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테크 철화분청의 이질적 감흥 _ 김태완 월간도예 편집장

영국의 문학평론가인 엘리엇은 '전통은 그저 상속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 했다. 전통을 살아있는 힘으로 삼기 위해서는 그냥 묵수하거나 답습해서는 안되며 현재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유하자면 오래 살아있는 고목으로 그 본체(아이덴티티)는 변함이 없으나 해마다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 변모돼야 한다는 것이다.

도예가 이대수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철화분청 항아리의 현대적 재구성'을 표방하고 있다. 15세기 말 만들어진 철화분청사기의 본질적 형태와 귀얄분장,철화시문을 다소 확대된 크기의 항아리에 재구성해내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원초적 생명력을 가진 재료인 점토 자체에 순응,물리적 변형에 의해 완성돼야만 하는 기물과 예술적 영감으로 그려져야 할 것만 갓은 문양표현에 CG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항아리 형태제작과 장식문양 디자인의 밑그림 모두를 어도비(Adobe)군단의 자식들이 그려낸 것이다. 전통공예기법이라는 오랜 관념주의적 구성요소에 시대유행 이미지 표현도구인 CG기술을 융화해낸 것은 다소 이질적이다. 더구나 흙을 다스리는 손맛, 우연의 효과라는 예술 감각적 잣대만을 들이대며 바라본다면 작품과의 공감대 형성은 난관에 부딪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의 현대적 표현과정에 있어 토련기로 흙을 반죽하고 전기로 물레와 가마를 작동하듯 제작과정 중 단지 하나의 신식도구를 사용한 것이라고 인식 해보자. 오히려 CG는 형태와 문양, 색상을 자유자재로 적용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인 것이다.

도자예술에 있어 '기술(Tech)'은 배울 수 있고 가르쳐줄 수 있는 후천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기술과 기법에만 의존하여 예술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타고난 감각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영감, 작가 자신의 개성, 자기 신념에 대한 성실한 태도가 동반돼야 하는 것이다.
이대수는 전통 미의식에 대한 재인식을 현대적 사고와 방식으로 시도하는 젊은 작가다. 전통이란 오랜 관념주의적 구성요소와 기술적 시대유행을 적절히 융화한 철화분청사기 작품에서 이질적 감흥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