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목적적 조형미의 결실

1만여년의 긴 시간동안 장인의 손에 의하여 제작된 도자기는 자연에서 얻어진 점토와 유약이 장인의 손길에 의하여 쓸모있고 아름다운 생활공예품으로 변모되어, 인류의 식생활과 주거생활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모시킨 대표적 수공예품이다. 그러나 19세기들어 수공예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도자기가 요업공장에서 대량생산 되기 시작하면서 산엄도자기의 미적본질에 관한 회의적 시각이 생기게 되었고 산업도자기 디자이너와 수공예 도예작가의 차별성이 논의의 쟁점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쟁점은 궁극적으로 대량생산되는 산업도자기 디자이너는 양적으로 팽창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형성이나 창의성이 결여된 기능위주의 디자인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비록 실용목적으로 제작되는 공예품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작가의 독창적인 창의성과 생활미를 방출하는 근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궁의 도예가이자 저술가인 버나드 리치는 1940년에 출판되 [도공의 지침서]라는 그의 저서에서 도자기 제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하는 문제는 형태이고, 형태의 아름다움은 주관성과 객관성을 겸비해야 하는데 도예가의 성격이나 전통은 주관적요서이며, 광범위한 인간적 경험의 배경에서 추출해낸 것이 객관적요소라고 하였다. 또한 버나드 리치는 1961년에 발표한 글에서 도예가는 마음, 머리, 손과 같은 인간의 타고난 재능을 균형있게 사용하는 소수의 건전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고 서술하므로서 도예가의 입지를 높혀주고 있다. 도예가 마이클 카듀도 도자기에서 실용성과 예술성의 분리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주장하면서 실용성이란 용기를 의미하고 예술성이란 즐거움 즉, 일종의 격조높은 유희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이번에 일본에서의 유학생활과 도예가로서 작가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교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편으로 꾸준하게 작품생활을 해온 손효원군이 오늘의 청년작가로 선정되어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그의 작업과 관련된 심념은 매우 인간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디자인이 미는 편리함을 추구하는데 있고 하나의 기물은 기물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기물이 사용되는 환경과 분위기, 사용하는 사함들의 구성요건이나 품격까지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은 버나드리치나 마이클카듀의 생각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무릇 공예가는 유아독존적인 자기과시에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름다움이 실체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점토재료와 유약, 형태와 장식문양 등 도자기에서 필수 불가결의 다양한 요소나 조건들을 합목적적이고 조형적인 도자기로 통합하므로써 풍요하고 아름다운 식탁문화와 생활문화를 창조하고자 노력하는 젊은 도예가 손효원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축하를 보낸다.

2004년 8월
김영태(도예가, 계명대학교 교수)


1. The Light 1 2003 / 40*30*120
2. Crystallization Light 3 2004
3. Wave Pot 2004 / 12*14*15
4. Plate 2004 / 22*22*5
5. Free Vessel 2004 / 1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