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와라시나(Patti Warashina)는 미국 도예계 뿐 아니라 세계 도예계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놀라운 업적들을 남겼다. 지금은 일반적 이슈라고 할 수 있지만, 예술계에서 페미니스트적인 발언을 처음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녀가 많은 작업과 놀라운 기술적 성취, 끊이지 않는 실험정신을 통해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것 역시 부인 할 수 없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동양인으로서 특별한 환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작가적 배경에 비롯한 그녀의 개인적 반응과 사고(思考)를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것은 관람자로서 그녀의 멋진 작업을 바라보는 데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1940년 3월 16일, 와싱턴(Washington)주 시애틀(Seattle)에서 태어났으며, 일본인 3세로서 부모님의 이민 이후 계속 미국에서만 거주 해 왔다. 1958년부터 1964년까지 시애틀에 위치한 와싱턴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 WA.)에서 B.F.A와 M.F.A과정을 이수하였고, 그녀는 현재 와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와라시나의 작업은 대체로 4기로 나누어 고찰되어 질 수 있다.

제 1기는 1962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다.

실용적인 용기와 풍자와 유머가 결합된 가마시리즈들이 주로 제작 된 시기이다. 이 때 일부 작품에서는 아크릴릭 칼라로 페인팅 한 작품들이 시도되기도 한다. 이렇듯 와라시나는 이 시기부터 색채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며 색에 대한 많은 실험들이 실행되었다.

제 2기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다.

젊은 날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과 그에 따른 이혼으로 말미암아 불행했던 개인적인 경험에 충실한 작업들이 표출된 시기이다. 또한 제단(Altar Series)시리즈들이라고 불리 우는 이러한 작품들은 매우 페미니스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 3기는 대략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 정도까지 시기이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그녀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작품들과 달리 아주 작은 크기로 제작되어졌으며 단지 하얀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녀는 작은 인형들에게 여러 동작을 하게 만듦으로서 상황을 제어하는 조정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플랙시 글라스 안에 봉인 된 채 관람객들에게 보여진다. 이것은 와라시나가 자신이 만든 작은 인형들과 그들이 배치된 배경이 우리가 속한 세계가 아니라 미지의 다른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 4기에는 3기 후반이라고 할 수 있는 88년에 제작된 을 필두로 현재까지 제작되어지고 있는 작품들까지를 일컫는다.

3기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라면 기술적으로 흙으로 성형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크기 면에서 거대해졌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여자, 소년, 성직자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2기에 쓰였던 화려한 다중적 색채들로 옷 입혀져 있다. 한층 예전의 작품들보다 더욱 더 페미니스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그녀의 작업들은 상황성(컵이 떨어진다거나 하늘에 떠 있다거나 하는)을 포함시켜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성은 인물이 배치된 배경에서 페인팅을 통해 부연 설명을 받기도 한다. 또한 와라시나는 이중적 이미지-남성과 여성, 악마와 성자등-의 합성을 통해 이미지가 갖는 상징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패티 와라시나의 전시팜퓰렛, 리뷰, 전시비평을 소개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패티 와라시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많은 도예인들과 관심있는 모든 분들에게 와라시나와 그녀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