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결합과 커팅에서 오는 오묘한 조형세계
글/이부연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학과 교수)
서동희의 도예작품은 기독교의 재해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작품의 명제가 대부분 성경주절이었다는 것은 그의 신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인사동인사동의 통인화랑에서 개최된 개인전에서 그는 완숙한 도자 기법과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진솔함과 담대한 또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정직성이 매 작품마다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 때에 자신이 가진 달란트로 조물주를 찬양하는 진솔한 작가의 영혼에 매료되었다. 작가의 낙천적이지만 곧은 성품은 익히 알고 있는 터이지만 이와 같이 깊은 내면의 세계의 소유자라는 생각은 미처 알지 못했다. 전시장에서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듦은 아마 필자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서동희의 기독교에의 심취는 작가의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1970년대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볼 때 중기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먼저 전기시대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미국 유학시절의 작품인 ‘Book of life’, ‘Composition’, ‘Rhythum24’등을 보면 작가가 흙을 통한 변형과 구성에 몰두했었음을 볼 수 있다. 또 1985년 이후 중기에는 흙의 변형에 몰두했을 뿐만 아니라 누가복음의 변화 상에서의 예수를 표현하는 데 몰두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는 작가가 흙의 특성을 즐기고 변형하는 기술적 작업에 숙달되는 시기였음을 볼 수 있으며 나아가 그의 도자 작업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인간이 흙에서 나왔으며 신의 입김으로 생령이 됨에 심취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이게까지 도자 작업이 구상의 형태를 띄기보다는 추상의 형태를 추구하고 있던 작업은 후기에 들어서면서 보다 다양한 양상을 띈다. 특히 2000년에서 2003년에는 용기, 특히 접시의 형태에 관심을 갖고, 형태보다는 유약의 변화와 회화적 표현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 때에 ‘Moses with ten commandments’, ‘Manna’등의 작품의 주제가 대부분 성경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신앙심이 더욱 돈독해 가면서 작업의 방향과 그 표현도 확고해져 갔다. 또 2004년에서 2005년에 발표한 ‘the tree of knowledge’, ‘ The tree of life’ ,’Iron Scepter & Morning star’등의 작품들은 흙의 변형과 유약의 발색에서 더욱 원숙한 표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을 찬양하는 표현으로 몰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숙달된 형태와 발색에서 보여지는 완성된 기물들은 작가만의 노하우가 숨어있다. 입방체의 가닥과 가닥 사이로 숨어든 음영의 효과, 흙의 결합과 커팅에서 오는 오묘한 조형적 효과가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서동희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는 학문적 호기심과 열정에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7년 중반에 다시 미국 캔사스대학교 대학원에서 두 번째의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 1984년에 미국 뉴욕주 알프레드 대학에서 연구하였고 1989년에는 뉴욕대학의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 1991년에는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미술교육학 전공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주리애학교는 필자가 학위를 취득한 학교로 서동희가 입학에 관한 일들을 문의했을 때 상세히 알려드리기는 하였으나 이미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그가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TOFLE시험에서부터 GRE시험 등등 입학에 필요한 시험의 과정을 밟고 입학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더욱이 그가 한국에서 공부한 바가 없는 미술교육학의 이론 과목들을 수강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극기훈련에 가까운 생활을 했으리라고 짐작이 가기에 그의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감탄하기 않을 수 없었다.
서동희 작품에 대한 열정은 그가 얼마나 작품의 제작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유분방하며 창조적인 그의 성품과 낙천적 기질은 그의 작품의 창작에 있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작품 제작에 있어서 독창적이고 새로운 그만의 고유한 기법을 개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작품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티로폼과 씨릴 혹은 톱밥을 점토에 넣어 실험의 실험을 거듭하기도 하고, 작품의 결손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35시간 오랜 소성 시간을 가스와 전기 가마의 소성을 번갈아 가며 실험하기도 한다. 소성에 있어서도 cone 04,06,08,10등 다양한 온도로 소성을 한다. 더욱이 산화염과 환원염의 다양한 소성방법을 시도한다. 작가로서 한 작품에 이러한 열정을 부어 넣을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서동희 교수의 신앙, 학원에 대한 열정, 국제적인 감각, 창조적 능력과 실험정신 등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 방법은 그의 작품을 가장 창조적이고 심오한 가치를 갖는 세계로 이끈다. 서동희 교수는 4월 7일부터 5월 3일까지 경기도 용인의 한국미술관에 초대되어 열정으로 탄생시킨 근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흙의 물성표현을 통한 신앙의 표출
글 / 김진아(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우리는 역사 속에서 종교적 믿음으로 창작되었거나 종교적 사실을 제재로 다룬 예술 작품들을 종종 보아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스도교 예술은 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시각화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더라도 종교적 감동이나 심오한 신앙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서동희 교수의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 - <생명수의 강>, <생명나무>, <열매>, <권좌에서> 등은 성경의 요한 계시록 22장의 구절들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종교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성상(聖像)의 표현이다. 성상은 초월적인 존재를 가시화하여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동희의 작품에서는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그 어떤 도상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구체적인 형상 없이 흙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 조형물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물론 그의 작품은 깊은 종교적 감성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들이다. 그러나 작가의 끊임없는 학문적 호기심과 예술적 열정이 성경 구절을 재해석 하고 실험적인 형태를 창조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종교예술이 아닌 현대의 조형도자 작품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서동희 교수의 작품을 특징짓는 것은 마치 바다의 조류(潮流)를 따라 흔들리는 말미잘의 촉수 같은 형태와 색들이다. 그는 한 덩어리의 흙을 자르거나 깎아내어 형을 만들고, 이미 바른 유약을 닦아내어 전체적인 색을 만들어 내는 등의 제작방법을 선택하였다. 또한 점토에 톱밥이나 펄프를 넣어 조형의 가능범위를 넓히고, 표면의 텍스추어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소성 후 작품의 질량을 확연히 줄이고 있다. 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작가의 오랜 연구와 실험에 대한 기술적인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변형에 대한 욕구와 질료에 내재된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즐기고 있는 듯 하다. 자연스럽게 늘어지고 구부러진 곡선들과 도구에 의해 잘려진 단면이 보여주는 직선들은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신의 너그러운 은총과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 신앙으로 은유된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은 작품의 외형적 형태에서 여과 없이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숙련된 기법과 형태의 변형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은 작가의 표현 의도를 극대화하고 전시에 전체적인 통일감을 유지하는 것에 일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제시된 성경 구절과 명제표가 없다면 전시의 전체적인 구성은 물론 개별적인 작품의 의미를 읽어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것은 곧 작가의 제작기법과 형태들이 어떤 서사를 일궈내기 보다는 작품 자체가 지닌 조형적인 매력에 더 치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가진 신앙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창조적 자세는 확실히 그의 작품들을 미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많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