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복

이흥복은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함으로써 대상이 지니는 고유한 특성과 깊숙이 내재한 본질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간결한 선과 면으로 구축한 단순명료한 육면체의 박품들이 전시장 안에 연속적으로 반복, 나열된 모습은 강한 인상과 긴 여운을 남겨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게 된 이흥복은 정사각형의 희색 화면 안에 표현한 빛과 그림자의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흙으로 빛이 지니는 신비로운 색채와 흔적들을 그려내고자 골몰해온 작가는 만물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인 기하학형을 기본 틀로 삼아 무채색의 단순한 모양을 조형하여 빛의 묘사를 극대화했다. 간결하지만 정밀하고 예리하게 조각한 열림과 닫힘의 공간들 사이로 새어드는 빛은 적막하리만치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예배당 안의 엄숙함마저 상기시킨다. 손에 잡히지 않는 빛은 물체의 표면에 닿아 비로소 그 구체적 형상을 드러내고 자체의 자연발생적 움직임을 따라 우리 개개인의 발자취와 우주의 순환을 함께 짚어보게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양면성을 지니듯 그의 작품들은 양각과 음각이 형태를, 차가움과 온화함의 질감을, 비움과 채움의 양감을, 빛과 그림자의 색채를 동시에 품고 있다. 상반된 음과 양은 서로 필연적인 관계로 공존함으로써 각각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인지시켜준다. 시시각각순환하고 변화하는 빛줄기는 작품마다 흘러들어 각 조형물이 온전한 형체를 갖추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요철의 깊이와 각도에 따라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는 시각적 효과는 멈추지 않는 역동감을 전한다. 잘 다듬어진 육면체가 품은 3차원의 공간이 빛의 시간성과 밪물려 하나의 소실점을 두고 뻗어나는 것을 보노라면, 생명의 원천으로 존재하여 지속적인 생동감을 표출하는 빛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이흥복은 영남대학교와 동대학원을 거쳐 뉴욕의 Pratt Institute Brooklyn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6년 이래로 한국에서의 두차례 단체전을 비록, ‘Chicago Art Fair 2002’(Navy Pair, 시카고)애 참가하였고, ‘100years, 100Dreams’(Space World Gallery, 뉴욕)에 참가하였고, ‘Sculpture Affiliates’(Art Center Northern NJ, 뉴저지) 등 미국에서 약 스무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거쳤으며, ‘Arthur J. McTaggert 영남대학교 우정장학금’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