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준 상/미술평론가     

장진은 십오년 전에 이미 완성된 도예가로 출발한 바 있었다. 당시의 그는 전통양식의 흙 조형물을 능숙한 솜씨로 다루고 있었으며, 수없이 만져 본 흙의 감촉을 통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삶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만지는 고로 나는 생존한다‥‥‥는 것이었다. 만진다는 건 손의 일을 뜻한다. 머리로 생각하는게 철학자의 일이라면 세라믹 아티스트는 손으로 생각한다고 비유 될 수 있겠다. 그러니까 張震의 손은 세계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인식의 도구인 셈이다.

이러한 張震은 근간 일본으로 건너가서 현대세라믹아트의 진수를 몸소 익혀온 바 있었다. 땅은 거기 정착하는 자가 있으므로 해서 땅이 되듯이, 흙은 세계도처에 있는 것이고 그것을 만지고 쓰다듬으려면 그 흙이 있는 현장으로 나서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흙의 개별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나의 구상적(具象的)보편으로 환원시키는 힘을 가진게 있었다. 불이었다. 훨훨 타오르는 불길이었다.

그것은 만물을 용해하여 하나의 보면으로 농축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만큼 만상의 기원과 비의를, 바로 그 순간의 상황으로 나타내듯 훨훨 타오르는 것이었다. 張震의 최근은 이러한 불길에 매료된 바 있었다.

이번 발표회에서 보여주는 그의 세라믹은 흙으로부터 태어나서 흙으로 되돌아가는 생명들의 왜곡된 표정들로 되어 있다. 그것은 불의 그림자 같은 표정들로 비유될 수 있겠으며, 모든 생명현상에서 관찰되는 양면성으로 비유해 볼 수 있는 그러한 표정들이다. 또는 형식(形式)의 타락(墮落)으로 감지될 수도 있겠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처럼, 기능(機能)을 상실했으면서도 권위(權威)를 주장하는 것은 타락의 징표라는 그러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불은 표면에선 웃고 있지만 이면에선 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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