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Wave of imagination 2004901 / Plate Glass, Metal 48*48
2.Wave of imagination 2004913 / Plate Glass, Metal 48*48

파동의 존재와 물 이야기

시간의 역사 속에서 자연의 존재적 깊이를 말할 때, 하이데거 철학을 빌지 않더라도 존재론적 시간의 흐름은 마음을 거치기 마련이다. 마음의 흐름, 이건 바로 인간의 실존 개념인데, 마치 하이데거가 시인의 목가적 자연성의 깊이를 인전했듯이, 이상민은 돌을 갖다놓고 판유리를 강철판에 끼워 넣고 조형하는 멋을 즐긴다. 그래서 유리판에 물결 자국 같은 흔적, 파동을 그린다. 이렇게 그리고 있는 의식 속에 바로 자연 내지 존재, 마음, 자연의 흐름, 물의 역동성 그리고 조형 자체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작년 여름 산 속 계곡에서 물 수면의 흐름을 만났던 이상민은 그 때의 물을 통한 자연적 존재의 깊이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깊이, 조형화될 수 밖에 없는 상상력의 그런 의미가 돌덩이를 찾게 한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돌은 최근에 실체화된 것이다. 파동의 흐름이 시간이고 마음이라는 도식의 전제 아래 물의 원초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상민의 유리조각은 그래서 한갓된 조형이라기보다 자연의 존재적 깊이를 파동과 물의 의미로 환원시키는 판유리 조형의 맛을 내포한다. 판유리적 자체가 투명하되 푸르스름한 신비감마저 감돌게 하면서 저쪽이 다 비치는 투과성의 맑음을 이미 얘기하고 있지 않는 가. 파동이 새겨지면서 물과 만나고, 거기서 인간적 마음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런 만남과 발견의 기쁨을 전달하려는 조형의식은 자연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자 존재 자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는 태도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 시기에 다 빈치 그림이 자연의 깊이를 난해하지만 근본적으로 가르쳐 주면서 예술 개념을 말했던 이래로 오늘날 현대미술의 세계도 그런 자연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이상민도 동참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준원(미학박사, 동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