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秀鐘 原初回歸의 정서

李秀鐘씨의 작품은 통념의 陶磁는 아니다. 물론 그 媒材와 燒成의 방법에 있어선 일반적 도자의 공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의 의도나 결과는 결코 도자의 범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의 바탕은 도자의 오랜 전통의 관념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의미의 현대적 조형작업에 불과하다. 단순히 매재나 공정의 채널로 보아 도자로 생각하거나 그렇기 떄문에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은 애초에 빗나간 것이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전통적 관념이나 나아가 어느 장르에 굳이 얽매이지 않는 현대 특유의 방법적 진작이 있을 뿐이며, 때문에 자유로운 존재로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측에서는 어딘가의 범주 속으로 끌어넣지 않고는 만족치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이런 요구에 따른다면 도예와 조각의 중간쯤에나 위치하는 또 하나의 장르로 취급해 봄 직하다. 이왕에 존재해왔던 도자조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는 굳이 어느 범주에 넣지 않는데서 그의 작품이 지니는 현대적 조형으로서의 의미가 수렴되지 않을까 본다.

이러한 문맥에서 본다면, 李秀鐘씨는 현대 일반의 실험적 유대 속에서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작가의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추세를 보이고 있는 다양한 매재의 확대와 조형의 추이를 그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태반이 도자일반의 기능을 벗어난 순수한 오브제로 채워져 있는데 이를 크게 분류한다면, 극히 개별적인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과 집단적 구성으로 나눌 수 있다. 개별적인 단위의 것이나 집단적 구성의 것이나 다같이 흙이란 재료의 순수한 감정을 애써 살리려고 하는 점에서 강한 原初回歸의 정서를 환기해 보이고 있다. 흙이 불에서 구워져 나와 다시 유약을 입혀 전혀 중성적 재질로 태어나는 것과 달리 흙 자체의 재질을 가장 순수하게 살리려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다름아닌 흙을 단순한 물질로서 등장시켰다는 재래의 재료관념에서 벗어나 어쩌면 흙을 통해 사고한다는 물질에 대한 현대 특유의 한 관념의 표명임에 다름아니라고 할 수 있다.

吳 光 洙(미술평론가, 국립현대미술관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