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다양한 건물의 스테인드 글래스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일반적인 ‘스테인드 글래스 작가’라는 이름보다는 ‘글래스페인터(Glasspainter)’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나는 10년 전부터 이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나의 도메인 네임으로도 쓰고 있다.
나는 정해진 스타일이나 디자인 패턴들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장소와 건축물에 가장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을 구상하려고 애쓴다. 여기에서 다양한 스타일과 작업기법을 이용한 나의 대표 프로젝트를 몇 가지 소개하겠다. 나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살고 독일에서도 산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은 줄곧 독일의 윌헴 데릭스(Wilhelm Derix) 스튜디오에서 창문 작업을 해오고 있다. 나는 재료와 방식의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전통적인 재료만 가지고, 대개 600년 이상 사용되어져 온 전통적 작업과정만을 따르도록 한다. 단, 유리를 산(酸)으로 에칭하는 것은 대략 130년 정도 이어진 방법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유리는 flashed glass라고 불리며,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작과정에서, 3mm 두께의 옅은 바탕 유리에 얇은 색깔 층이 융합된다. 유리는 모두 손으로 만들어지며, 이 색깔 층을 산(酸)으로 에칭하여 제거시키면 밑에 깔린 층의 패턴이 떠오른다. 나는 에칭의 방법을 이용하여 매우 복잡한 작업들을 해낸다. 내 작업들 중에는 유리를 여러 층 에칭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많은데, 파이핑 센터(Piping Center), 포클랜드 기념관(Falklands Memorial) 등의 창문은 에칭된 층이 최대 8개까지 있다.

 

 

Cafe Gandolfi,「Flock of Fishes」 Cafe Gandolfi 내부

 

 

간돌피 까페(Cafe Gandolfi)의 창문을 디자인하면서 나는 실제 물고기의 사진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이 작업은 1984년과 1987 년에 걸쳐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 이 까페는 아마도 글래스고에서 가장 유명한 까페일 것이다. 물고기를 이용한 것은 까페 주인과 나의 아이디어였다. 모델이 된 물고기는 청황돔 (painted sweetlips)이라 불리는 것으로 무리지어 다니는 특징이 있다. 이 까페의 두 번째 작업을 할 때 나는 같은 종의 물고기를 다시 이용하되 좀 더 생동감 있게 움직임을 강조하였다. 이것이 내 작품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Lockerbie Memorial Window

 

 

1991년 12월에 완성된 락커비 기념관(The Lockerbie Memorial)에서는 또 새로운 양식을 시도하였다. 이 창문은 1998년 12월 21일, 스코틀랜드 락커비에서 발생한 팬 암(Pan Am) 103기 폭파 사건의 비극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주제의 성격상 디자인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으나, 결론적으로 이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국기를 작품 속에서 표현해 낼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디자인된 이 창문은, 단지 아픈 기억을 떠올려 주는 매개가 되기보다는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을 기념하고자 하는 것이다.

 

University of Strathclyde Windows 세부 Piping Center, Bagpipe Window 세부

 

 

지난 몇 년간 나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글자와 기호의 조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구상은 1996년 글래스고의 파이핑센터와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University of Strathclyde)의 유리창을 제작하면서 응용하였다. 이 창문에서는 여러 층의 에칭을 이용하여 복합적인 형상을 만들었다. 이미지와 문자가 어우러져 이미지도 아니고 문자도 아닌 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의 200주년 기념 유리창(Bi-Centenary Windows)은 이 학교의 창립 200주년을 준비하며 제작되었다. 나는 배움의 터전인 대학을 만들어가는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전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숫자, 문자, 기호 등으로 상징되는 지식은 여러 세대를 거쳐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계승한다. 이 대학의 역사와 관련된 이름과 자료들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문자 및 기호가 조합된 구조로 3개의 창이 만들어졌다. 이 외에 파이핑 센터의 창도 같은 해에 비슷한 개념과 구성으로 제작하였다.

이후에 포클랜드 전쟁기념관의 유리창을 만들면서는 ‘혼돈을 벗어난 평화’라는 색다른 주제를 이용하였다. 여기에서는 바다를 따라 떠나는 오랜 여행과 섬 횡단 여행을 묘사하였다. 나는 원거리 여행의 인상을 주기 위해서 수평선의 원근감을 이용하였고, 하늘과 바다 풍경으로부터 이미지를 이끌어냈다. 이번에는 바다와 물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도록 선보다는 색을 더 강조하는 수법의 에칭을 사용하였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드로잉을 함께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러했다. 드로잉은 아이디어를 더욱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게 해준다. 그것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The Falklands Memorial Window 드로잉 작업과정" &The Falklands Memorial Window세부

 

 

최근에는 허치슨 학교(Hutchesons Grammar School) 도서관의 알렉산더 스톤 기념 유리창(Alexander Stone Memorial Window)에 완전히 다른 기법을 시도하였다. 이것은 올해 초에 완성되었고 18개의 창으로 구성하였으며, 자연광을 해치지 않으려고 유의했다. 창문에 이용된 문자는 학교의 역사, 그리고 설립자와 졸업생들의 이야기로부터 인용했다. 나는 그 다양한 인용구들을 통해서 역사와 철학의 변화를 매우 독특하고 현대적인 방법으로 나타냈다. 거기서는 아울러 300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야기된 언어의 변천도 볼 수 있다. 그것들은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고, 매우 복합적이며, 재미있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나는 여기에서 매우 특색 있는 시각적 패턴을 만들낸 것이다. 스테인드 글래스는 그동안 교회건물에나 쓰이는 것이라고 인식되어져 왔다. 따라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이 아름다운 매개물을 통해서 새로운 쓰임과 개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예전문지 월간 크라트제공 www.crart.co.kr>

 

 

Hutchesons’Library Window 세부 Hutchesons’Library Window, Alexander Stone Memorial

John K. Clark / 1957년 스코틀랜드 출생. Glasgow School of Art를 졸업한 이후 줄곧 자유롭게 스테인드글래스 작업을 하고 있으며, 모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맡기도 하였다. Saltire Society Award를 비롯하여 두 차례 수상을 한 바 있고, 다수의 전시회를 가졌다. 특히 기념관, 대학 등으로부터의 주문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