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게 도예는 무엇인가?
주지하듯 지난 20년동안 우리 공예는 변화된 사회적 상황과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체성 모색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하여 현대성을 고뇌할 시기에는 '예술로서의 도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비쳐졌으며, 또 한 때(특히 IMF시기) 는 '산업으로서의 공예'를 지상과제로 삼았던 때도 있었다.(필자 역시 그러한 논지의 담론을 생산해냈던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도자(나아가 공예 전쳬)(를 그 어떤 파편적 정체성만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그러한 담론들의 궤도를 이제 반성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될 때임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공예가 변화된 시대에 따른 새로운 개념으로 논의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한 중요한 것은 가장 본질적인 실체 자체가 간과된 상태에서의 새로운 모색이 사상누각과도 같고, 위험스럽기까지 하다는 사실이다. 공예의 역사성과 조형적 위상 전체를 통찰할 때, 공예는 어떤 하나의 개념이나 범주만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 한계라면 한계이고,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공예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미진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없는 조형예술 전체를 상상할 수는 없다. 가시적 겨로가만을 중시했던 산업시대의 패러다임에 비춰본다면 공예는 이제 도태되어 마땅한 범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예는 우리의 예술,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의미있는 몫을 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다. 공예는 마치 오늘의 기초과학과도 같은 예술이다. 가시적 성과는 미진해 보이지만, 그것이 우리 시대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기초예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때이다.

도예가 윤주철은 바로 이런 점에 있어 의미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동시대적 가치와 개성적 성취를 성공적으로 일구고 잇는 작가이다. 아직 약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젊은 나이에 걸맞지않게 작가는 도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폭넓고 유연하다. 전통적인 기 성형에서부터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유연한 조형의 세계를 갖추고 있다. 어느 사이 도자예술의 일가를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깊이와 성과를 일구고 있는, 오늘날 찾아보기 쉽지 않는 건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중략

-미술평론가 이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