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수 (金赫洙)
현대도예(陶藝) 의 조형적 실험과 '생명성' 추구
유재길 (홍익대교수,미술비평)
김혁수의 도자예술은 기(器)의 형태에서 출발하여 순수 조형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 작업으로 '생명성'을 추구하는 주제의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그는 현대도조의 조형적 실험을 바탕으로 선과 면의 볼륨을 강조하고, 표면의 흔적을 통해 '생명'의 탄생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 이다. 초기 그는 전통을 바탕으로 물레 성형의 도자기 제작에 몰두하였으며, 도자예술에 심취한다. 그러나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그는 흙의 물성과 원초성에 매혹이 되고, 표면에 나타나는 추상표현에 관심을 갖고 전통 도자에서 벗어나 자아를 모색하는 모더니즘의 순수 조형작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원숙기에 들어선 그의 현대도조 작품은 사각의 입방체 덩어리와 원통 등 추상 양식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구체적 형상을 보여주는 조각적 표현의 도조 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그가 20여년을 걸쳐 추구해 온 것은 자연과 인간, 또는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 세포의 생성과 소멸을 의미하는 '생명성'의 주제이다. 도조(陶彫) 작업에 몰두한 그의 예술세계는 도자기의 기능성이나 장식성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추구하는 추상적 개념미술로 변한다. 흙의 원초적 문제와 같이 현대 도조의 조형적 실험을 통해 작품세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 나타난 조형적 변화와 주제를 다음과 같이 네 개의 시기와 양식으로 구분해 본다.
1.<현대도예>와 조형적 모색시기
다기와 항아리, 병 등 일상 용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현대적 도자기를 제작하는 시기이다. 당시 초기 작업에는 도예학과 지도교수인 김석환 선생의 영향이 컷다. 여기서 그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물레 성형의 기물제작에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그러나 그는 1983년 국내 도예전 대상으로 일본 후쿠오카 전시를 하게 되면서 도자의 한계를 생각하게 된다. 이후 현대도예의 새로운 물결인 추상표현 양식의 도조작업에 뛰어들면서 독자성을 갖는 다양한 조형실험을 하게 된다. 초기 조형작업에서는 정담순 선생의 영향으로 현대도예의 새로운 경향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갖는다.
첫 개인전은 1986년 동덕 미술관에서 갖는다. 여기에 출품된 작품은 공모전과 달리 추상조각에 가까운 도조작업이다. 원형의 구체와 사모관대의 사각형이나 구멍 뚫린 사각의 입방체, 그리고 수직의 변형된 원통 형태들로 기존의 도자기에서 변형을 모색한 작업이다. 그러나 사각과 원통은 단순한 병이나 용기를 그대로 모방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표면에는 작은 구명이 뚫려 있고, 표면은 이끼 낀 돌의 흔적이 강조된다. 비바람에 풍화된 거친 바위의 부분처럼 만들어진 도조의 표면은 마치 추상표현의 회화나 액션 페인팅의 화면을 보는 것 같다.
변형된 사모관대 모양의 직사각형 작품에서도 작가는 외형보다 표면의 흔적을 강조하는 듯하다. 사모관대 중앙에는 반복된 행위의 결과로 빗살무늬 선이 지워지고 거친 표면이 두드러진다. 이는 행위의 결과물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타나는 흔적으로 보여 진다. 또한 사각의 입방체 작품에는 작음 구멍들이 벌집 모양으로 나있다. 매끄러운 흑유로 뒤덮인 표면에 작은 구멍들은 벌집처럼 뚫려 있다. 이곳은 생명이 있는 유기체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연출된다. 현미경을 통해 투시된 세포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표면으로 상상되어 진다. 이러한 사각 형태에 작은 구멍이 나타나는 작업은 20여년이 지난 최근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생명성의 추구가 이미 초기 작업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2.<연결>이미지시기
구체적 사물의 형상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989년 바탕골 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과 10년이 지난 1998년 문화일보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에서 보듯 '못'의 형상이 도조로 제작된다. 개개의 못이나 사각형에 박혀있는 못의 모양을 흙으로 만들어 유약과 소성처리한 작품이다. 여기서 '못'은 단순히 사물의 재현을 의미하지 만은 않는다. <연결>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도 작가는 못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을 상징하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또는 사물과 사물을 접합시키는 '연결'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사람의 형상은 둥근 못의 상단 부분이 인체의 머리가 되고, 짧고 뾰족한 아래 부분은 몸통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 작업은 사물의 사실적 묘사보다 미적 개념을 강조하고, 환경과 접목시켜 나가고 있다. 못의 이미지 작품인 <연결> 시리즈는 사실적이지만 개념적이기도 하다. 기능성을 잃은 못은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성을 말한다. 또한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에 민감하다. 못의 역할을 단순히 작은 오브제로 인식되기보다 '연결'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개념의 상징이다. 아울러 인체 형상을 상징하는 못의 의인화는 생명성과도 연결되어 자연이나 실제 공간에 설치미술로 확대되어 나간다.
설치미술로 <연결>은 1989년 개인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시 <연결> 시리즈는 나무와 돌, 흙 등과 같이 설치된다. 이는 독립된 개체의 조형성을 뛰어넘어 공간의 확장을 선언하는 설치미술로 변화이다. 연결의 상징성과 개체로서 인간 모습을 보여주는 <연결> 시리즈에서 '못'은 다른 사물과 결합되어 개념 변화는 물론 공간을 확장하는 설치미술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 풍경과 조화를 이룬 '못' 들에 의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갈대밭이나 황토 흙, 전시장 바닥에 놓여진 '못'이나 또는 갈라진 나무판자 구멍에 꽂혀진 '못'은 작품의 주제가 되는 '연결'이라는 의미를 뛰어 넘어 자연이나 환경의 매개물로 확장되는 것이다.
3.'관계향'으로 <얼굴Ⅰ_Ⅱ>과 <머리Ⅰ_Ⅳ> 시리즈 시기
1990년대 초반과 중반에 제작된 김혁수의 도조는 인체의 얼굴이나 머리를 추상화시킨 도조 작업으로 변화를 갖는다. 이것은 기하학 추상에 가까운 조형적 도조이다. 흙과 유약, 소성 작업을 거친 원형과 반원, 그리고 사각은 <얼굴> 이되고 <머리>가 된다. 여기서 <얼굴>과 <머리>는 추상으로 점, 선, 면의 기하학적 입체 구성작업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구성도 점토에 유약과 소성 과정을 거친다. 단지 <얼굴>과 <머리> 시리즈에서 표면은 과거와 달리 섬세한 표면의 질감과 기하학적 형태의 마무리가 깔끔하게 이루어진다. 사각의 겹친 부분이나 원형은 마치 완벽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축처럼 보인다.
건축적 도조의 원과 사각의 조형적 구성이나 추상표현의 표면은 초기 작업보다 더욱 세련된다. 사각형의 겹쳐진 형태와 입방체의 사각 표면에 빗살무늬처럼 그어진 선들은 무의식 상태에서 그어진 원초적 행위의 결과로 보여진다. 유약과 소성에 의한 우연적 표현과 자연스럽게 그려진 점, 선, 면 그리고 유약의 흘러내림 등으로 그의 도조는 <연결> 이라는 개념 작업 이후 조형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이후 '90년대 제작된 <머리> 연작에 관한 해석으로 미술 평론가 김복영은 이것을 하나의 '관계항(關係項)'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인간의 형상을 추상하거나 구체적 사물로 '연결'을 상징하는 작업 등은 "자연과 인간의 등가물, 또는 상관물로서 도예개념을 만들고" 더 나아가 "관계성이란 하나의 물상으로 용도 미(美)대신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위한 필수 장치"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여기에 매개물로 흙을 통한 사물과의 '관계항'을 도조를 통해 보여주는 김혁수의 작품세계는 점차 양식의 세련됨과 주제의 깊이를 더 해가고 있다.
4.실험정신과 <환경 도예>로 전환 시기
2000년 이후 변화로 주목되는 것은 초기부터 시작된 조형적 실험정신과 환경도예로 연결이다. '90년대 후반이후 그의 작품은 대형화되면서 재료와 기법,소성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작품 크기가 높이 1m80cm까지 극대화시키고, 도시의 공원이나 건축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에 놓여지면서 환경미술로 변화한다. 도심에 세워진 그의 도조 작품은 크기와 유약의 효과, 그리고 세포 분열 이미지가 '생명성'을 나타내는 주제로 일체감을 주며 마치 기념비처럼 보인다.
흙의 물성과 크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그의 환경 도조는 우선 기법과 재료 문제를 해결해야만 가능하다. 자신이 만든 조합토의 개발은 물론 산화소성에 의한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장장 50여 시간이 걸리는 초벌과 재벌 과정을 소화시키고, 공간 크기에 맞춰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당시 제작된 작품은 2003년 제10회 개인전에 <세포조직(Cellulation)> 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환경도조의 대표작으로 소개된다. 여기서 힘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작가는 도시 공간에 설치하여 환경미술로 전화시키면서 현대 도자예술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3개의 <세포조직(Cellulation),2003> 연작은 1980년대 초부터 제작되었던 수직의 입방체 작업과 많은 유사성을 갖는다. 이 연작은 표면에 거친 행위의 흔적과 아울러 세포조직과 같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입체적 추상 작품이다. 거친 표면과 수없이 많은 구멍들은 세포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흑백의 모노크롬 색조로 통일된 커다란 사각 덩어는 오랜 풍상을 이겨낸 기념비처럼 견고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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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수
1984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요업디자인 전공)졸업
1997 단국대학교 문리과대학 요업공예학과 졸업
개인전 10회
2003 제10회 개인전 (한전 프라자갤러리,서울)
단체전
2004 제1회 대만국제도예 비엔날레전(대만,잉거) 외 다수
작품소장
대만 잉거 도자박물관 - Cellulation-0312
국립현대미술관 - Cellulation-0305
한향림갤러리 - Cellulation-0301 , 세포조직 Ⅱ
이태리 FAENZA도자박물관 - 세포조직
단국대학교 도서관 - 器 2000
일본 교토 MARONIE갤러리 - 머리Ⅱ
현재
한국미술협회,한국현대도예가회,환경도예가회,한국도자장신구협회,화경도예가회 회원
단국대학교 예술조형대학 도예학과 교수
단국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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