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에 입학하기 전, 나는 2년간 은행에서 관리업무 실습생으로 근무했었다. 하지만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하던 것을 포기하고 미술 대학을 가는 것에 대해 망설이진 않았다. 은행에서 일했던 경험은 비즈니스와 상업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주었다. 미술대학으로 진학 후, 나의 예술적 재능과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생계유지를 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 6개월동안 제작해야하는 대형 부조 조각을 주문 받았을 때 클라이언트가 내 작품에 매우 만족해 원래 가격의 2배를 주었던 적도 있었다. 내 졸업 작품도 잘 팔렸었는데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아티스트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곧바로 인근 미술관에서 또 다른 의뢰가 들어왔고, 나는 프랑스에 작은 집을 구입해 아내와 함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나는 조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어시스던트를 두고 작업할 수 있을 만큼 내 작품은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나는 약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공공기관이나 개인의 의뢰를 받아서 작품으로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이다. 갤러리에서 판매되는 작품만으론 생활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주문들이 없었다면 나는 다른 수단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내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부류가 없다. 대부분이 전시장에서 우연히 내 작품을 본 사람이거나 내가 제작한 공공 미술 조각품을 본 사람들이다. 작품을 매매할 때 대다수의 갤러리들은 구매자가 스스로 갤러리를 찾기 바란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의 상황을 보면 직접 구매자가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요즘 시대에는 갤러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잠재적인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각위주로 판매를 하는 열의 있는 갤러리들이 연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스스로 평범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로지 연습만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나는 오랜 시간 작업실에 있었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인지 나는 운좋게도 작가로서의 방향을 일찍 찾을 수 있었고 21년전부터 지금까지 부조조각은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나는 여전히 오랜 시간 작업을 하고 모델링의 영감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는 내 작품을 구상하는 데에는 어려운 점이 없지만 구상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에서 오는 괴로움’ 이것이 가장 문제였다. 작품에 대한 나의 가장 큰 도전은 완고함, 고집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지 작품에 크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영국 런던의 전쟁기념비의 원형 흙 작업을 하였다. 이 작품은 부조형식이었고 실제 크기의 사람이 달리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쉽게 제작하려면 몰드를 제작 해 캐스팅을 해도 되지만, 나는 원형 자체의 속을 직접 파내기 위해 나무틀을 공중에 띄우는 도구를 만들었다. 또한 속을 파내는 과정 중, 틀을 해체 시킬 수 있도록 도구를 변형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물상들은 작업실 안에서 꼭두각시처럼 공중에 띄워진 채로 제작되었다. 흙 원형을 굽기 위해 속을 파는 과정에서 내가 가진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속을 파는 과정에서 형태가 많이 일그러지기 때문에 엄청난 형태 수정이 필요했고 구워졌을 때도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조각가로서의 내 삶은 영국의 여왕을 관객으로 모시거나 귀족이나 정치가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는 등 꿈꿔보지 못한 장소를 방문하게 해 주었고 계층이나 계급이 없는 특이한 사회적 공간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주조공장 바닥에서 동을 갈고 있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단지 같은 일의 일부라는 것이다.

조각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도자분야를 한정 짓지 말고 브론즈나 레진과 같은 타 재료를 도자작업과 같이 병행하는 것이다. 나는 물론 도자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도자의 속성을 잘 알지 못한다. 도자는 매력적이지만 제한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깨지기 쉬운 도자 작품의 구매를 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던 타 재료와의 병행 사용으로 이 단점을 보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www.pauldaysculpture.com에서 다양한 그의 작품을 감상 하실 수 있습니다.

Ceramics Monthly, 2011 1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