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향종의 작품세계
김연수/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오향종은
광주대학교 및 단국대학교 도예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도예가이다.
그는 대학 석사출신의 도예가 중에서 보기 드물게 장인의 수련을 거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옹기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옹기와 연이 닿은 것은 대학시절 우연히 옹기촌에 견학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오브제니 조형이니 하며, 개성이 강한 작품들에 관심을 쏟고 있을 때 오향종은 무안 몽탄의 옹기막 앞에 쌓여 있는 큰 독들을 보고는 한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졸업을 한 후 옹기를 배우기 위해 무안의 옹기촌을 다시 찾아간다.
당시 옹기막은 모두 5곳이 있었는데 그 중 한곳에 무작정 들어가 장작일, 흙일, 옹기운반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옹기물레 위에 앉아보길 기대하며 일해 왔지만 배워보기도 전 4개월 만에 옹기막이 문을 닫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옹기막으로 옮겨서 다시 일을 했지만 다시 허드렛일에 밀려 물레기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은 미뤄져만 갔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오후 늦게 일을 마치고 혼자서 물레질을 연습했다. 그간 어깨 너머로 봐두었던 기술을 혼자서 연습하다보면 동네 물레대장들이 오가며 한 마디씩 하곤 했는데 가르침이라고는 그렇데 던져주는 말이 전부였다. 그러나 물레기본기가 탄탄했던 터라 옹기기술은 눈에 띄게 빨리 늘어갔다.
이후 옹기막을 나와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옹기작업에 전념하였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옹기작업과 조형작업을 병행하였다. 또한 옹기를 주제로 석사논문을 쓰면서 그의 작업관은 더욱 단단하게 다져질 수 있었다고 한다.
오향종의 작업은 3번의 개인전을 통해서 변화를 보였는데
-96년 토도랑에서 가진 첫 개인전은 기존 옹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생활용기 작업을 선보였으며,
-97년 통인화랑에서 가진 2회 개인전에서는 “옹기 콘솔전”이라는 주제로 옹기 쓰임새에서 완전히 탈바꿈해서 벽테이블 가구로 변형한 작업을 선보였다. 이때, 성형, 건조, 소성상의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걸친 끝에 결국은 옹기를 절단해서 나무와 접합하는 방법으로 완성하였는데, 당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이며 옹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3회 개인전에서 선보인 ‘옹기’는 철저하게 전통옹기기법에 충실한 재현작업이었다. 그간 해온 옹기작업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인 것이다.
오향종의 옹기작업은 1210~1230°c내에서 소성한다. 이때 유약의 소성폭이 좁아서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광택이 많아지고, 온도가 약간만 못 미치면 유약이 녹지 않는다고 한다.
옹기유약은 약토와 소나무재를 혼합해서 만드는데, 약토와 재의 비율을 5:5나 6:4로 조절한다. 그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약을 혼합하는데 약토와 잿물을 50목 정도의 채로 친 다음 반반씩 타서 흙 밟듯이 밟은 후 물을 가득 넣은 통에 넣고 풀어 준 뒤에 100목, 150목 채로 2번 거른 다음 가라앉혀서 사용한다.
그는 미적가치와 실용성 둘 다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 ‘옹기’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우선 ‘옹기’가 생활용품으로서 식탁을 비롯한 가정 곳곳에 사용될 수 있는 기능을 일찍부터 갖고 있었다는 것이며, 예전에도 그래왔듯이 현재 역시 시대에 어울릴 수 있는 용도로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숙련된 장인의 손길에 의해서 나오는 절제된 선들과 문양은 국내에서 보다 오히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미적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야말로 한국적인 정서에 어울리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는 것이 ‘옹기’라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해야 옹기를 좀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옛 옹기를 닮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옛 옹기를 찾아 나선다. 좋은 옹기를 보면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해서 우선은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 끊임없이 분석하는 작업을 되풀이해서 장인의 길을 걷고 싶다고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한다.
이후 2001.9.24 ~ 11.13까지 도예가 이강효와 미국 5개 대학 순회 워크숍은 오향종의 작업에서 사고와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이 워크숍은 일리노이대학의 도예전공 교수로 재직중인 여선구 교수가 주관하고 한국문화교류재단에서 후원하여 Sunny New Paltz(New York), Alfred University(New York), Western Illinois University, University of Iowa, 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ng Beach 등 5개 대학에서 열렸다.
그는 이 워크숍을 통해서 미국의 각 지역을 순회하며 도자에 관련된 많은 것들을 보고 접했다. 박물관, 미국 현대도예의 거장들, 프로에서 아마추어 도예가, 화랑가와 수집가들 그리고 각 대학의 수업과정과 분위기를 통해 조금씩 미국의 현대도예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한국의 전통 도자는 인정받는데 반해 현대 도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그들의 현대도자는 폭넓고 다양했으며 시각도 넓었다. 또 그들은 도예가로서의 철저한 개인의 세계를 갖고 있었으며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와 학교 수업에서부터 그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었고 오직 자신의 생각을 흙이라는 매체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에 비해 어쩌면 우리는 전통이라는 큰 굴레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우리의 전통도예는 소중하고 우수하다. 허나 전통의 틀 속에 갇혀만 있다면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현대도예는 자리 매김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통에 갇혀 있기보다는 전통을 뛰어 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의 철저한 이해와 자신을 찾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후에도 수많은 워크숍과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악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찾고 있다고 한다. 도예에서 느끼진 못한 감정들과 한국인의 ‘한’의 정서, 수 많은 피눈물 나는 연습과 노력, 자기 절제를 통해 절정에 다다르는 한국인의 예술혼 등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옹기를 통해 현대 도예의 큰 느낌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수천년 동안 내려온 압축된 기술과 거기에 담겨 있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자연스러움. 그래서 그는 1000개의 대항을 통해 기술을 뛰어넘고 자신의 예술혼을 심어서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마음이 가는 그런 작업,
기술은 나중에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마음과 자신의 것들이 투영되는 작품
삶이 예술이 되고 정신과 깊이를 추구하는 그의 예술관이 나에게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의 작품들>
작가약력
성명 : 오향종(Oh hyang jong)
생년월일 : 1964, 8, 17
학력 : 광주대학교 및 단국대학교 도예과 대학원 졸업.
전시경력 :
3회 개인전(토도랑, 통인화랑, 현대갤러리, 가나아트)
미국 옹기 투어(알프레드 대학 외 7개 대학)
뉴욕아시아 문화협회 초청 워크샵(노스캐롤라이나)
일본 초청 워크샵(도코나메)
세계도자기엑스포 워크샵(이천, 광주)
2004 wood fired conference IOWA
Peters vallery, pallen workshop(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