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김태성 (행남자기(주) 제품 연구소 소장)

많은 이들이 서서히 더위를 느끼고 힘들어하기 시작하는 여름의 문턱에서 김순배 도예전, <[화 . 기 . 애] -꽃그릇과 오브제>의 전시장을 채운 순백색 화기들은 도자의 형태를 빌린 청량제가 되어 주었다. 우리는 좋은 분위기를 표현할 때 보통 '화기애애'하다고 한다. 물론 작가가 표방한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인 '화기애'는 다른 뜻의 의미가 복합된 단어이고 공간은 다양한 테마로 채워져 있었지만, 전시기간 내내 전시를 관람하는 관계자 및 관람객들이 서로 어우러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산업도자기라는 범주 안에서도 생활도자기를 대량생산하는 업체의 제품을 기획 . 개발하는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 대부분의 도자 관련 전시회에서 작품을 보는 관점이란 협소해지기 마련이다. 디자인 자체에 충실하길 바라지만 거기에 상품성, 대량생산 가능성(물론 대량이라는 개념은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에 따라서 달라져야겠지만) 및 용이성 ,기능성 등이 있는지 항상 도자재를 볼때마다 그런 요소들을 버릇처럼 투영해 보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관점들이 혼재된 나의 시점으로 보는 김순배 교수의 작품들은, 그동안 생활에서 다소 멀어진 듯한 도예계의 모습 때문에 전시장을 나서며 조금은 어색해 했던 아쉬움을 잠시 잊어버리게 해 주었다.

 

 

 

 

물론 도자기의 사용자가 대부분 여성인 점을 감안한다면, 해 ,달 ,별 ,나비 ,하트와 같은 서정적이고 페미닌한 소재들을 주로 사용하고 아이템 자체도 꽃 그릇과 리빙 용품인 그의 작품들이 아낌을 받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소 도자기를 사랑하고 구입하기를 원하는 애호가들의 기호를 열심히 파악한 열정과 그것을 작품에 심미적으로 반영하고, 예술성과 상업성을 조화하여 마무리한 단아하면서도 트렌드에 걸맞는 작품들은, 평소에 대화하면서 느껴왔던 그의 도자 디자인론에 대한 실물이었기에 이론과 실재사이의 일관성이 무척 반가웠다. 이번 전시는 도예전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작품은 '스투디오 오존'이 제작하고, 전시기획은 '이로 디자인'이 담당하는 전문적인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로서 작품 하나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살리면서 편안하고 아름다운 전시장의 공간 배치가 이루어졌다.

 

 

 

전시장 중앙에는 행남자기의 테이블 웨어와 그의 작품을 적절히 조화시킨 테이블 세팅들이 선보였는데, 식기류를 돋보이게 하는 소품, 꽃과 잘 어울리는 화기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작품을 디자인 할 때 플로리스트나 푸드 스타일리스트, 일반 주부 등 전문가 및 직접 사용할 사람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고심한 결과로 보여진다. 자연의 일부인 모티프들이 형태를 갖추어 도자 표면에 올라와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순백에 악센트를 주었으며, 공예의 다른 매체에 비해 타 재료와 함께 사용하는 데 있어 저항감이 큰 도자물에 큐빅과 은, 유리등을 사용하여 소성 후 장식을 시도한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석고틀을 이용한 슬립 캐스팅 기법은 점토를 직접 손으로 빚는 다른 기법에 비해 작업하는 이들의 수가 적고 그 중에서도 이를 사용하여 조형작업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본격적인 산업 도자를 목표로 작업하는 작가들은 많지 않다. 여주대학 도자 디자인과에서 제품도자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작업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캐스팅 기법이 사실은 정말 흥미롭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음을 전시를 통해서 학생들과 느끼고 싶었고, 그 자신도 매일 매일의 수업에서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하였다.그가 가진 작품 세계와 교육 현장 , 생산을 위한 디자인 활동이 조화를 이루어 더욱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