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종 개인전」을 기획하며

이수종씨의 도예작업은 도자의 일반적인 관념을 뛰어넘어 흙의 표현가능성을 무한대로 이끌어 가려는 순수지향적인 예술행위로서 흙이 흙인 채로 있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재창조해 내려는 일에의 몰두라 할 수 있다.

항상 과묵하면서 동심의 세계를 넘나드는 그의 모습에서 무엇을 꼭 만든다는 느낌보다는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흙을 만지는 생활의 흔적을 엿볼 수 있고, 또 만져지고 굽혀졌다는 원초적 행위에 대한 물음을 통해 또 다른 도예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대체 도예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있는 것인가? 이러한 현대적 도예의 근본문제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처음부터 어렵고 외로운 실험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실제의 대상을 시각과 작업을 통해 우리 앞에 던져지는 흙의 오브제일 뿐일까?

오랫동안 일관해온 그의 작업에 대한 진지함과 그동안 보여준 작업의 특성으로 보아 이 해답은 어쩌면 작가자신만이 느끼고 추구해온 흙의 본질과 그 존재방법에 대한 또다른 접근방식을 제세하려는 - 다시 말해서 하나의 도예작품을 있게 하는 과정과의 대화라 하겠다. 따라서 그의 작품전은 도대체 도예란 무엇이며 어떻게 있어야 하는가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986년 9월
갤러리 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