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제작에 매달려온 도예가
11.7~11.25 금호미술관·노화랑
장동광
돌아보면, 김익영만큼 오랫동안 백자(白磁) 제작에 매달려온 도예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16번째를 헤아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그가 천착해온 백자의 형태나 조형적 주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천착해온 백자에 대한 오랜 탐색의 연륜만큼 원숙한 기품과 단순한 구성미가 탄탄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작품은 결국 작가의 삶과 정신을 반영하는 투명한 거울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익영만의 지성과 직관, 한국적 감성과 선의 여유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의 백자에는 절제미와 단아한 곡선미가 살아 있다. 그것은 날카로운 직관에 의해 배태되고 있으며, 한국적 미의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조형의식으로 통제되고 있다.
김익영의 백자에는 색이 없는 정신의 무게, 침묵이 내재한 영원성과 같은 보편적 백자의 특성은 물론 그 형언할 수 없는 청백의 빛깔이 자아내는 자연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백자에는 청아한 빛깔의 울림을 넘어선 조형적 울림이 있다. 그것은 물레로 빚고 다시 그 부피를 덜어내는 조각적 행위를 통해 자 연스러운 흙의 표정, 번잡함을 벗어난 종교적 엄숙함이 한층 두터운 조형적 의미로 다가선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시대 선비정신을 연상시키는 고결한 기품과 단아함 역시 김익영의 백자를 관류하는 비평적 맥락이 아닐 수 없다. 도예의 전통이 일본에 이식되어 그 본류가 오도되는 현실에서 백자의 현대적 조형성과 가능태를 탐색하는 김익영의 도예작품은 그에 대한 예술적 평가를 넘어서 그 담보적 가치는 현실적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더구나 그의 백자는 '건강한 공예성'이란 공예 본류의 가치를 도도하게 항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백자들을 다음과 같은 테제로 묶고 있다. '기(器)에 바침(Tribute to the Vessel)' '하늘에 바치는 공물(Offering to the Heaven)', '사이와 너머(Between and Beyond)', '대지를 위한 신전(Temple for the Earth)'. 이러한 테제들은 김익영의 백자가 한국적 백자의 전통을 넘어선 현대적 조형미와 청백색이 자아내는 자연의 빛깔, 그리고 건강한 공예성에 얼마나 깊이 매료되어 있는가를 전달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