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식의 작업은 우리가 한동안 간과해왔던 한국적 미감, 즉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고, 질박하면서도 정제된 우리 내 민간의 정서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Narrative of something” 다시 말해서 “ 작가가 살았고 살면서 교감하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물에 대한 이야기”로써 상상력에 생기를 불어넣어 사유(思惟)의 지평(地平)을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홍진식의 작품내용은 ‘작가 자신의 자위만의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 작가에 의하면 꿈은 그 사람의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상황들을 예시해주며 가늠한다고  한다.
특히 홍진식의 작품에서 꿈은 감정의 내면세계에 형태적인 상징성을 갖는 “나” 또는 “나의 상징”들에 의해 적절히 나타나고 있는데, 이 감정의 내면세계란 작가 의식의 저변에 잠복되어 있는 ‘모든 사물에 대한 동화적이면서 설화적인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작업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형식이기에 이토록 친근한 아름다움을 주는 걸까?
그의 작업은 흙과의 경건한 조우(遭遇)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작품은 장시간 축적된 노동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이지만 교만하지 않고 오히려 겸손해 보인다.
그는 자신의 작업의도에 부합되는 흙을 선택하고 수비(水肥)와 여과 과정을 거쳐 얻어진 토분(土粉)을 일련의 작업과정을 선호한다.
흙이 주는 구수하고 깊은 질감, 투명한 무작위 한 형식에 의한 형태가 만들어진다.

 

 

 

 

 

경건한 작업과정 결과로 이루어 진 유형의 형태들은 마치 조선조 분청사기 드로잉의 그것처럼 깊으면서도 맑고 절제되어있으면서도 분방하다. 한편 그는 이러한 작업에 패턴화 된 듯한 작가 의 인물과 동물들은 정연하게 제시함으로써 어떤 질서를 부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는 자연스럽고 우연한 효과에 의해 구현된 무작위성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자 하는 장인적 기질의 발로일 것이다. 이때 중복되어 나타난 인물상 들은 순수한 개개의 특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어떤 가시적 흔적처럼 피동적으로 존재가치를 드러낼 뿐이다.
거기에는 삶과 연관된 끈끈함이 서려있다. 그것은 작업, 가족 등과 같이 삶에 밀착된 것이거나, 나의 숲속, 나의 고양이, 나의 새, 나의 말 등과 같이 몽상적 ? 동화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 모든 작업들의 기저(基底)에는 자아와 주변에 대한 철학적 통찰과 깊은 애정이 탐지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번 작업은 현실로부터 철저하게 분리된 “Narrative of something” “ 사물에 대한 자위적 이야기”는 현실 속에서 규정된 모든 실증(實證)적인 것을 초월한 작가만의 세계를  더 정확히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작가 자신만의 눈과 느낌으로 주변을 관찰해 온 도예가 홍진식 자위만의 동화책을 만들어 보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글/ 공주대학교 조형디자인학부 교수 김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