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체로 본 도자의 세계

김현희는 모체의 다양한 상징을 도자로 표현하는 작업을 꾸준히 연구해 오면서 그 결실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김현희는 모체와 자연의 법칙이 같음을 인식하고 그 포용성과 탄생의 근원적 지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자연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세월을 견디고 끊임없이 생명들을 창조 시킨다. 노자는 키워주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되 간섭하지 않으며 자랑하지 않는 것이 도라 하였다. 자연이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것은 이런 無爲의 자세로 생명들을 키워냈다는 것이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굳건히 한 송이 꽃을 피어내듯이 자연은 대가없는 토양을 제공 한다. 여성의 모체도 자연처럼 겸손하게 생명을 길러내고 긴 시간의 고통을 참고 자신의 피와 살을 나누어 한 인간을 만들고 종족보존의 신성한 의무를 지킨다.
이제는 타성처럼 되어버린 인간의 가족관계에서 원초적인 근원을 읽고 신성한 여성적자세를 추구해 보자는 것이 김현희의 작품세계의 지향점이다. 흙으로 만든 도자기가 뜨거운 물속을 지나야 보석 같은 기물이 되듯이 우리의 삶도 고통과 숭고한 희생을 통해야 커다란 희열을 만난다. 모체는 이런 삶의 거울을 통해 여성은 진정한 자연의 포용을 만난다.

김현의 작품 주조색은 블루인데 이것은 자연의 무한한 공간감의 색채이다. 하얀 빛깔로 퍼져 올라가는 씨앗은 자연에 무수히 퍼져 올라가는 생명체의 강인한 상징이다. 기물의 하단부분에 그려진 풍만한 여체는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즉 한 기물 속에 자연의 풍화적 번식과 인간의 관계적 번식을 함께 담았다. 김현희에게 모체는 자연의 질서이며 자연의 순환적 상징이다. 흥미있는 것은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도입하여 심각할 수 있는 작품의도를 가볍고 발랄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루의 기본 주조색도 조금씩 편차를 두어 다양한 블루의 색상을 연출하고 있고 삼각형 형태의 씨앗들은 감각적인 화면배열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모체는 우리에게 다양한 정서적 감흥을 준다. 그것은 때로는 포용이며 평화이며 안전한 곳이며 고향이기도 하다. 앞으로 김현희가 모체에 대한 다양한 정서와 실존적 읽기를 계속하여 더욱 심도 있는 모체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이용욱 (경기대학교 도자전공 교수. 예술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