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동훈 원광대학교 도예학과 교수

 

Karen Karnes는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미국 도예가이다. 50여 년을 한결같이 물레 작업을 통한 창작적인 도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이미 80에 가까운 그녀는 지금도 끊임없이 물레 작업과 식염유를 활용한 소성작업을 손수 하고 있다. 안정감 있고 힘찬 형태의 커다란 항아리를 지금도 물레 작업을 하면서(물레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들어내기가 힘겨워 작품을 운반할 때에만 조수의 도움을 받는다.) 끊임없이 흙과 불 속에서 매일의 일과를 지낸다. 필자가 뉴욕에 유학하던 시절인 80년 초반에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도예가인 Mikhal Zakin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후 20여 년 동안 거의 매년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만날 때마다 도예에 관련된 토론으로 밤샘을 하곤 하였다. 지난 1997년에 Mikhal Zakin의 작업실에 필자가 지은 식염유 가마에 처음 불 때는 날에도 3일 밤낮을 도예에 관하여 토론하고 인생을 논하였다. 평생을 흙과 불 속에서 아름답게 늙어 간 Karen Karnes는 나이답지 않게 항상 젊게 사는 비결이란, 단지 물레를 열심히 돌리는 작업들이 일상생활화 되어 있다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유명하고 훌륭한 작품을 평생 해 왔음에도 그녀의 작품가격은 항상 놀라우리 만큼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 이유는 “나의 작품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하여” 라고 말한다. 그저 작업하는 즐거움 하나만으로 50년을 한결같이 물레를 돌려 온 Karen Karnes가 부디 건강히 오랫동안 물레 작업을 지속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여 본다.

작가노트

나는 미국 뉴욕에서 교육받은 어린 시절, 미술 수업시간을 통해 미술에 관한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뉴욕의 풍부한 예술, 문화생활을 즐겼었다. 내가 도자기를 알게 된 것은 미술을 전공했던 대학을 졸업한 이후였다. 50년대 중반에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생활도자기를 만들었다. 이 때에 다양함과 미묘함을 표현할 수 있는 물레 방법을 좋아했다. 그 이후 50여 년 동안을 거의 물레 작업만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나의 도자기들을 여러 사람들이 구매하려 하여도 그 작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았다. 항상 물레 작업을 통하여 조금씩은 달라지는 (작업을 할 때의 기분에 따라서도) 형태의 변화를 중시하여 왔다. 형태를 만들어 갈 때에 물레의 편안한 리듬과 점토의 유연성이 내 작업을 더욱 흥미롭게 하였다. 나는 항상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여러 형태를 조립하여 일련의 큰 화분이나 꽃병 등을 만들기도 하였다. 여러 날 작업하여 완성되는 커다란 그릇도 만들었고, 새 먹이용으로 만든 작은 쟁반 종류, 작업실 가까이 나무에 걸려있는 편평한 모양의 새 모이통과, 정원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만 든 도자기 의자들과 같은 커다란 기물도 만들었다. 또는 손으로 만든 타일을 붙인 집안의 기둥이나 물레를 돌려 만든 세면기를 놓은 주방, 그리고 내화토로 물레를 돌려 벽난로를 직접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나는 항상 도자기를 만들 때에각각의 작품에 대하여 실용적인 면을 가장 중시하고, 그 각각이 요구하는 미묘하고 다양한 용적의 공간을 남겨두고, 물레의 리드미컬한 작업과정 속에서 일련의 비슷한 형태와 용도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천천히 작업하여 왔다.

 

 

 

 

물레성형 방법으로는 편리하면서도 변화로운 다양한 형태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그 각각의 형태에 따라서 무한한 다양성과 사용상의 가능성을 지니면서, 나의 도자기가 그 당당한 위엄으로 테이블 위에 확고하게 놓여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나서 그 꽉찬, 그리고 위엄 있고 안정감 있는 항아리가 각각의 취향에 따라서 감상되어진다. 그 형태가 굴곡이 있는가? 내부공간이 좁혀진 것인가? 넓혀진 것인가? 선이 위로 향하였나 옆으로 향하였는가? 배가 약간 부른 것과 조금 많이 부른 것과의 시각적인 차이는 상당히 많다 하겠다. 나의 항아리들은 대부분 밑에서 직선으로 위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하여 물레에서 작품을 창조하고, 그 다음에는 나의 커다란 장작가마에서 그 미적 감각을 더하게 된다. 불이 지나 간 곳은 미묘한 재의 문양과 그 자취를 남기면서 불의 신이 만들어주는 색채감각에 의지하게 된다. 가마에 불을 붙이는 그 흥미진진함과 기대감은 항상 나를 부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