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록을 찾아서-
글 장정란 (문학박사)
<탑>은 희망 - 기원 - 숭상 - 기념을 담은 <기록>
이용욱은 지금까지 6회의 개인전을 통하여 일관되게 조선백자의 다양한 재해석 작업을 해온 작가이다. 1회 개인적에서는 표주박 형태를 대형화한 항아리에 추상적 문양이나 빗살무늬를 조각해 넣어 조선백자 항아리에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였었고 2회전부터는 항아리의 형태를 벗어나 「탑塔」이라는 주제로 전통적인 탑의 형태를 현대적 조형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탑이라는 주제는 동양문화에 있어서는 오래전부터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기원과 숭상의 대상으로서 조선백자의 관심을 보다 오래된 근본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도자의 역사에도 탑의 형태는 항아리보다 먼저 등장하였다.
작가의 탑이라는 주제의 탐구는 도자기가 단순히 그릇이나 감상용기가 아닌 인간의 정신적발현의 표현임을 인식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문화에서 탑은 우선 사람들의 삶에 대한 무한한 바램과 기도였고 종교적으로는 무한한 영원성에 대한 숭상이었으며 투쟁의 역사에서는 기념이었다.
작가는 2,3회 개인전에서는 탑의 상징성 중에서 소박한 보통사람들의 희망과 기원을 조형화하는 작업을 주로 하였다. 어느 마을이나 희망을 담아 쌓아 놓았던 돌무덤처럼 대형의 항아리 모체에 상단부에는 두단의 테를 쌓는 형태가 주로 제작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단부와 몸체의 연결을 조선백자 항아리의 유연한 선線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였다는 것이다. 다른점은 조선백자 항아리가 한 번의 선으로 그어진 형태라면 이용욱 탑작품의 선은 상단부부터 그어 내려오다가 한번, 또는 두 번 숨을 멈추듯 쉬었다 그어 내려오듯 계획적인 독특한 조형태도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4회 전시에서는 이전의 상단부와 몸체를 나누어 제작하던 방식에서 마치 위에서 한 번에 내려 긋듯하는 방식을 택하였는데 전체적인 기형이 대형화되고 강렬한 선으로 스케치 하듯 웅장한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이전의 상단부의 테를 쌓듯 두른 형태가 없어지고 과감하게 단순화하여 전체적으로 기형이 절제되어 가는 모습이 등장하였다. 5회전에서는 형태가 더욱 단순화되고 표면은 정교하게 표현하였는데 절제된 기형과 강화된 표면장식은 도자의 또 다른 감흥을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작되었음을 감지하게 한다.
지난 11월에 열린 6회 개인전에는 탑이라는 주제에서 <기록>이라는 주제로 전환하면서도 형태도 탑의 형식에서 비문의 형태로 바뀌었다. 비문을 조형화 한만큼 기형은 최대한 단순화되었는데 독특한 것은 표면장식에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전시에서 최대한의 정교함으로 장인적 태도를 견지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다양한 실험이 만개한 현대미술 속에서 “도자”라는 것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라고 볼 수 있다.
이용욱이 6회의 개인전을 통하여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방식은 조선백자의 흰색과 도자라는 본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흙을 손으로 만지는 방법을 중시하는데 최대한 본인의 손 감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기발한 발상의 전환이나 도자기형의 분해를 모색하지 않는다. 도자라는 성질, 흙과 계획적인 불의 변화와 작가의 손맛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그러나 고전적 추구나 감흥이 아닌 이 시대의 정서와 감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이런 태도는 그의 작품에서 확연히 목격된다. 즉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표면장식의 고도의 정밀성은 역사속의 치열했던 도자장인들에 대한 존경과 동의의 표시라고 하겠다.
정적인 동양적 감수성으로 완성된 새로운 조형세계 추구
이용욱 작품세계의 또 다른 목표는 동양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의 최종목표는 “정적인 상태”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백자의 다양한 유색에 대한 연구와 유려한 조선백자의 선, 치밀한 장인정신 등을 종합하여 작가가 가고자 하는 것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적인” 동양적 감수성이다. 이 감수성을 지키기 위해 작가는 전체적인 기형의 선적 흐름을 중시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색이나 불의 조절, 고도의 기술성을 중시하지만 전체적인 형태의 흐름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며 작업한다고 평소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정적인 것만으로는 간혹 지루함을 줄 수 있어 표면장식은 동적인 선으로 조각하듯 장식하여 동과 정의 교묘한 충돌을 조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형은 단순하게 하여 결국 동은 정적인 세계로 가두는 것이 본인의 조형목적이라고 말한다.
이용욱의 작품세계는 도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릇이나 감상용기가 아닌 그의 작품은 도자의 역사를 읽게하면서도 색다른 조형감각으로 감상자들을 즐겁게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동양문화 속에서 추적하면서 본인만의 정교하면서도 단순한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작가 약력
경희대학교 요업공예학과, 동대학원 졸업
중국문화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 예술철학전공 졸업, 예술철학박사
6회 개인전
대한민국 공예대전 심사위원
한중도자교류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동양도자전 초대작가
저서 <중국도자사>, 미진사
현, 경기대학교 디자인공예학부 도자공예전공 교수
필자약력
중국문화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문학석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동양미술사), 문학박사
저서, <중국현대산수화대가 이가염>, 미술문화, 2004년
현, 단국대학교 대학원 강사
*월간도예 2006 1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