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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화 도예전
작가 :
2005-03-04 (금) 00:00 조회 : 1578
장소 : 한국디자인포장센타
기간 : 1983. 10. 17(목) ~ 1983. 10. 23(목)

양종화 도예전에 부쳐

도예가 양종화는 서라벌 예대를 나온 공예가이다. 그는 재학 중에 건칠공예가 강창원에게 사사하고, 그의 예술가 적인 기질에 매혹되어서 '60년과 61년 2년간에 걸쳐 건칠을 연구한바 있다. 동시에 도예가 김재석에게 사사하여 도예의 기초를 닦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그는 마침내 도예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고, 꾸준한 제작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도예가 양종화가 이번에도 도예전을 갖게 되어 나를 찾아왔다. 초면인지라 작가로서의 바탕을 알 길은 없었으나, 그가 가져온 작품사진을 보고 그가 오늘의 한국 도예에 있어서 수준급의 작가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사람의 도예가로서 시도한 여러 가지 작품 중에서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황갈색 계통의 작품은, 그야말로 우리의 전통의식에 깊은 뿌리를 박고, 그 위에 현대적인 감각이 나타난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석간주와 진사등을 주재료로 하면서 그의 작품의 깊은 안정을 꾀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늘날 지나치게 회화적으로 변모해 가는 한국의 현대 도예에 있어서 하나의 지침이 되는 경향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그의 도예전에 출품된 작품의 내용을 본다면, 앞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황갈색 계통의 작품이 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백색 계통의 작품이 이것에 곁들여 지고 있다. 그런데 이 도예가의 경우도, 오늘의 한국 도예가들이 깊게 빠지고 있는 함정에서 벗어 날수가 없었다. 그 함정이란 도예를 형태의 창조로 보지 않고 유색의 조성으로 보는 태도이다.

도자기가 성립되는 삼대요소는, 말할 것도 없고 형태와 색조와 문양이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형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의 한국 도예가들은 형태에 관한 아무런 관심도 없이. 그저 재래의 형태에다 유약으로 추상적인 문양을 그려내고 있다. 말하자면 주격이 무시되고, 부수적인 문양과 색채가 존중된다는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 나라의 현대 도자기의 선배들은 대부분 화가 출신이기 때문에 그러한 기현상이 일어나는 듯하다. 좌우간 도예가 양종화의 작품 속에도 우리의 현대도예가 빠지고 있는. 깊은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그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현대도예의 방향을 하루라도 빨리 전환 시켜야 된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도예가 양종화를 한사람의 수준급 도예가라고 추천하고 싶은, 진사와 석가주등 황갈색작품은 이번 작품전에서 제일 볼품 있는 것으로서, 그의 형태감도 좋았거니와, 드리워진 선과 점의 배치가 도자면에 강한 긴장감을 마련하고 있다.

좋은 도예란 세월과 더불어 익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잡념 없이 꾸준히 주어진 도예의 길을 걸어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1983년 10월 미술평론가 이 경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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