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敏子 도예전에 즈음하여

허민자 교수의 도예전에 즈음하여, 본인은 감상자의 한 사람의 처지에서, 모든 분들과 더불어 慶賀의 뜻을 보내고,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 겨레는 세계 어느 겨레보다도 흙과는 가장 친숙하게 살아왔을 뿐 아니라, 이 흙을 빚어 이룩한 흙 예술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겨레도 따를 수 없는 높은 예술성을 창조해왔음은 잘 알려지고 있는 사실입니다.

내우외환이 겹겹이 겹쳤고, 우리말 표기의 문자조차 가지지 못하였다 하여 암흑시대로까지 불리어졌던 고려시대에도, 고려의 도공들은 세계 도예사상 가장 빛나는 걸작품인 고려청자를 빚어냄으로써 겨레의 꿈을 구상화하였는가 하면 당쟁과 외침으로 끊임없이 시달렸던 이조시대에도 당대의 도공들은 우아한 이조백자를 빚어내고, 감성이 풍부한 겨레의 멋을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조상들은 이와 같은 뿌리 깊은 전통을 이어받은 오늘 날 이 땅의 도예가들은, 조상들이 빚어온 전통적 기술을 체득하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대감상에 卽應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전개해 나가고 있음도 또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때로는 예술이 아닌 조잡한 손재주에 머물고 있는 경우도 적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오늘의 많은 도예가 가운데서도 이번 도예전을 갖는 허민자 교수의 작업은 본인과같은 예외자의 시각으로도, 확고한 전통의식 위에다 현대적 감각을 조형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곧 허교수의 흙 예술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을 작업대 위에서 다양화 시키고 재구성하여 생홝과 예술과의 차원 높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주체있는 생활감각과 미적 추구에의 열도가 그대로 허교수의 흙 예술을 달구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허교수는 작품의 소재로 제주산점토를 사용하면서 지난 날의 <제주모밀사기>의 기법재현에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거니와, 여기 허교수께 거는 또 하나의 기대는 수준 높은 제주토산품의 발전과 창조에의 가능성이라고 하겠습니다.

더욱 각고의 정진을 빌어 마지 않습니다.

-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장 梁 重 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