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눈으로 바라본 왜곡된 세계
김진아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

식물은 여러 자연물 중에서도 매우 유기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형태들은 일정한 모양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식물의 성장과정은 인간희 삶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 식물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피사체로서 많은 작가들의 탐구대상이 되어왔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영속성'을 보는 듯한 그의 작품에는 변형, 왜곡된 형태의 과일과 채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정밀하게 묘사된 그 대상들은 평면의 모노톤 공간 안에 놓여져 있다. 그러나 곧 사물들의 존재가치와 그것들이 놓여진 위치에 대한 끝없는 의문들이 생기기 시작하다. 그것은 작가가 과일과 채소의 형태를 빌려 실상과 허상 사이에서 존재하는 자신과 사회화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데아론에서 영원불멸의 실재, 즉 이데아로 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데아를 모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을 보게 되고, 그 허상을 쫓아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형태들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 존재하는 허상이다. 현실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 위해 실상을 왜곡시킨 일종의 눈속임인 것이다.
김문경은 석사학위청구전에서 폭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작품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범위를 실내로 한정시켜 좀 더 응축된 주제를 전달하고자한다. 외부에 놓여졌던 사물이 사적 공간인 실내로 들어온 것은 자신의 근본에서부터 다시 탐닉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앞선 전시와는 달리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들이 과장된 내부공간 안에 놓임으로써 실상과 허상 사이의 괴리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 DEFORMATION 04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4
2. DEFORMATION 05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5
3. DEFORMATION 05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