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화의 시작과 더불어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작업은 비롯되었고 인간생활의 전반적향상은 이 흙의 작업을 미의 개념이 도입된 하나의 조형작업에 이르게 하였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오늘날 이땅의 도예작가들은 흙의 작업을 통하여 외면적, 내면적느낌을 기를 중심으로, 또는 순수조형성 표현을 중심으로 자신의 조형세계를 꾸준히 빚어내고 있다. 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든, 순수조형성 표현의 작품이든 조형예술로서 도예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적은 한 점에서 만나겠지만 여하튼 이 지고의 미적 목표점을 위하여 작가 개개인은 나름대로의 접근방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상반되는 입장을 놓고 젊은 작가들은 때로 딜레마에 빠지는데 이는 창작의 내면세계에 그치지 않고 도예의 사회성과 연결되어 끈끈이작가의 현실문제에 부딪쳐 갈등을 겪으며 작품세계에 어떤 전환점을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아래서 감히 하나의 돌파구가 되리라 믿으며 이번 작품전을 준비하였다. 올해의 작품전은 공예가 갖는 기능적 본질을 추구한 용기중심의 작품과 지난해 시도해본 금속이 주는 물질의 이미지를 흙의 작업으로 형상화한 "Composition series" 의 연속적 실험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개념적 대비를 이루어 보았다.

해를 바꿔 마련한 이 두 과정이 작품세계의 갈등이 가져온 한 작가의 자기모습으로 남지 않고 정에 따른 반이 합으로 조화되는 자기확신의 논리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흡한 나 자신의 작품영역을 다소나마 키워줄 것으로 소망하는 작품전의 벽두에 늘 격려와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시는 여러 은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982년 9월 이 규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