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희 도자 세계,
자연과 일체된 삶과 예술
"한티골짝에 억새풀 집짓고 흙장난하며 놀았다네.
둘은 산비둘기처럼 나무, 바람, 구름, 비, 해, 달, 별과 이야기 했다네.
둘이 떠난 집터에 두송이 꽃이 피었네."
1996년 겨울 어느 날, 작가 노트에서 발견된 간결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시이다. 수많은 잠엄들이 들려주는 어떤 경건함보다도 더욱 숭고하게 와 닿는 자연과 이체화된 삶과 얘술의 자세가 아닌가. 작가의 작업은 그 일체화된 삶의 형상으로 사람, 집, 새, 꽃 등을 빚고 굽는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존재하는 일상적 모티브들이자 정서적 단위인 이들 형상들은 작가의 정직하고 곹은 성품 그대로 반듯하고도 단순한 정형화를 거치면서 작가만의 시작언어로 구체화된다.
자연과 일상을 투영한 절제된 시각언어
작가의 자연과 일체화된 도자세계는 간단하고도 명쾌한 시각이미지로 압축되어 드러난다. 대개 흙은 돌이나 나무와 같은 여타의 재료보다 성형의 가능성이 높은 성질을 갖기에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구사할듯 하지만 정작 작가는 일정한 두께와 자세한 묘사를 간략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의 왕성한 작업 시기인 1990년부터 2005년경에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러한 양식은 4내지 5센티미터의 두께와 평평한 판형에서 새며 나무며 사람들을 찍어 오려낸 듯한 양상을 보인다. 즉 얼핏 보면 직선이나 원의 정갈한 형태들로 인해 판형 구조 또는 부조적 형상이 아닌가하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완성한 모든 대상들은 직접 빚고 두들기고 파고해서 도달한 산물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들은 다양한 변형과 간략화에도 불구하고 기하학적 요소로 환원되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대상 자체의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렇듯 작가의 시각언어는 친밀한 대상과 명쾌한 이미지의 절제로 요약되는데,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내적 성찰과 반추의 과정으로부터 도달하게 된 간명하고 따뜻한 구조화의 결과이다.
삶,사람,예술의 만남, 존재의 이유
그의 작업에서 삷과 자연을 떼어놓고는 그 무엇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지독히도 삶의 세계와 예술의 그것이 닮아 있는 까닭이다. 아니 닮았다기 보다는 일체화되었다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새와 사람, 나무, 꽃, 집 등의 대상들은 그 자체로 삶의 일부이자 존재의 대리물이며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한 것이다. 2004년의 <살아가는 연습>이란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겠지만 , 단번에 느껴지는 그 삶의 의지와 생명성은 어쩔 수가 없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략과 절제된 양식으로 정확한 묘사 없이 퍼득거리는 날개와 긴 부리의 머리를 강조하여 표현하였다. 소설《데미안》의 알에서 깨어난 장면의 묘사가 연상되기도 하고 , 이상의 《날개》의 '날자, 날자, 날아보나꾸나'의 그 정서, 즉 '어떠한 경우에도 살아야 한다.'는 삶의 의지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살아가는 것, 살아가는 연습을 해나가는 것, 실은 그것이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벌레를 낚아채는 새>(1998)의 생존을 위한 행위의 장면이나, 벌이 꿀을 모으는 장면으로 드러난<작업>(2004)에서 작가의 삶과 예술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본다. 누가 뭐라하든 열심히 꿀을 따서 모으는 꿀벌의 몸짓은 작가 자신의 예술 언어로 강직하게 창작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구체화하는 행위와 다름없는 것이다.
삶과 순리와 예술의 강직함으로 일관하다.
작가는 언젠가 3개월 정도 참선을 통한 깨달음을 위해 보광사라는 절집에서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작가는 '무아의 경지'가 아니라"나는 역시 인간들과 어울려서 작업에서 이야기를 찾아야지."하면서 삶의 세계로 각성에 의한 회귀를 하였던 것이다. 그의 삶의 세계로의 귀속은 한티에서의 근원적 삶으로서의 여정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진흙 속에 빠져도 갈 길은 멀다. 인생...웃다가, 울다가, 기쁘다가, 성내다가, 좌절하다가, 행복하다가, 그러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청송 한타땅에도 봄날은 온다."1999년 남겨놓은 그의 기록은 삶 자체의 의미로 다가오는데, 온갖 삶의 여정에서도 '봄날'을 고대하는 그리움과 기다림이 간절하다. 그가 고대했던 '봄날'은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그가 떠나고 없는 또 다른 봄날에, 그의 작품들과 기록에서 그의 삷과 예술을 음미할 수밖에 없지만, 삶에 순응하고 예술에의 강직한 믿음으로 일관한 작가의 존재의 여정은 다시 남은 이들에게 또 다른 '봄날'을 꿈꾸게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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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희(金淳凞)
1955.4.9~2006.5.6 별세
경북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설티)
1973년 대구공고 졸업
1978년 단국대학교 도예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도예전공) 수료
서울미술고등학교 재직
서울예일여자고등학교 재직
서울교육대학교 재직
김순희.이원아 부부도예전
청송주왕산 수달래제 부부도예초대전
화경도예전 (서울)
단국도예 30년전 (서울)
개인전 8회 (서울,김천,청송)
1982년 단원예술제 대상
1987년 서울미술제 서울미술상
한,유럽 도자특별전
2005년 포스코 갤러리 기획초대 개인전
화경도예 30년전
2006년 통인화랑 기획초대 개인전
2007년 포스코 미술관 기획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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