純粹造形의 陶彫作業

파리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직후였던 5년 전의 첫 작품전과 그 뒤 몇몇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과의 그룹전에서 남 윤의 이색적이며 서양적인 조형발상의 묘미를 이미 대해 본 사람이면, 공간적인 스케일과 경쾌한 좌우대칭의 구축적인 조형성, 그리고 그 전면에 정확한 질서와 균형의 장식적 표상들이 특이하게 구성되는 이번 개인전 작품들에서는 한층 더 미묘한 느낌과 일종의 신비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 젊은 순수도조 작가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자유로운 공상과 지성적인 환상의 시간을 즐기며 그를 특이한 입체적 조형물로 귀착시켜, 자신의 어떤 의식과 상념의 형체화로 삼으려고 하는 듯이 작업을 하고 있다.
붉은 벽돌색의 테리코타(어떤 작품에서는 표면에 붉은 페인트를 덧칠하기도 한다) 작업으로서 단순하고 명쾌한 건축적인 구조와, 층층의 감실 같은 작은 구획공간 혹은 출입구 같은 부분에 나타나는 직립인물상들의 상징적 표정, 그리고 여러 모양의 장식적인 투각과 음각ㆍ양각의 질서있는 시점 등은 보는 사람에게 무수한 이야기와 침묵을 동시에 감득하게 한다.
작품 하나하나의 전체적인 형태는 어느 고대유적의 의식을 위한 주술적인 구축물 또는 신성한 탑을 연상시키고, 어떤 것은 불탑 같은 구조로 조립되기도 한다. 한데도 그것들이 현대적인 조형의식을 강하게 내재시키고 있고, 오늘의 인간과 삶의 상황을 농축된 밀어로 발언하고 있는 듯한 요소에 바로 남 윤의 조형작업의 독특한 가능성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면밀히 살피다 보면, 그의 건축적인 구조의 곳곳에 출현하는 작은 인물상들은 중압적인 구조의 세계와 엄격한 그 통제환경에서 궁극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상황을 시사해 주고 있고, 그것은 거대하고 완벽한 체제 속의 무력한 인간을 상징하려고 한 듯이 보이기도 한다.
기다란 고층 감옥 같은 형태의 한 작품에는 윗 부분에 시계바늘과 시각점이 나타나 있고, 그 위 아래로는 외부 벽면에 못 박힌 듯한 인간상이 부착되어 있다. 하나의 개념적인 대비이다.
남 윤은 우리 주변에서 상당히 정착돼 가고 있는 순순한 현대적 조형도예 추구의 한 신예로 주목을 사고 있는 존재이다. 그간의 그의 작업은 주로 도토의 재미스런 주무름과 施袖의 소성미, 그리고 오밀 조밀한 손놀림에 치중된 형상들이었으나, 최근의 작품들은 앞에서 말했듯이 본질적으로 구축적이고 전축적인 조형질서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다. 게다가 테라코타 방법의 선택 등이 도예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게 하고 있으며, 보는 사람으로서는 그를 조각가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한 자연스런 자기 작업의 확대와 자유로운 창조행위의 측면에서 눈 여겨 보게 한다.
그 자신 이미 조각가로 변신해 가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작품전에서 그는 용접 철조의 시작들도 창조적 과단성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1988. 3. 李 龜 烈



(w: 32cm, d:23cm, h:58cm)

(w:40cm, d:28cm, h:83cm)

(w:17cm, d:14cm, h:237cm)

(w:74cm, d:14cm, h:253cm)

(w:46cm, d:32cm, h:145cm)

(w:32c, d:23c, h:139cm)

(w:108cm, d:34cm, h:241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