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윤정 San Diego City College 미술학과 교수

회화와 도자를 접목하여 도예를 순수 예술의 범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고, 미국의 도예계에, 나아가서는 전세계 도예계에 혁명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피터볼커스(Peter Voulkos)가 지난 2월 16일, 78세를 일기로 아쉽게도 타계하였다. 버클리 대학원 시절 필자의 주임 교수이기도 하였던 그의 서거를 애도하며, 그의 삶과 작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럽과 일본도예 사이에서 뿌리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던 1950년대 미국 도예계 - 볼커스는 미국회화의 추상표현주의를 도예에 시도하면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후로 반세기, 그는 한 발 앞서가는 도예가로서 많은 작품 뿐 아니라 미국 도예계를 이끄는 유능한 제자들을 만들어 냈다.1954년부터 1959년까지 로스엔젤스 오티스 미술대학(현 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 그 후 1985년까지 버클리에서 (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도예과를 신설하여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였다. 그는 항시 제자들을 동료 작가 처럼 대했다. 버클리 기차길옆 작업실, 그리고 나중에는 오클랜드 공장에서 여러 작가 및 제자들과 작업실을 함께 쓰며 동료 작가들과 주고 받는 창작열과 에너지를 크게 중요시 했다.

 

그의 마지막 워크숍이 되고 말았지만, 오하이오 볼링그린 대학에서의 ‘볼커스와 그의 프랜드'라고 명명되었던 워크숍에는 그의 친구 동료인 루디 오티오, 준 가네코, 던 라이츠, 폴 숄드너가 함께 있었고, 그는 워크숍 기간 중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말았다. 전시 초대일 만찬 때 볼커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호텔에서 쉬도록 하고 친구들이 돌아 왔을 때엔 그는 이미 심각한 상태였었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약물 중독의 후유증으로 후두암을 앓고 있었으나,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1985년 버클리 교수직을 은퇴한 후 세계 여러곳에서 워크숍을 해 왔던 그가 워크숍 도중 동료와 제자들에 둘러 싸여 숨을 거둔 것은 의미있는 일이며, 그가 원하던 바이었으리라.현재부인 앤 아데어(Ann Adair, 도예가)사이에 태어난 아들과 첫 부인인 마가렛 콘(Margaret Cone)사이에 태어난 딸을 남기고 갔다..

 

 

버클리 대학 강의 중 작품시연모습 /「Mr. Ishi」 548.6×1503.7×624.8cm

Peter Voulkos Studio 1969∼1970 /「Pinatubo」 106.7×81.3×81.3cm, 1994

 

 

볼커스는 1924년 몬타나 주 작은 농촌도시인 보즈만에서, 그리스에서 이민 와 식당을 경영하던 부모 사이의 셋째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간 주물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군대에 입대했다. 제대 후 제대군인을 위한 무료 대학교육 프로그램으로 몬타나 대학에 들어갔고(현 Montana State University), 그곳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했다. 졸업 필수 과목이었던 도예 과목을 할 수 없이 택하게 되었으나, 그는 곧 흙에 매혹되어 전공까지 바꾸게 되었고, 평생 가까운 친구가 된 루디 오티오(Rudy Audio)를 만나게 된다.

 

무제 1980 /「Cross」 77.5×58.4×25.4cm, 1959 /「Red River」 94×31.8×36.8cm, 1960

 

 

오클랜드에 있는 캘리포니아 아트 앤 크래프트 대학원에서(California College of Arts and Crafts)석사학위를 마친 후 친구 루디와 함께 아치 브레이의 도움으로 그의 벽돌 공장(지금의 Archie Bray Foundation)에서 일하며, 공방도예를 만들기 시작한다. 53년 여름 노스캐로라이나에 위치한 블랙마운틴 대학에서 섬머스쿨을 가르치게 되며, 그 때 뉴욕 출신 화가 음악가 문학가들을 사귀게 되고, 그들 주선으로 뉴욕에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인 프란즈 클라인(Frnz Kline), 필립 구스틴(Phillip Gustin), 로버트 라우첸버그(Robert Rauchenberg)의 영향을 크게 받게된다.54년 부터 약 5년 간, 로스앤젤스에 있는 오티스대학에서, 당시 학생이었던 폴 숄드너, 존 메이슨, 캐니 프라이스 등과 함께, 도예계에 큰혁신을 일으키는 추상표현주의적인 도예를 시작한다. 회화에도 다시 손을 대기도 했던 그는 흙에 모래, 접착제, 에폭시, 물감 등을 섞어 쓰는 회화적 작품과, 100여개의 물레성형체를 붙여서 높이가 200cm가 넘는 대형 조각을 만드는 등, 도예전통을 무시한 실험적이고 자유분방한 작품을 시도한다.

59년에 버클리 대학교 교수로 와서 도자학과를 신설하고, 오티스대학에서와 같은 에너지로 제자들과 작품을 했다. 이젠 유명해진 스테판 드 스테블러, 제임스 멜쳐드, 론 내글 등이 그의 밑에서 도자를 배우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한다. 60년에는 도조로서는 처음으로 파리의 프레미에르 비엔날레에서 로댕 상을 받았다. 버클리의 조각 교수들과 함께 미국 최대 주물 시설인 갈반조 워크(Galbanzo Work)를 시설했고 68년까지 주로 주물로 만든 대형 작품에 주력하게 된다.

 

 

「X-Neck」 87.6×53.3cm, 1990 / Callas Rock 21.3×94×68cm. 1960

 

 

“그의 즉흥적인 판단은 틀린 적이 없으며, 마치 천재적인 운동 선수가 생애 최고의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 같다. "1968년 퀴이화랑(Quay Gallery)전시를 기하여 만들기 시작한 도조로, 물레로 만든 형태를 서너 개 씩 쌓아 올려 만든 「Stack」이란 작품과 60cm 정도의 대형 「Plate」등이 그 때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 때의 작품들은 얼핏보면 장작가마소성 같지만 고온흙에 저온유약을 묽게 타서 분사한 후 가스가마에서 구운 작품들이다. 그는 유약으로 표면을 덮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고, 흙의 표면에 남은 손자국 같은 흔적들이 그대로 보여질 수 있도록, 거의 물 같은 유약이 흙에 투입되어 엷은 광택 또는 흙 본래의 붉은 색상을 강조하는 정도로 시유했다. 그가 78년 뉴욕에서 피터 칼라스를 만난 후에 모든 작품을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것은 소성의 예측 불허와 흙 표면의 흔적을 유약 없이 나타낼 수 있는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85년 교직을 떠난 후로는 세계 여러 곳에서 워크숍을 하며, 피터 칼라스의 작업실에서 장작가마소성으로 작품을 했다. 그의 마지막 15년간의 작품은 가장 거칠고, 힘차며 아마도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은 작품인 듯하다. 그는 머리 속에서 생각하며 구성을 하기보다는, 온 몸과 손을 통해 즉흥적이고 순간적으로 작품을 만든다. 짜르고, 찢고, 뜯어서 다시 붙인 흙의 흔적들이 예기하기 힘든 장작가마소성을 통해, 흙·불·재의 조화를 통해 얻어지는 결실이다. 어디서 성형이 끝나고, 어디서 표면처리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으며, 형과 표면이 하나로 처리된다.

 

 

무제 1959 무제 1979

 

 

그의 친구 루디 오티오는 볼커스의 작품과정을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즉흥적인 판단은 틀린 적이 없으며, 마치 천재적인 운동 선수가 생애의 최고의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 같다." 피터 볼커스의 유산은 도예계에 오래오래 그리고 크게 영향을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피터 볼커스가 버클리 시절 과도기에서 방황하던 필자에게 준 영향은 필자의 작품관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스승의 명복을 빌며 그의 삶과 작업을 회고해 본다.

 

 

 

 

피터 볼커스와 그의 친구들 - 아치브레이 재 단 창단초기에 함께 모여서 촬영한 사진이다. 왼쪽부터 야나기 무네요시, 버나드 리치, 루디 오티오, 피터 볼커스, 하마다 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