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 월간도예 미국리포터

 

2010년 봄, 버지니아주 웨이어스 케이브 Weyers Cave시에 있는 블루 릿지 커뮤니티 컬리지Blue Ridge Community College의 화인 아트 캘러리Fine Art Gallery에서 '버지니아주의 도예 작가전'이 있었다.  이 전시에서는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도예가들의 여러 작품들 즉 기능적 도예와 도예 조소 그리고 저화도 번조와 고화도 장작가마 번조까지 넓은 범위의 도자 작품들이 전시되어 점토 예술의 다양성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많은 작품들 가운데 유독 필자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전시실 한가운데 서 있는 2미터가 넘는 커다란 점토 조형물이었다.  몸체에는 커피 잔 같은 일상용품이나 장난감의 부품 같은 오브제가 무심히 쌓아져 있었고, 점토의 표면에는 값싼 플라스틱 용기에서 볼 수 있는 밝고 가벼운 색의 유약이 입혀져 있었다.  볼륨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표면의 밝은 유색에서의 가벼움, 무게 중심에 맞추어 쌓아진 질서와 오브제의 선택에서 보여지는 무작위 등 그 작품은 균형와 불균형, 질서와 무질서 그리고 기념비적 건축도예와 키치 사이 어느 곳에 서 있는 것 같았다. 

 

 

「Toy Boat, Toy Bout, Toy Boot」

82" tall, fired and glazed clay with slips and underglazes, 2002

 

 

「Totem Equineous」

79" tall, 1997

 

 

이 작품의 작가 마이클 허프와는 오프닝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서로의 일정이 맞지 않아 일년 동안 여러 번 시간을 변경한 끝에 뉴 호프New Hope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작은 도시 시내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길에서 마당에 철조 조소 작품들이 있는 집을 찾으면 된다는 그의 설명을 듣고 필자는 차창 밖 높은 하늘과 나무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운전해 시내로 들어갔다.  어렵지 않게 찾은 그의 작업실 앞에서 허프는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필자를 맞았다.  한 시간 넘게 밝은 웃음과 유머러스한 표현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필자는 그로부터 큰 작품을 하는 작가의 노고와 피로감 따위는 느낄 수 없었고 다만 '재미'와 '흥미'의 감상을 들었다.  허프는 자신을 '수집가'라고 소개했다.  그의 작업실 한 쪽 구석의 테이블과 선반에는 그가 모은 녹슨 수도 꼭지, 일상의 도구들, 장난감 등 지나간 시간이 묻은 물건이 가득했다.  그는 이런 오브제들을 모으는 과정을 '사냥'이라고 표현했는데 때로는 이런 수집하는 과정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보다 더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수집한 오브제들을 용접으로 이어 붙여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조소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금속과 점토를 같이 연결해 전기 가마에서 저온 번조하기도 하며 점토를 이용해 코일 성형이나 물레 성형 그리고 석고 몰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해서 제작한다.

 

 

 

 

「Choatic Encounter #17」 83" tall, 2003

 

 

허프는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대학교에서 회화를 가르쳤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를 보며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13살 때 는 칸딘스키나 조지 오키프에 매료 되기도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미술 대학에 진학했고 펑크 아트Funk Art작가 로버트 아네슨의 도예 수업을 들으며 점토 예술과 만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 주의 한 방송국에서 카메라 맨으로 일하기도 했고, 약 4년간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다.  그는 항상 무엇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 했는데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로드 아리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대학원에 진학했다.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그는 마치 스편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했다.  피터 볼커스와 짐 리디 등의 워크샵에 참가한 후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와 그들의 작품을 그대로 모방해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여러 도예 잡지들을 읽으며 최신 정보를 접했다.  그는 아네슨의 영향으로 대학교 때부터 항상 튼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점토로 큰 작품을 만드는 것은 그의 생각만틈 쉽지 않아 지속해서 여러번 실패를 경험했다.  점토가 가진 한계성을 무시한 채 하루 종일 작업하고 여러 부분을 이어 붙이곤 했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보면 전날 만든 모든것들이 주저 앉아 있었다.  몇 번은 작품들이 가마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느날 학교에 초대작가로 온 론 네이글Ron Nagle이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는데 그에게 각각의 오브제를 맞들고 가운데 파이프를 넣으면 될 것이라는 충고를 했다.  그는 그 후 더 크게 더 놓이 쌓아 올리 수 있엇다.

 

 

「Something on My Mind」20" 79" tall, 2001

 

 

그는 낮은 온도에서 얻을 수 있는 밝은 유색을 기대하며 cone 3이나 cone 4,5의 중간 온도에서 번조한다.  한동안 오십여 개의 거대한 형태들을 만들고 그의 작업실이 작품으로 가득해 더 작업 할 공간이 없으면 그는 하나씩 번조하기 시작한다.  그의 작업실에 잇는 중간 크기의 전기 가마에 큰 작품을 넣기 위해 전기 가마를 분해하고 작품을 넣은 후 가마를 다시 조합한다.  허프는 지난 15년간 버지니아주의 브리지워터 컬리지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학교에서의 시간을 무척 즐긴다고 말하는 그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며 상상의 세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도자 예술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는 한계를 넘어, 실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봄방학을 맞아 학생들에게 그들이 사는 곳의 점토를 가져와 번조해 보라고 한다.  그는 이런 수업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의도한다.  "나는 도예의 정통성에 근거한 기본 법칙들을 깨뜨리고 모든 방향으로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점토를 처음 만지는 학생들은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곤 하는 것을 본다.  나는 학생들이 어렸을 때 점토를 만지던 자유와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기를 바란다."

 

 

「It's All About Balance and Presentation」, 20" diameter, 2003

 

 

허프는 일상에서 유머를 발견하고 싶다고 말한다. 점토로 무엇을 만드는 것은 그에게 하나의 재미이다.  그는 작업을 하기 전에 사전 계획 없이 시작해 오브제들이 이끄는 데로 서로 연결한다.  쌓아 올려진 오브제들이 서로 새로은 관계를 맺는 것 그리고 이것이 관객에게 감정적 실마리를 주는 조합을 마드는 것을 즐긴다.  허프는 지나간 시간 속에 남겨진 오브제들을 모아 그것에 새로움을 입혀 새로운 생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브제들을 높이 쌓은 그의 거대한 작품은 참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많은 물건에 둘러 쌓여 존재한느 우리를 반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점토와 불로 의해 만들어지고 굳어져 쌓여진, 여러 장소와 시간에서 온 오브제들의 기념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과장된 형태와 자유로운 유색으로 관객을 내려보는 그의 거대한 작품은 여러 겹의 이야기를 지닌 채 마치 거울처럼 관객에게 지나간 시간을 비추는 것 같았다.

 

                                                                                                발췌: 월간도예 2012년 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