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살문 / 45.5*45.5cm, 2003, 문창살, 혼합재료
2. 꽃살문3 / 37*29*51cm, 2002, 모판에 혼합재료
3. 情 / 27*23*23cm, 2004, 호롱, 혼합재료

송영자 개인전

예술은 삶의 지표이다. 이제 예술은 단순히 미의 추구가 아니다. 삶이라는 주제는 유행에 밀렸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예술은 인간이 수만년간 생로병사를 거치는 과정에도 살아남은 존재 이유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삶을 담아내는 작가는 9시부터 5시까지, 1주일에 5일 일하는 사람과 다르다. 그가 보는 하늘, 화초, 산, 강물이 그의 영혼에 들어 있고, 그가 가는 시장, 병원, 동네 놀이터가 그의 기억에 들어 있다. 송영자는 그렇게 작업을 한다. 일부러 낮춘 담당 너머로 이웃들과 담소하고, 담장을 덮은 화초들과 이야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옥상에도 야생화 정원을 만들었다. 화초에 물을 주는 일이 영화를 보러 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사람. 하루라도 물주기를 거르면 화초들이 상할 까봐 여행가기도 조심스러운 사람. 그 야생화에 어울리는 화문을 만들어 주는 사람. 즐겨찾는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골목골목 누비며 삶의 흔적들을 건지는 그는 이런 하루하루의 경험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는다. 낡은 문창살, 뒤주, 도시락 상자, 고목 등 그가 벼룩시장에서 발견하는 물건들은 그의 손을 거쳐 다른 생명을 얻는다.

그래서 그를 도예작가라고 하기가 너무 아깝다. 삶을 그리고 생명을 아끼는 그에게는 그냥 예술가라는 명칭이 더 옳을 것 같다. 도자기는 그의 삶의 일부분이자 그의 작업의 일부분이지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자기는 그가 찾은 생명들을 빛나게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준비한 개인전을 갖는다. 유난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 내내 수고했을 그가 어떤 삶을 담아냈는지 궁금하다.


양은희/큐레이터, 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