타나는 불규칙한 반점이 바다거북의 등껍질 색, 질감과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
6) Red oil spot, 유적유와 유사하나 반점의 색이 붉은색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