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석의 작품-

권순형의 도예작품은 몇 가지의 중요한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우리는 이것을 알아보기 전에 도예작품이 절대로 우연의 소산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 있어 도예는 보이지 않는 힘과의 계속적인 싸움이고, 또 끝내는 이겨 야할 싸움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전시된 작품으로 평가되어 진다. 장구한 시일에 걸친 그의 정신적이며 내체적인 노고는 불과 흙의 융합을 위한 것이었고 오늘에 이르러 권교수 자신은 그 승리자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그 옛부터 도예는 신비롭고 고귀한 예술이라고 불리었다. 그만큼 이 분야의 예술이 인력으로 통제되기 어려운 성질을 갖고 있고, 그 지배가 고귀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권교수의 경우 이 문제는 실패작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개성표출여하의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요(窯)에서 나온 작품에 대한 감각적인 주관적판단이 이를 오로지 지배하고 있으며 그 예술적 품질을 평가하고 있다. 이 판단은 작가 자신이 인정하고 있듯이 매우 어려울 것이나 장구한 세월에서 쌓여진 전문적인 체험과 예술적인 직관력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권교수의 타고난 예술적인 기질과 불굴의 행위적인 의지로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도예의 두 번째 문제는 색채에 있다. 도예를 형과 색의 합치라는 일의적인 단일 문제로 삼고 있는 권교수에게는 광물성 물감의 물리적인 성질을 경험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고 또한 그의 연구작업이었다. 그 부지수의 가변성을 파악한다는 것은 오로지 계속적인 연구작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권교수의 작품전시라는 명칭이 연구발표로 바꾸어져야 할 것이다. 색채와 그 채색에 관한 그이 심오한 연구작업이 재질의 성격과 그 본질을 파악한다는 데에 있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도기의 내재성으로 이루어준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흙과 색채가 일체가 되는 일원성을 추구하는 야심적이고 이상적인 포부를 피로하는 것이다. 이 두 이질적인 요소의 일체적인 결합에 화력이라는 물리적인 인수가 관련되어 더욱 그 실현의 어려움이 있게 된다. 이렇듯이 권교수의 도예 연구작업은 불가항력의 경지까지 가고 있다. 그의 작품이 형과 색채의 일치를 보이고 형태의 자연스러움을 나타내 보이는 결과는 이와 같은 성질의 연구에서 연유된 것이다.

이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은 1960년부터 시작되어 오늘까지 11회에 걸친 작품전시에서 그의 작품이 기교적인 형태나 또는 도화의 독립적인 예술성으로 강조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형태의 기교성, 도화의 묘미보다도 도예의 본질적인 문제가 더 심각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권교수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오늘날까지 보여준 작품은 도예 본연의 원초적인 성격인 질, 형, 색채를 일원적인 것으로 문제 삼아 구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예술성 때문에 그의 도예는 자연스러운 공간성을 나타내는 건축벽면을 낳기도 하였다. 그것은 워커힐 로비와 혜화동 성당내부, KBS공개홀 등의 벽면에 과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작품은 의식화된 미의 구현이 아니고 오로지 열중된 탐구작업에서 얻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라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이 자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아마도 귀중한 예술적인 가치가 될 것이다. 여기서 자기세계에 대한 권교수의 소신이 상기된다. 새삼 자기세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 모색보다도 다지고 왔던 도예의 기본적인 문제를 깊게 탐구하고 그 세계를 체험하는 곳에 창조적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 영 방〈서울대 인문대학교(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