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ose Apple / Ceramic Tile / 1200*1200mm
2. Rose Apple / Ceramic Tile / 300*300mm
3. Dreaming...... / Ceramic Tile, Glass / 150*150mm

몽환적이고 탐미적인 감정이입의 세계

도예의 세계에서 바라보면 조성자의 작품은 타일 위에 전사 또는 묘사 그리고 오브제의 복제물에 드로잉 정도로 여겨질 수 있으며 나아가 산업적으로 양산되는 시제품의 나열로 치부할 수도 있다. 또한 작가자신도 그렇게 겸손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많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기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정한 크기의 도판 위에 규칙적으로 나열하거나 확대하여 높게 펼쳐놓은 것들은 얼핏 앤디 워홀의 인물 시리즈 판화와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또한 천을 씌운 의자위의 새와 장미는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적 회화와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것을 작품이라고 불러가면서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것은 그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소재의 상징적 해석과 감정이입의 매력이다.

<인간은 상징을 조작하는 동물이다.>라고 정의한 E.카시러의 상징에 대한 견해는, 20세기 자연과학에서의 개념이 대상의 모사가 아닌 인간이 만든 상징과 그 체계에 의해 대상의 관계 또는 기능을 기술하려고 한 것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탈소재화>는 어떤 물건에 대한 의미의 우의를 나타내는 것이며 나아가 상징능력이 과한 뿐 아니라 여러가지 문화영역을 만들어 냈다고 하였다. 즉 언어를 비롯하여 인간정신이 창조하는 의미세계는 현실의 <탈소재화>의 소산이다.

좀 진부한듯한 인용이긴 하지만 조성자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첫전째 매력인 상징적 해석력을 기반으로 한 탈소재화의 노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의자, 장미, 새, 사과, 하늘, 바다 등의 일상적 산물과 자연들을 소재로, 그것들을 재배치하여 시적으러 해석하고 재구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방법들은 비단 조성자 뿐 아니라 오늘날의 모든 예술가들이 행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조성자는 소재와 소재간의 기의들을 교묘하게 연결하거나 치환하여 하이드리브 함으로써 다분히 몽환적이고 탐미적 방향 즉 대상과 감정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인 미적감정이입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천착하는 상징은 자연적 관련보다도 자의적 관련에, 행동보다도 사고에, 물건보다도 관계에 결부된 것으로써 자신의 사고를 관람자의 선입견에 코딩하여 의외적 상상력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의 매력은 결과물의 치밀한과 완성도이다. 조성자는 지나치리만큼 도예의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작가이다. 주지하다시피 도예에서의 프로세스는 매우 양면적이다. 흙워 원초성을 중시하는 프로세스와 단순한 질료로서 인식하는 프로세스로 나뉜다. 전자가 물성 중심이라면 후자는 기술 중심이며 전자가 즉흥성이 강하다면 후자는 다분히 계산적인 것이다. 조성자는 물론 후자에 속한다. 그의 작품들은 처음부터 의도된 형태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흔적이 나타나 있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내용들을 충실하게 구현하려는 의지만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에 다른 도예작품과는 구별되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현대도예의 분화현상은 많은 에피소드를 낳았으며 동시대의 작가들에게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현대도예는 분화되어 진화하기 보다는 교착되어 답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식의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자의 정치함은 무거운 짐이 되어 복제와 소극적 변종 외엔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유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 말은 청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천 여년 전 청자를 통해 새로운 인식의 발견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또 다른 경지에서의 인식의 발견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성자는 그런 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탐구하고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우관호 (도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