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힉비의 자연, 원근법적 놀이 그리고 라쿠 홍 성 희 풍경은 항상 나에게 정신적인 여행을 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나는 빛의 시간성과 영원을 가로지르는 무한성에 주목 해 왔다. 또한 나는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더불어 과거와 현재, 이 모두를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순간 나의 기억과 갈망은 조용한 정적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다 보면, 조용한 정적이 어느새 내 주위에 가득차 있음을 발견하게된다. -Wayne Higby

 

Ⅰ. 머리말 현대도예 내에서 여러 의미로 볼 때 웨인 힉비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 현대도예가 피터 불코스(Peter Boukous, 1924~ )의 추상표현주의와 로버트 아네슨(Robert Aneson)의 팝아트로 대표되는 1970년대는 도자 조각의 시작이자 전성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도자조각과 달리 기반을 둔 70년대 중반 이후 "용기로의 회귀"는 몇몇 비평가들에 의해 제기되어 활기를 띠게 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베티 우드만(Betty Woodman), 리차드 드보어(Richard DeVore), 윌리암 데일리(William Deley)를 필두로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조각의 하위개념으로 인식되던 풍토를 벗어나 도자기만의 독특한 성질과 주체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웨인 힉비는 용기가 재평가되어 새로운 도자기의 미학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도예가, 미술교육자, 비평가로서 많은 역활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이력을 제쳐두고 우리가 웨인 힉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주는 다각적인 의미에 있다.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 가장 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커다란 용기와 착시적 일루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요소들은 전통적인 도예의 개념과 그의 작품을 구별되게 하는 척도가 된다. 그러나 1970년대 초기의 도자조각이 흙이 보여 줄 수 있는 한계점을 넘는 시도였다면 웨인 힉비의 작업은 흙과 전통에 대한 반발이 아닌 순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도자기 혹은 흙이 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을 조명한 조형언어의 발로였던 것이다. 웨인 힉비의 작업은 크게 형태상으로 사발, 그룹 지어 있는 합, 타일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도예가가 본 용기>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으로 1990년대 들어서 시작된 타일은 제외하기로 한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일차적으로 작가의 배경, 2차적으로 작품형성요인, 3차적으로 웨인힉비의 작품에 대한 본 연구자의 고찰등의 순서로 진행되었음을 밝혀둔다.

 

Ⅱ. 본론 1.웨인힉비의 개인적 배경 웨인 힉비는 콜로라도 주에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 Colorado)에서 1943년 3월 12일 출생했다. 자세한 가족관계등은 밝혀진 것이 없으나 그가 미술을 시작하게된 시점은 그의 나이 15세 전후로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베미스 스쿨 오브 아트(Bemis School of Art student)에서 그림을 배운 것이다. 그의 본격적인 미술 수업은 보울더(Boulder)에 위치한 콜로라도 대학(University of Colorado)에서 회화와 미술교육을 전공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이곳에서 1966년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힉비는 부모님과 그의 진로에 대해 갈등을 겪었던 것 같다. 그의 아버지는 힉비가 자신처럼 변호사가 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 또한 입학당시에는 변호사로의 진로를 고려하기도 하였지만, 곧 그는 예술전공으로 그의 진로를 결정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 때문이었는지 1963년에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는 이 여행동안 인도 캘커타를 기점으로 아시아 지역을 주로 여행하였는데, 대표적인 지역은 인도, 티벳, 중국, 이슬람지역등이었다. 티벳에서는 2주일간을 머물면서 중국 승려들이 전통적인 소성방법인 라쿠(Raku)를 이용하여 식기를 제작하는 것을 경험하였고, 티벳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중국여행에서 접한 경덕진, 이슬람 도기, 미노안도자에 대한 경험은 후에 그를 도예가로서 정체성을 가지는 데 있어 많은 영향을 주었다. 훗날 도예가로서 서기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던 몇 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1964년 그는 다시 학교를 복학 한 후에는 회화와 미술교육으로 그의 전공을 선회하였다. 이 결정은 인도 캘커타의 여행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나는 고지에 위치한 중상류층의 휴양지인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벗어나 여행을 시작했다. 이 때 나는 그저 순진한 시골청년이었다. 나의 여행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캘커타에서의 1주일이었다. 그건 정말 멋진 1주일이었다. 내가 그곳에서 보낸 모든 것을 기억한다. 1주일 동안 난 내 방에서 한 시도 머물지 않고 이 곳 저 곳을 쏘다녔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소름이 끼칠 만큼 커다란 것이었다. 세계의 한 부분에서 경험한 인간군집들은 아마 내 인생에서 다시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것이다. 여자들은 아주 얇은 천을 몸에 두른 채 다녔으며, 사람들은 문간에서 요리를 하고 어떤 사람은 길 한가운데서 단지 조그만 천을 깐 채 잠을 청했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세계에서 나와는 천애하게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과는 달리 나는 아주 좋은 영국식 호텔에 묵었는데 나는 여행을 하기 위한 돈, 비행기표, 내게 여행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줄 사람들이 적혀있는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다녔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곳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최고로 만들 기회가 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충분히 생각한 결과 가르침을 통해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콜로라도 대학에서 베티 우드만(Betty Woodman)과 조우했는데 그녀와의 만남은 그가 본격적인 도예로의 입문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드만과의 만남 이후 그녀의 추천으로 미시간 대학(Michigan Univ.)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여행에서 접한 경덕진, 이슬람 도기, 미노안도자에 대한 경험은 그를 도예가가 되도록 끊임없이 유혹했다. 이러한 이유로 힉비는 도예로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는 도예로 전공은 바꾸자마자 당시 유행하던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에 영향 받은 거대한 크기의 도자조각을 탐닉하지 않고 처음부터 용기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조우했던 인물들로는 존 스테판슨(John Stephenson)과 프레드 바우어(Fred Bauer)가 있다. 이들 모두 용기에 기초한 작업들을 진행시켰으며 특히 프레드 바우어의 경우 저화도 유약에 대한 많은 연구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주변 인물들과의 조우는 그가 라쿠(Racu)라는 저화도 소성방법과 용기의 형태로 작업이 귀착화 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힉비는 오마하에있는 네브라스카 대학(University of Nebraska at Omaha, 1968-70)과 로드 아일랜드 스쿨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1970-73)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이외에도 스크립스 칼리지(Scripps College)에서 강의를 맡기도 하였다. 그는 강의를 하는 데 있어 매우 진지하게 학생들을 대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펴 나가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노력은 큰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검증되지 않은-혹은 독창적인 그의 새로운 이론들은 검증의 과정 없이 학생들에게 흡수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그의 모험심은 그의 반대자로 하여금 교육자로서 그의 위치를 의심하게 했다. 그는 자신의 교육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가르친다는 것은 학생들이 많은 의문점을 자신에게 가지게 하는 것이다. 어느 학생이 선생에게 그들의 작업이 재미있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건넨 학생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학생들과 토론하는 이러한 과정은 내 자신에게도 내 자신의 심미안과 자아에 대해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 준다." 힉비는 1973년 부터는 알프레드(Univ. of Alfred)에서 전임교수로 재직하게 되었다. 그는 이 곳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작품에 있어 많은 변화를 겪었다. " 내가 RISD에 있을 동안 나는 기본적인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나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대게 상상하던 것 혹은 살아오면서 경험한 기억들이다. 내가 알프레드로 옮겨 나의 작업실을 가지게 되었는데 작업실에 처음 들어가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창문을 여는 일이었다. 그 앞에는 아주 부드럽고 풍화된 모래들로 가득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너는 그러한 풍경들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을 내 작업 속에 펼쳐 보이고 싶었다. 그러한 풍경들은 자연의 영향을(예를 들어 풍화(風化)) 아주 많이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을 내 작업에 옮기기 위해 물레를 사용하여 커다란 사발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알프레드의 자연은 힉비의 창작의욕을 고취시켰던 듯 하다. 또한 알프레드는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거나 혹은 산업적인 방향의 교육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물레기법을 주로 이용하여 작업하던 그의 작업방식은 자연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힉비의 작업은 일명 "알프레드 스타일"이라고 불리 우는 작업들과 확연히 구분되었다. 또한 그의 변화는 작업 뿐 아니라 비평가와 교육자로서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는 알프레드에서 작품을 나누는 8개의 범주와 그의 작품에 관하여 강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용적인 용기에 기초한 작업은 그의 교수로서의 위치와 작가로서의 경력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강한 주장을 내세우기 좋아하는 그의 이러한 성향은 작가로서 어쩌면 오점으로 작용하기 쉬운 것이었다. "내가 스튜디오에 들어서기만 하면, 나는 강한 논지로 나의 의견을 내세웠다. 나는 꼭 내 주장이 어떤 이유에서 아닌 지를 꼭 알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리고 나서는 지적 당한 부분을 반드시 해결했다. 때때로 예술작업에서 이루어지는 용어정리와 정의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힉비의 이러한 비평가, 도예가로서의 활동은 점차 인정받았으며, 작품활동의 영역에서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여주었다. 힉비는 1991년 중국으로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의 이러한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라기 보다는 알프레드 대학의 학과장으로서 중국 경덕진(慶德鎭, Jingdezhen)지역과 연계된 여행이었다. 그는 이 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더 논리적인 자기 논리를 구축하였다. 또한 경덕진 도자연구소를 필두로 상하이 대학(Shanghai University)과의 연계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이끌어내었다. 이러한 그의 도예발전 기반구축에 관한 노력은 상하이 대학과 연계하여 를 기획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며 Haystack Mountain school of Crafts를 세우고 신탁위원회 의장을 맡아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2. 작품형성요인 가. 1차적 접근-제작방법을 통한 외형적 접근 (1) 제작과정 힉비의 작업은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초기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둥근 직경을 가진 사발(도판 2)과 뚜껑이 있으며 그룹 지어 있는 합(도판 3)이다. 그의 작품의 표면은 그가 어린 시절 콜로라도에서 느낀 서부지역 풍광들로 가득 차있다. 그가 작품을 성형하는 방법은 물레 성형을 통해 원형을 만들고, 그 원형을 이용하여 몰드를 제작한다. 몰드성형 후 자기질 태토를 부어 압축성형한 후,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용기 위에 에칭기법을 응용하여 그가 자연으로부터 얻은 계곡, 물, 다른 여타의 이미지들을 그려낸다. 이 이미지들은 용기 전면에 가득 채워진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실제감있는 융기선을 표현한다. 풍경을 표현한 사발의 형태로 잘 알려진 그의 작업은 공간적 변화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사발에 그려진 표면에 그려진 바위계곡과 섬은 그 위치에 따라 변화한다. 정면을 기준으로 1/4씩 돌려보면 바깥표면에 있는 바위는 안쪽표면에 있는 절벽과 이어지며 하나가 된다. 그는 1/4씩 이미지를 맞추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1/4은 방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절벽, 물, 계곡등의 자연 요소 뿐 아니라 물, 비, 바람등 자연현상까지 에칭기법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도판15, 16) "나는 사발에 풍경들을 그릴 때 나는 풍경들을 어울리게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다. 당신이 해변을 걸을 때 당신은 아무 생각 없이 걷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눈은 무엇인가를 쫒을 것이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초점을 맞추고 아마도 바위와 조개껍데기들을 바랄 볼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움직이면서 멀리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내 작품에서 당신이 찾을 수 있는 경험이다." 성형이 끝난 후 그는 라쿠 소성(Raku Fire)을 통해 이미지를 구체화한다. 라쿠 소성 방법은 여행과 수 차례 이루어진 중국 방문을 통해 접하게된 중국 승려들의 소성방법에서 차용된 것이다. 또한 그가 낮은 온도의 라쿠 소성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기벽이 얇아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압축성형 방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벽이 얇아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성 과정 중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매우 낮은 온도를 고수하며, 4-5일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높이는 긴 소성기간을 갖는다. 또한 소성이 단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4-5일 에 걸친 소성을 20번 정도 반복함으로써 낮은 온도가 주는 경박함을 극복한다. (2) 색(色)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은 크게 기술적제약요소-라쿠소성 과정에서 결정되는 색, 어린 시절의 경험한 고향-콜로라도(Cololado)지역의 풍경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색채, 그가 자주 중국을 접하면서 알게된 선불교의 절제(切除)사상에 기초한 제어된 색으로 나눌 수 있다. 1) 기술적 요인 - 라쿠 특별히 거대한 규모의 작품들에서 라쿠(Raku)는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유지되어 내려오는 기법 중의 하나이다. 라쿠는 일반적으로 정해져 있는 소성결과와 유약효과를 터부시하고 새로운 결과를 얻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안겨주었다.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 웨인 힉비는 지속적으로 라쿠의 결과에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복잡한 상감과 유약으로 마무리 된 그의 풍경이 가득한 사발은 라쿠로 인해 매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어떤 것들은 소성 전에 깨져 버리는데 그 후에 이것들을 다시 모아 붙이는 작업을 한다. 소성과정 상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러 라꾸 소성물을 파편조각으로 부수는 실험을 계속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색다른 자연스러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가 표현하고자 한 빛, 어둠, 그리고 색채의 특정영역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 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은 고고사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한 것이며 고대시대와 현 시대를 모두 연상시키는 모순적 구조물로서 힉비의 작품을 평가하는데 주저함이 없게 한다. 라쿠소성 방법을 통해 그의 표면 질감은 부분적으로 반짝 거리기도하고 매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라쿠 소성은 저온에서 이루어지는 소성 방법이다. 따라서 고화도와 구별되는 저화도만의 색채가 존재한다. 실제 그의 작품은 4­5일이 걸리는 긴 소성과 20번 정도의 반복적 소성을 통해 중채도의 색들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가 쓰는 유약은 중국 전통 청자유약과 조금은 설탕질감과 비슷한 가벼운 느낌의 유약, 투명유들 이기 때문에 이러한 유약의 특성 때문에도 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색은 다양하다. 2) 자연적 색채의 도입 그의 작품의 테마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고향의 자연과 여행을 통해 접하게 된 자연풍광이다. 그의 작품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은 콜로라도(Cololado)지역의 풍광들이 가장 주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 지역은 높은 언덕이 있고,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며, 미국 서부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그랜드 캐년(Grand Canyon)(도판 15, 16)이 위치한 곳이다. 한 때 서부 개척시기에 금광 개발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그 이후에 아름다운 주변환경을 보러 온 관광객들의 러쉬로 인해 지금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각광받는 지역이다. 도판 15, 16을 살펴보면 풍경이 힉비의 용기 속 풍경과는 다르지만 많은 유사점을 찾을 수 있으며 실제 그가 이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주변의 풍광이 얼마나 영향이 큰 것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다른 곳과는 독특한 흙, 물, 하늘의 색을 가지고 있다. 힉비의 자연이 실제와 완벽한 일치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표현하는 기초적 색들은 자연풍경의 색들로 차용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힉비의 작업 속에 나타나는 색들은 흙의 색으로 치부 할 수 있는 황색, 갈색, 붉은 색 계열, 하늘과 물의 색인 보라, 파랑, 녹색, 검정계열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의 풍광이 대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양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으므로 검은색-모노톤의 색채가 주조인 (도판 8) 역시 예외는 아니다. 3) 중국철학 - 선(禪)불교의 절제 위에서 언급한 색들은 다양하지만 일련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색들은 대게 중채도의 색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소성상의 요인 일 수 도 있으며, 혹은 그가 주로 사용하는 유약이 크랙유가 많으므로 본 색상의 채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그의 작품을 관찰해보면 그가 색을 사용하는데 있어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가지 이상의 색을 함게 스지 않는다던가 하는 점이다. 이는 그가 중국과 자주 학술적·개인적 교류를 통해 중국철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실제 이를 통해 그가 중국철학인 '음양합일 사상'등을 접하게 되었다. 선불교는 기본적으로 구도자의 자기 제어와 참선을 통해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것을 전제하는 종교이다. 이러한 영향을 바탕으로 불교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이론적 배경에 충실한 힉비에게 색을 도입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자명하다. 나. 2차적 접근 - 내용과 의미적 접근 (1)공간·형태적 접근 1)풍경의 도입 그의 회상에 따르면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주요 테마는 힉비의 개인적 경험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그의 어린 시절에 경험한 풍경들은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주요한 테마로 발견된다. 또한 대학시절 이후부터 시작된 여행에서 접하게된 미노안 도자는 힉비에게 용기 형태의 도자를 통해 자기의 독특한 은유성을 가지도록 하였으며, 또한 이슬람형식의 용기와 타일장식등은 그에게 장식과 형태를 조화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당시의 도예가들이 일본 전통 도자소성방식을 무조건 추종하거나 자신들의 것에서 유사성을 찾으려 노력하던 풍토와는 달리 힉비는 다른 접근 태도를 보여 주었다. 힉비는 "나는 절대 기능적인 것은 만들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대량생산하는 용기도 포함합니다. 또한 나의 용기에 대한 태도는 항상 지적(知的)이며 역사를 미학적(美學的, athletics)태도로 견지(見地)하고 그에 대한 한없는 경외심을 가지고있습니다." 대학시절의 여행 이후로 계속 힉비는 이슬람도자, 미노안 도자, 중국, 일본에 대한 어느 때 보다 많은 전통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그가 RISD에서 알프레드로 옮기기까지의 시기는 이러한 기회가 보다 증가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업에 새로운 계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그 중 하나가 1969년 서부를 관통하는 긴 여행이었다. 이 여행은 『어린시절의 것들과 함께 나를 과거로 되돌리자, put me back in touch with things from my childhood』란 주제로 시애틀에 위치한 와싳턴 대학(Univ. of Washington)에서 열리는 여름 강의를 갑자기 맡게 되면서 우발적으로 계획 된 것이었다. 그는 이 여행의 와중에 오랜만에 고향을 다시 방문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향과 주변 도시들 둘러 보면서 나는 한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 "나는 정말 누구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반드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의 유년기에 관한 친숙한 느낌들과 생각들이 어느새 새록새록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그 때부터 나는 홀로 도자예술 역사를 재해석하는데 애쓰기 보다는 오히려 도예작업을 통해 아주 개인적인 방법들-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들-을 이용해서 작업하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이 때부터 힉비는 풍경이미지들을 그의 용기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서부지역의 영향은 그를 계속 상기시키는 데 충분했다. 풍경들을 조각하는 것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러한 풍경들은 작업하는 동안 그를 어린 시절로 인도하였다. 그 해 여름부터 힉비는 객체로 떨어지는 용기 시리즈들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용기에 구름, 바람, 계곡, 바위들의 이미지를 가득 채워 나갔다. 그러나 곧 이러한 풍경들을 무리 지워진 합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것들의 기벽을 맞혀 놓으면 일본식 접이 병풍처럼 지그재그 형태가 되었다. 그렇지만 즉시 알프레드로 옮기게 되면서 그의 예전부터 가져왔던 도자에 관한 관심-용기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알프레드에서 작품을 나누는 8개의 범주와 그의 작품에 관하여 강의하였다. 힉비는 이 같은 선택을 알프레드에 1973년 부임하는 것과 연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LISD에 있었을 떄 나는 아주 기초적인 이미지들...(생략)..힉비의 자연풍경에 대한 태도는 그의 용기 속에서 충실히 투시된다. 다시 말해, 그는 그만의 특색을 가지기 의해 끊임없이 노력함을 알 수 있다. 힉비가 자신만의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 자연풍경 차용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는 이러한 자연풍경을 이용하여 자신을 알리는 데도 탁월하게 사용했다. "나는 용기에 풍경을 옮기는 이러한 작업이 관람자들이 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힉비의 자연풍경은 단순히 자연풍경의 재현에 있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 내면의 자아의 세계이다. 이러한 추측은 그가 프로이드의 자아개념을 도입하면서 자신의 내적 세계의 발견에 주안점을 두고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반 고흐(Van Gogh)는 풍경들을 그릴 때 그는 사진을 참고하여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세잔(Cezanne), 모네(Monet), 고갱(Gauguin)조차도 그릴 때 사진을 이용하는 법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철저히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풍경들을 화폭에 옮길 따름이었죠, 사실..사람들이 제목이 가리키는 장소를 찾아가거나 확인해 본다면 사실과 많이 다른 풍경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처럼, 많은 중국과 일본의 화가 역시 그런 방법을 택했지요. 나는 내 기억 속의 이미지들에서 나타나는 상상 속의 풍경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 '프로이드(Frude)의 자아(Igo)이론'의 영향 힉비는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되는 은유적인 표현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나는 돌출부분과 들어간 부분은 결국 같은 것이며 3차원적인 형태와 착시는 같은 압력과 균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균형입니다. 나는 형태로서 용기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내 작품을 바라보면서 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느냐고 질문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내 용기는 사람 그 자체입니다. 나의 용기들은 인간의 형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의미부여를 통해 인격화 되었다고 할 수 있죠. 나의 이러한 의도는 '양극성 시리즈'에서 더욱 드러납니다. 결국 나의 작품들은 내 자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용기가 밖을 향해 벌려 질 때는 그것은 우리의 내적 공간에 존재하는 자아가 은유 된 것입니다. 이러한 용기의 형태가 들어가고 나옴을 통해 형상화되는 것은 결국 우리 안에 내재된 잠재적 공명을 반영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공명은 한정적인 공간인지 혹은 비한정적인 공간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체 없는 공간-그것은 결국 우리의 정신 속에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그의 설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요소는 두가지 이다. 하나는 그가 프로이드의 자아(Igo) 이론에 그의 원근법적 놀이를 대입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이드의 자아(Igo)이론은 다음과 같다. 힉비는 프로이드의 전이된 자아층(自我層)이론을 받아들여 자신의 용기에 대한 정의에 이용하고 있다. 이는 힉비가 내재된 자아와 외형적 자아의 존재를 인식하고 용기이 'Inner Space'와 'Out Space'를 사용해 대입시킨 것이다. 결국 그의 용기는 'Inner Space'와 'Our Space'로 나누어져 있지만 견지자(見地者의) '위치'에 따라 'Inner Space'와 'Out Space'가 전환된다는 점에서 후에 언급할 동양의 "음양(陰陽)이론과" 연계된다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접근은 'Inner Space'와 'Out Space'가 용기로 귀결되는 힉비의 용기에 대한 관점과, 전이된 자아가 하나의 인간정신체계를 완성된다는 프로이드의 이론에서 볼 때 상응점이 있다고 하겠다. 우리가 여기서 찾아볼 수 있는 나머지 요소는 그가 사물을 견지하고 있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인간관계를 비롯하여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환경을 병치적 혹은 다각관계를 통한 대립구조로 보았다. 힉비의 용기 속의 병치관계는 복수로 혹은 양자(한정과 비한정)로 나타나고 있음을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가까이 있는 것/멀리 있는 것, 밝은 것/어두운 것, 따뜻한 것/차가운 것, 부드러움/거친 것, 반짝거리는 것/광택이 없는 것, 높음/낮음- 이 모든 것들은 그의 용기 속에서 안과 밖 모두에서 나타나며, 용기의 표면에서 각기 상대적 요소들을 견제하며 하나의 일루젼을 형성해 내고 있다. 이러한 모순 혹은 역전의 시리즈들은 힉비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찰자에게 명백한 요소를 우리에게 전시한다. '명백한 요소'는 앞에서도 밝혔지만, 바로 힉비의 자신의 작품에 대한 논지가 '용기로서의 용기'가 아닌 '조형으로서의 용기의 차용'이라는 것이다. 3) "Cross Over"의 도입 만약 우리가 힉비의 용기를 단순히 용기로서 간주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단지 두 손바닥을 펼쳐서도 거뜬히 들어 올리기에 충분한 것은 그릇일 뿐이라고 넘겨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단순히 용기에 나타난 형태들은 상상이라는 행동을 통해 나온 형상들 일 뿐이며 강이나 산이 비례 축소되어 작은 사발에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곧 우린느 이 풍경 속으로 들어가 어느덧 작가의 태도처럼 풍경을 상상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관찰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힉비의 용기에 빠져들게 되어 버린다. 그것은 바로 용기 표면이 반짝거린다는 사실이다. 다시 용기의 그 자체로 돌아오면, 힉비가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형태의 굴곡면과 높이차를 교묘히 이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용기의 볼록면은 육지를 나타내고, 상대적으로 오목면은 물로 표현함으로써 아주 깊은 곳을 표현한 듯, 우리 눈에 시각적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용기의 꼭대기 부분은 풍경에서 가장 낮은 부분이 위치하는 곳으로 표현된다. 풍경의 들쭉날쭉하여 지극히 설득력 있는 높이와 깊이는 용기에서 실재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풍경들은 마치 신기루처럼 용기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관통하기도 하고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힉비는 그가 일명 "크로스 오버(Cross over)"라고 부르는 수법을 통해 이같은 양극단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작품에서 나타나는 일루젼의 동양사상에서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형상- '하얀 눈을 가진 검은 물고기'가 '검은 눈을 가진 하얀 물고기가 되고, 이것은 반대고 '검은 눈을 가진 하얀 물고기'가 '하얀 눈을 가진 검은 물고기'가 되는 음양합일사상의 도형 및 사상과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다. 즉, 음과 양은 이분법에 의해 구분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화합(化合)함으로써 보다 더 나은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힉비는 이러한 사상과 연관시켜 형태와 장식의 양극단에까지 이 이론을 확장, 연관시킨다. "자주 학생들은 형태와 장식 이 모두를 강조하는 오류를 범하고는 합니다. 이것은 이 두가지를 서로 충돌시켜 진퇴양난의 상황을 초래하게 하는 것입니다. 힉비는 이러한 "크로스 오버(Cross over)"의 수법을 통해 보다 낳은 접근을 유도 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중국 추진성(Choojin Sung)의 용이 그려진 병과 미노안 항아리를 통해 그는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였다. 여기에 그려진 문양은 형태가 보다 완전히 보이도록 하는데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용기들을 살펴보면 장식만을 위한 형태가 없고, 형태만을 위한 장식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형태, 장식을 뛰어 넘은 그 이상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을 보기 위해 다른 하나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원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단지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 단지 효과만을 나타내는 작업 -그러한 단순한 방식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마이에미 해변에 갔을 때 나는 바위에 앉아 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의 경험은 내가 육체만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러한 기분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나는 당신이 그곳에 갔다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 신비한 광경에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그때 당신은 자신의 육체를 떠나 세상을 넘어 또 다른 곳으로 미끌어 지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이에미 해안에서의 내 특별한 경험은- 내 몸이 육체적 한계선까지 이르는 -유형적이며 감각적, 현세적, 무한대, 미지의 세계 속에서 함께 공존한다. 크로스 오버는 환상의 존재-실재와 구별되는 환상, 바로 진실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크로스 오버에 의하여, 수 없이 존재하는 복수의 양극단을 모두 포함하여 그의 예술작업은 이 같은 양극단을 엮어주는 수단이 된다. "아마도 수단이라는 것은 양극단이 가지고 있는 관계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언급한다.

 

 Ⅲ. 맺음말 웨인 힉비는 "용기로의 회귀"로 대표되는 70년대 중반부터 비평가, 교육가, 도예가, 이론가로서 도예계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 중 도예가로서 힉비는 용기를 주로 제작하는 작가로서 힉비 작품에 대한 분석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는 힉비의 작품을 단순한 용기가 아닌 "조형으로서의 용기"라고 규정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제시하는 이론과 제작 방법이 다음과 같은 몇몇 특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특질은 첫째, 저화도 소성인 라쿠의 소성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조각난 파편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 실용성을 배재한 점이다. 둘째, 그의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시각적으로 발견되는 원근법적 일루젼이 실용을 목적으로 한 전통적 용기 개념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등이다. 힉비의 작품에서 형태는 그저 자연풍경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미지의 추상적인 표현도 아니다. 그의 자연은 그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콜로라도(Cololado)의 자연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자연이다. 그러나 그의 풍경은 사실에 근거한 자연이다. 결국 그의 자연은 구체적 현실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내적 공간에 펼쳐진 무형의 공간이다. 어쩌면 이러한 다른 공간에 위치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힉비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용기(用器)가 아니라 오브제(Objets)였던 듯 하다. 그는 오브제(조형)와의 우연한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오브제와의 만남은 다른(other)" 공간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나를 만들어 내었다. 내면의식처럼 오브제로서의 내 작업은 그 자체이면서 또한 아닌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꿈에서처럼 "나(I)"는 나 아닌 누군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브제와 물체는 장소에 따 라 이동하며 변화한다. 나는 매우 오브제-조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오브제, 조각을 그 의미에서부터 각기 작은 부분에까지 그것을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작품을 제작함으로서 얻어지는 "또 다른 것"으로서의 오브제, 조각이다. 왜냐하면 오브제는 다른 의미로 살펴보면 사람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나에게 물어 볼 것이다. "왜 당신의 작업에는 인체가 등장하지 않나요?"라고... 나는 대답할 것이다. "내 작업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용기는 사람 그 자체예요, 아마도 그것은 내 자신이기도 하고요, 그것은 용기라는 이름 이외에 또 다른 이름..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의 말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그의 작업은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내면 세계에 충실한 사람이다. 자아의 움직임과 방향에 매우 민감했으며 그 크기와 부피를 정확히 측정해내는 재주를 지녔다. 이는 본문을 통해 작품을 통해 고찰 할 수 있는 개인적 배경이 준 영향, 제작방법 상의 형태 색의 결정요인 나아가, 프로이드 "ego"이론과 음양합일 사상을 통해 작업에서 나타나는 내용상 접근을 살펴보면서 검증하였다. 궁극적으로 그가 사발/그룹진 합을 통해 그가 지향하는 바는 자신과 주변환경을 동일시하는 것이었다. 이는 그의 작업이 단순히 용기로 그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증거이다. 그는 전통적 개념인 용기를 오브제로서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결론적으로 힉비의 작품은 1970년대 도자기에 대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된 이래 장식적인 도자기를 독특하게 다루는 일련의 작가들 중에 주목 할만한 행보를 보여 주었다. 그는 용기의 내부와 외부 공간에 대한 인식을 자신의 인식가능한 공간과 비인식적 공간에 대입시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예술이 인간으로 하여금 "보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며, "보는 것"이란 눈동자에 비추인 사물을 보는 일에서 시작하여, 나아가 그 사물의 본질을 보는 일이라고 가정 할 때 사물을 자신에 대입하여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힉비의 작업은 예술의 본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술가란 인상깊게 받은 미적 대상을 소재(素材)로 삼아 재형성하는 데 재료(材料)를 가지고 작품을 이루어 가는 사람이다. 힉비가 가장 관심있는 대상인 자신을 흙이라는 재료를 충실히 그리고 요령있게 다룬다는 점에서도 그는 도예가, 나아가 예술가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참고문헌

1.인터넷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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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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