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상감전 원은 무수한 도형 중 가장 간결한 형태의 하나로 보편적인 의미에서는 영원을 상징하며 인간 의식 속에서는 양극의 합일, 완전이라는 의미로 발전되어 인간세계의 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동심을 불러일으켜 평온함마저 갖게 하는 원은 오래전부터 내 삶속에 내재되어 있던 나의 일부와도 같이 친근한 상징물로 인식되며 강한 매력을 지닌 모티브이다. 원이 나의 심리일면에 우월하고 신성한 모티브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원형이 지닌 곡선의 부드러움과 단순성이 나의 주의력을 끄는 매우 강한 시각적 대상으로 존재함이고, 또 하나는 사방 대칭으로 방산되는 역동적인 힘이 폐곡선 안에서 서로 상쇄되어 안정감을 갖게 하는 형태자체의 완벽함 때문일 것이다.
문양은 인간의식 형태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감정의 상징물로써 정신활동의 소산임과 동시에 창조적 미화 활동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양은 예술적인 욕심없이 소박한 생활 욕구에 따라 집단사이에서 약속된 부호와 성격을 가지고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으며 각각의 문양은 고유한 의미를 지닌다. 특정 사물이 다른 세계를 연상 시킨다거나 다른 사물과 흡사하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거기에 현실적인 욕망을 실어 그것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기복에 대한사고 원리를 갖는다. 그 가운데 꽃은 인간에게 있어서 정신세계 내면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아름다운 형상 자체만으로 인해 문양의 좋은 소재가 될 수있었다. 모란이 갖는 의미는 그 화려한 형상만큼이나 부귀와 명예의 상징물로 표현되었고 국화는 높은 절개의 상징물로써 선조들의 생활과 문화, 풍습 전반에 걸쳐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전통문양은 그 당시의 신앙,생활철학,정서 등이 함축된 상징부호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생활 일면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기에 전통문양의 현대화 작업은 이런 과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아울러 우리가 지향하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재창조라는 본래의 목적이 이루어 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현대의 예술은 작가의 이념에 따라 다양한 표현양식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 도예는 자기의식과 개성의 표현을 중시하며 보다 더 강한 자기자신의 표현을 위해 새로운 소재개발과 기법의 탐구가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나의 작업은 선과 색에 의한 착시현상을 표현의 수단으로 삼아 전통적 장식기법의 하나인 상감기법을 이용하여 현대적인 감각과 기교로 전개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며 한국의 정서를 반영한 조화롭고 균형감있는 조형물로서 공예적인 완성도를 갖춘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어 보고자 함이다.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이 같은 조형의지의 표출은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느슨함과 흐트러짐을 용납지 않는 내 삶의 일환이며, 힘겨운 작업 끝에 얻어낸 결과물은 항상 새로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