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과 변형된 형상속에서의 리얼리티 탐구"
- 조성희 도예작품의 조형적 측면 -

도예작품의 분석적 논리와 평가는 자기모순과 비생산적 행위로 흘러가기 쉽다. 이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서 어렵게 제작하여 갖는 조성희의 첫 번째 도예전에 붙여 그의 조형적 측면만을 본고에서 다루고자 한다.

수직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조성희의 변형된 도자형태는 움직임을 감추고 있다. 3차원의 공간에서 고정된 틀을 보여주는 입체 조형작업들은 숙명적으로 정지된 어쩔 수 없는 상태에 빠져있다. 더욱이 도자에 있어서 움직임이란 가상적인 작가의 생각일 뿐이다. 형상과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출발하는 조성희의 작업은 상상적인 이미지의 표출만은 아니다. 원통이나 삼각형의 수직 틀에서 상단부의 꺽어짐은 좌우를 지시하는 몸짓과 같이 시각적인 흔들림을 가져온다. 물론 이것은 잠재적인 움직임이다. 동력이나 자연의 힘에 의한 실제 움직임이 아닌 가상적 이미지이다. 고정된 공간, 정지된 형상, 그 속에서 찾아내는 움직임의 변형된 형상은 무궁한 조형작업의 신비로운 단면이다.

표면의 부분적인 구성은 엄격한 자신의 틀을 고집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자신의 형상을 여러 기법으로 나타내려 한다. 실크스크린과 같은 기법으로 도자표면에 일상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든지 고서체를 집어 넣어 고풍의 감각을 살려내기도 한다. 그가 보여주는 이같은 리얼리티는 주제 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 순수 조형적 감각에서의 출발로 보여진다. 1910년대 꼴라쥬의 기법과 같이 주변의 사물들을 그대로 보여줌으로 현실을 일깨워주는 구성이다.

전사기법을 이용하지 않은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에서 작가의 의도가 서술적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무작위로 그어진 선이나 점들, 요철 되어진 굵고 가는 획, 겹쳐진 면들, 이들은 운동감 있는 변형된 형상을 도와주는 액센트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아쉬운 점은 이 같은 기법의 조형문제나 무의도적인 점, 선, 면들의 표현에서 서구 모더니즘의 한 경향을 읽게 됨으로 자신의 창작적 방법론을 읽기가 힘들어 진다. 물론 도자의 평면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구성이 기술적인 한계를 갖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하나 어느 예술품이든 독창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작가와의 대화 속에서도 이 같은 고민을 읽을 수 있었으며 현대도예가 갖고 있는 실용성과 조형적 실험성에 스스로 많은 질문과 답을 구하려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그 자신은 어느 극단적인 면에 치중하기 보다 중용적인 태도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현대도예를 기능이나 실용성 또는 전통성 등 단편적인 한면으로 단순히 해석하기 보다 미와 기능의 조화를 추구하여야 하며 스스로의 실험과 반성을 통하여 나아간다고 한다. 이 같은 믿음에 조성희 작업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 한계를 뛰어 넘음을 생각한다.

1989. 10.

조형예술학 박사 유 재 길



形 '89=土雲Ⅰ(w:10cm, d:8cm, h:40cm)

形 '89=土雲Ⅱ(w:9cm, d:10cm, h:35cm)

形 '89=土雲Ⅲ(w:9cm, d:12cm, h:44cm)

形 '89=土雲Ⅳ(w:13cm, d:15cm, h:37cm)

形 '89=土雲Ⅴ(w:6cm, d:11.5cm, h:44cm)

形 '89=土雲形 Ⅵ(w:11cm, d:6.5cm, h:4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