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한국 도자기와의 만남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金 永 起

Ⅰ. 본인은 강석영 도자기와의 만남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조형 의식연구를 해오는 동안 전통 도자기에 대한 정의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말할 때에는 문화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 &#46468;문에 <전통문화>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와 같은 견해로 볼 때 전통문화는 두 가지의 측면에서 해석하므로 전통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하나는 전통사회의 문화<(Culture of Traditional Society)>와 또 하나는 <문화적 전통(Cultural Tradition)>이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전통문화란 일반적으로 <전통사회의 문화>라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조선조 시대의 전통사회, 고려조 시대의 전통사회란 관점에서 그 시대, 그 사회의 문화라는 관점의 이해라 하겠으며<문화적 전통>이란 그 시대, 그 사회의 전통이 아니라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면서, 변하는 것과 변화지 않은 것 속에 흐르는 핵 요소에 의하여 지속되어 가는 그 시대, 그 사회의 현상의 깊은 속에 내재되어 있는<정신적인 것>에 의하여 이어지는 전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문명을 물질문명이라 하고 정신문명이라 하지 않으며 <정신문화>라 말하지 <물질 문화>라 말하지 않은 것도 문화가 정신적인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 준다. 따라서 전통사회의 형태란 그 시대, 그 사회의 <정신적 투영>의 물질적 현시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전통사회로 이어져 오면서 나타나고 있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전 시대>, <전 사회>속에 어떠한 공통된 성질을 담고 있느냐 하는 <개념>의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태도를 기반으로 인식함을 전제로 하게 된다.
그러면 오늘의 우리 사회의 예술 속에는 어떤 정신적인 것이<문화적 전통>으로 이해되고 투영되어 우리 사회의 전통(Modern tradition of our Culture)이 표현되고 있으며 무엇을 감히 오늘의 이 시대의 전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그것은 전통사회의 형태, 색채, 질감 등에 얽매이지 않고 정신적 전통의 단서(Cue Validity), 또는 우리의 정신적 원형(Archetypes)이 오늘의 기술과학시대의 만남을 통하여 오늘의 전통이 생성되어 오늘을 미래의 현재 속에 과거로 인식할 때, 전통사회로서의 그 이전 사회와 그 이후 사회를 이어주는 정신적 전통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확고한 인식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이 시대의 예술가들 사회의 논의도리 의제(Agenda)라 하겠다.

Ⅱ.<Ⅰ> 서 기술한 내용의 중요한 개념은 그러므로 전통 문화란 과거사회의 문화가 아니라 오늘을 통하여 미래로 옮겨가는 <정신적 전통>을 의미하므로 오늘 이 시대 속에 함께 숨쉬는 예술 속에 나타나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강석영의 도자기 작업에서 그간 찾아왔던 오늘 이 시대에 있어야 할 현대 전통(modern tradition),즉, 현대성 있는 전통(tradition of modernity)를 보았다는 만남에서 기쁨을 감출 길이 없으며 하나의 해후(邂逅)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직감이나, 감성적 수준이나,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기울어 질 수 있는 그러한 편향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우리는 도자기를 통하여 무엇을 <말할 것인가>하는 것은 무엇을<만들 것인가>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우리가 <현대 미술>이라는 말을 할 때 확실한 인식을 위하여 현대의 미술과 현대적 미술가라는 말을 상정할 수 있다. 우리는 박물관이나 혹은 부록과 같은 책에서 점하는 구석기 시대로부터 근세 이전의 역사적 유물을 보면서<이 도자기는 참 현대적인 감각이 있다>또는 조각을 보면서 <매우 현대적인 형태다>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현대의 도자기라든가 현대의 조각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대의 도자기란 무엇인가? 이것은 <현대인이 만든 도자기>라는 내포된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인은 분명 전통사회의 인간은 아니며 오늘이 시대에서 생활하며 활동하면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도예가로 볼 때 분명히 그의 속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계몽된 인간으로서 오늘의 문화와 예술 속에서 호흡하는 인간이다. 이 두 요소는 때로는 대립하면서, 타협하면서 자신을 전자로부터 분리하려는 힘과 떨어져 나가려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중심으로부터의 힘에 의하여 예술을 탄생시켜 나아가는데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갈래의 힘의 균형상태에서 한국의 도자기의 탄생하는 것이며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중심부의 구심력이 의식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의 예술은, 도자기는 한국적 도자기와 예술로 전락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국적이란 프랑스 예술가가 한국의 미술이 좋아 한국에서 살며 그 표현을 하였을 때 그를 한국적 프랑스 미술인 이라 하지 한국의 미술인 이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의 서양미술에 대한 불건전한 콤플렉스에 의하며 그 구심이 없어진 미술인 이라면 한국인면도 한국적 미술인 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얼마든지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는 국적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강석영 도자기와의 해후에서 나는 그 구심을 확고하게 지닌 오늘의 도자기라는 사실을 진술하고자 하는 것이다.

Ⅲ.융이 인간과 그의 상징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인간은 자기가 자신의 무드나 감정을 제어할 능력이 없고 무의식의 요인이 자신의 일이나 결심에 개입해 들어갈 수 있는 허다한 숨은 방법이 있음을 의식할 능력이 없는 한 인간을 결코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며 외부생활의 영역과 자기 자신의 행동영역이 분리된 상태임을 스스로 보이지 않으려고 칸막이 시스템(a System of Compartments)을 가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개념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깊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화적 측면에서 외부환경에 영향을 주는 생활영역으로서의 현대 미술의 상황과 자신의 행동영역에 중심을 이루는 우리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무의식 속에서 원형의 자율성에 의하여 다스려지는 영역으로서 문화적 전통 속의 <정신적 것>과 분리되어진 상태임을 보이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현저한 분리와 심리적 혼란이 이 사회의 우리 예술 속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우리들은 후자 영역을 설합 속에 넣어 버리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러한 우리들의 태도를 반성하면서 이제부터 우리는 이들 영역에 대하여 더 많은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미술가들 중에서 자신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예술의 세계가 확대되어 이러한 것들에 대하여 위험에 부딪치고 있는 미술가가 많다는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강석영 도자기에 나타나 있는 원형은 무엇이며 현대성은 어떠한 것인가를 말해야 함에 이른 것 같다. 강석영 도자기가 현대도자기가 되려면 앞에서 말한 현대란 뜻 자체를 옛날로부터 현재로 이어온 전이의 결과로 보기 위해서 자체를 아주 오래된 과거에 연결 짓는 획기적인 시대의식을 나타낼 때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되풀이하여 사용되었던 것과 같이 강석영 도자기에는<획기적인 시대를 척도하는 때>를 가늠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렇듯 새로운 시대의식이 형성될 때면 자기 이해의 개념으로 사용되어온<현대>라는 의미 안에서 이 현대도자기로 서술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석영 도자기에서는 어떻게 우리의 옛 것과 새로운 시대의식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 졌으며, 자기 이해가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현대 도자기는 확실하게 현대의 것이어야 하며 확실하게 현대의 도자기가 아니라면 우리의 전통적 고전으로 귀속될 수가 없는 것이다.
장 바젠느는<현대회화에 관한 노우트>에서 [그 누구도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그리지는 못한다. 화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속해 있는 시대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힘을 다하여 그리는 것뿐이다]라고 하였고, 또 [위대한 예술가는 그들의 양식을 과거의 한 가운데서 찾지 않고 자신들의 시대에서 가장 진실하고 가장 심오한 중력의 중심으로부터 찾아낸다]고 프란츠 마르크는 말한 적이 있다.
강석영의 도자기에서는 과거와 연결 짓는 시대의식과, 깊은 중력의 중심으로부터 진실을 끌어내는 힘을 경험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과거와 연결 지어 오늘의 시대와 관계 지을 수 있는 요인(factors)들은 무엇일까?
우선 강석영 개인의 삶과 시대에 대한 몸에 배어진 의식과 그 개인 속에 잠겨져 있으면서 작용하는 과거와 연 결지을 수 있는 잠재되어 있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표현되어져 있느냐 하는 것을 검토하는 일이다.
그가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도자기를 연구하고 채재하면서 그들의 생활세계 속에서 그들의 삶의 방식과 그 생활세계 속에서 그들의 삶의 방식과 그 생활세계 속에서 숨쉬고 있는 현대의 예술과 문화와의 접촉에서 현대도자기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개념이 다양성에 바탕을 두고 <다른 것이면 새롭다>는 미국의 복합문화에서와는 달리 전통적 선상에서 새로운 것(New)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것> 혹은 창조성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전통적 선상에서 그것과의 거리에 의하여 결정되어지며 역사적 시각에서 <새로운 것>이 평가되어져야 한다는 의미의 반영이다. 우리는 이 거리에 의하여 진보적이다, 쇄신적이다, 전위적이다라는 개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들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만들어온 생활세계가 있고 문화가 있는 민족과 국가에게서 경험할 수 있는 동질적 개념이다. 그러므로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관계 지워 그들의 문화와 예술이 움직여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나라의 문화와 예술의 방향을 이해하는 방법론적 모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강석영 개인의 프랑스에서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과 이에 대한 개념이 충분히 이해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강석영 현대 도자기의 방향을 전통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다음은 강석영 도자기에 숨겨지거나 그 자신이 고려한 과거의 것들에 대한 개인의 이해수준이다.
강석영 도자기에서 은유되고 있는 조형의 감각은 어디로부터 연유되고 있는가?
우리의 전통사회 속에 예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예술과 문화에 관심이 많거나 깊은 이해를 위하여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표현을 통하여 깊이 사유하는 예술인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정의들을 혹은 글로, 혹은 직접적 표현으로 나타냈지만 그 이해의 수준이나 측면이 매우 유사하거나 근접한 표현이라는 데서도 한국의 전통예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이해를 추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전통 속에서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본질적 개념은 무엇인가? 가늘게 뻗어 올라간 네 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진 사방탁자, 그것도 벽면에 의하여 받혀지는 힘의 부축도 없이 담백한 자태를 지각하게 된다. 이 약한 모습, 이것이 사방탁자이며, 가늘고 긴 다리를 갖고 있는 학의 모습에서 기품의 미를 경험하므로 서 학을 좋아한다. 선비가 입을 흰색 도포 위에 투명하고 얇은 두께의 갓이 어우러져 약하고 깨끗한 학의 감각을 지각케 해 준다. 그러므로 담백한 아름다움 속에는<약한 것은 아름답다>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으며, 학의 모습에서 느끼는 단아함, 선비에게서 느끼는 담백한 기품을 느끼는 것은 그의 약한 모습에서 나타내고 있다 하겠다.
우리는 튼튼한 여자, 튼튼한 남자에게서 우아하다든가 단아함보다는 얇고 약하게 보이는 형태와 두께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삶에 익숙하여 강인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순박하다 하지 않으며 지식이 많아 지식에 의하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논리적 체계가 갖추어진 사람을 구수하다 하지 않는가, 곧고 거대하게 성장한 나무를 보면서 그 나무에게서 멋을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강인한 것에 대하여 보다는 약하듯이 보이는 것들을 더 아름답다고 보려는 의식이다. 여기서 칼날같이 예리하고 날카로운 논리적 완벽성보다는 구수하고 순하듯 부드러운 것을 아름답게 보려는 의식이 흐리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문인 사회를 이룬 우리는 무인사회의 개념으로는 약해 보이는 사회와 역사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석영 도자기에서 느끼는 이 얇고 약하게 만들어진 형태 감과 박색 조에서 우리는 단아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받을 수가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의 도자기는 두께가 두껍고 질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도자기가 당시는 생활의 한 용기로서 사용되어온 도구였기 때문에 그 속에는 어떤 조형성이 의도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실용성의 기능이 더욱 중요하였다.
그것은 기후적 조건에 의하여 뜨거운 것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하여 열을 지속시키는 효과로서 두께를 두툼하게 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오늘의 현대도자기는 이러한 고려는 전혀 배제되어 조형언어로서 진술되고 있기 때문에 강석영 도자기에 나타나는 두께감각이 전통적 개념과 어떻게 관계되어 졌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에 기술된 바와 같이 강석영 도자기에서 약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는 조형성의 기술과 언어의 도전이라 보아야 하며 이러한 기능성은 도자기 기술에 대한 연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술이나 도구의 발전은 근본취지는 무게와 두께에 있어서 가볍고, &#50511;게, 보다 섬세하게 진보되어 왔기 때문에 첨단 기술과학에 의하여 만들어진 공업제품은 시각적으로는 약하게 보이도록 변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보다 아름답게 보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박색조의 얇은 형태 감과 그 울림에서 나오는 맑고 강한 쇳소리는 어쩌면 약하디 약해 보이는 선비의 모습에서 느껴오는 강한 정신세계의 울림과도 같다. 소리라고 다 음악이 아니며 다 문학이 아니듯 음악이 음악 되어져야 하고 문학이 문학되고 도자기가 도자기로 되기 위하여는 이러한 기술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조형언어와 함께 통일을 이룰 때 가능하다.
강석영 도자기에서는 현대도자기가 되어지기 위한 이해의 조건들이 해석되어져 그의 조형언어로 나타나 있다. 그는 분명히 그의 도자기로 그의 모든 것을 말하는 작가-교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며 도예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의 도자기가 말하게 하도록 하게 하는 상징으로서 그것은 그가 살고 있는 현대와 그의 깊은 속에 잠겨져 있는 무의식 세계 속에서 그를 조절하고 있는 <어떤 것>들의 깨달음을 흙으로 상징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라 그의 사고와 행위의 묶음으로서의 진술이다.

Ⅳ.이제까지의 논술은 강석영 도자기에 내포되어 있는 조형에서의 내포언어의 세계를 말하는 것보다는 그 언어의 기반에 대한 것들이었다. 어떠한 언어가 그러한 뜻을 내포하거나 뜻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의 기반이 제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강석영 도자기에서 나타나 있는 가시적 형태들에 대하여 그 형태의 원형을 제시하므로 서 그 조형언어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강석영 도자기에서 드러나고 있는 조형성의 특징들은 한결같이 어떤 형태의 원형에 가해진 상처들로 되어있다. 어느 것 하나도 상처가 없는 것이 없으며 그 약하디 약한 몸체에 가해진 학대의 흔적들은 어떠한 심리 상태의 표현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강석영 도자기의 주제적 요소라는 것을 쉽게 지각할 수 있으며 이것이 의미심장한 언어를 계속하여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완성의 과정을 걷고 있으며 이 자기완성이란 서양과 동양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구사회는 인본적 합리로부터 발전되어온 과학적 실증주의, 논리적 완전성을 추구하므로 서 애매성과 모호성을 제거하여 사고의 논리체계를 구성시키는 지식으로 인간이 자기완성을 추구하므로 서 끊임없이 지식을 생산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자기완성은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음으로서 이를 채워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자기완성을 인간이 스스로 겸허하게 낮춤으로서 미완성의 도를 체득하는 것에 두었다. 노자가 말한 것 같이 ＜학문을 닦으면 나날이 지식이 늘고, 도를 닦으면 나날이 준다＞라는 대조에서 자기완성의 개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강석영 도자기에서 이러한 상처들을 원상 회복시켜 놓으면 어떻게 보일까? 그것은 분명 도자기 기술과 조형의 완성된 형태 감을 지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에도 인간과 인간사이에 자기완성의 학문적 모습을 보일 때 그의 인격을 좋게 보지 않으려는 전통적 인간관을 갖고 있다. 이것은 지식과 논리의 완성이 곧 인간완성이 아니라는 분명한 표현이다. 따라서 도자기 기술과 형태의 조형성이 가지는 완벽하리만치 처리되어진 조형감각은 우리와는 미적 거리감을 갖게 되며 심리적 거리감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또 강석영 스스로도 이러한 형태 감을 그대로 둔다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그 스스로 완성시킨 도자기의 조형성에 도달한 자신의 형태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는 ＜자기반박＞이 일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것은 ＜자기학대＞이며 기술에 의하여 매끄럽게 되어버린 조형에 대한 반기술(Anti-Technology)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이것은 기술 과학적 인간이 만들어낸 빈틈없는 형태구조에 대한 구조의식의 반발이다. 한국인의 구조 속에 항상 내포되어 있는 자연과의 교류, 자연스러움과의 호흡, 자연의 것이 되어져 인간이 만들었으되 인간의 완벽성을 제거시켜야만 하는 구조적 반박이다. 나아가 현대 도자기 기술의 뒷받침에 의하여 조형되어진다는 숙명적 현실의 <허물어 버리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과학에 대한 인간의 자유와 조형에서 진술할 수 있는 <자유의 선언>이다. 붙잡힘 없이 스스로 행동하는 그의 개성적 삶과 함께 호흡하는 솔직한 그의 조형에서의 행동선언이다.
계획되어진 일정한 패턴이나 구도를 극구 마다하는 행위의 흔적들이 형태 위에서 놀고 있다. 그것은 잭슨폴록의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은 도자기 위에서의 <마음의 놀음>이며 <놀음>은 그것들이 한데 어울려 마당 공간을 형성한다. 춤추듯 일그러지고 엉클어진 <짓>들이 어울리고 고통과 상처의 아픔을 지난 조형적으로 상징화된 인간들이 어우러져 놀고 있는 마당놀이가 된 느낌을 강하게 전달시켜 준다.
형식이 배제되고 다양하게 그 하나하나의 조형언어들이 논리적 구조에 구애됨이 없이 어우러진 조형공간에서 친밀감과 깊은 의식이 함께 혼합되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케 해준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이나 강석영은 이미 전통사회의 한국인은 아니다. 나 자신이 하나로 혼합되어져 숨쉬어진다는 뜻은 오늘의 시대감각을 반영하는 이해와 그 이해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인 나 자신과 강석영 간의 동시대적 이해가 전통의 선상에서 이해되어져 있고 그 조형언어 속에 내포되어 있는 깊은 언어와 그의 심리상태가 이해되어져 있기 때문에 진술들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도자기에서 흔히들 해석하고 있는 <기술이나 형태감>에 있어서의 <원시성적 이미지>는 개념의 수준으로 이해하여 본다면 강석영 도자기의 조형적 해석은 훨씬 추상적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상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는 매우 신선한 이 시대의 충격이며 조형의 적극적 제시를 통한 전통의 소생이다.
끝으로 그의 도자기에서 우려되는 것과 기대하고 싶은 것은 그의 형태 변형이나, 그 형태에 가해진 상처들이 <자기반박>에 의한 것이든, 조형의 완성에 대한 <허물어뜨림>이든 그것이 나타나는 현상이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민감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오는 것 &#46468;문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들이 누구나 겪는 고통과 분노를 억제하고 삭히고 삭혀서 그것이 인간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해악과 풍자로 느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시김>의 인간, 맛과 멋,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유스러운 <놀이>의 겪음으로 승화하기 위하여 조형의 붙잡힘으로부터 이제는 떠나도 되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나라의 전통 속에 뚜렷한 것을 찾아보기 어렵도록 매우 다양하여 어떠한 규칙의 형태 감을 따르기보다는 그 곳으로부터 떠나기를 원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그의 도자기에서 인간의 시김이 멋이 조형의 자유를 통하여 보다 싶고 넓게 표현될 것이란 기대를 한다.

WORK 901(w:41cm, d:14cm, h:45cm)

WORK 903(w:41cm, d:14cm, h:45cm)

WORK 905(w:39cm, d:9cm, h:50cm)

WORK 907(w:30cm, d:11.5cm, h:50cm)

WORK 910(w:30cm, d:11.5cm, h:50cm)

WORK 912(w:45cm, d:0.8cm, h:57cm)

WORK 915(w:15cm, d:15cm, h:59cm)